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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ESG전략 점검]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체제, ESG평가 긍정적일까⑩실질점수 반영 미미…이사회 운영횟수·위원회 다양성 등 '제도' 개선 중요

손현지 기자공개 2020-04-03 09:45:43

[편집자주]

국내 금융권에 ESG '붐'이 불고 있다. 그간 ESG는 비재무적인 요소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평가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지주 회장들마다 ESG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계열사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지주사별로 ESG 성과지표 관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1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과점주주 지배구조 체계'가 안착된 금융사다. 과점주주 체계는 유럽 등 선진은행에서는 주주가치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로 여겨진다. 때문에 올해 우리금융의 ESG평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업계에의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는 예금보험공사다. 국민연금공단과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면 민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과점주주들이 지분을 나눠가진 형태다. 작년 푸본그룹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율이 확대되면서 지각 변동이 생겼다.

일단 예보의 지분율은 18.32%에서 17.25%로 일부 희석됐다. 3~6% 가량 지분을 갖고 있던 과점주주도 일부 변동사항이 생겼다. 주주명부 폐쇄 후 산출 기준 △IMM PE(5.62%) △푸본생명(4%) △한국투자증권(3.81%) △키움증권(3.74%) △동양생명(3.74%) △미래에셋자산운용(3.47%) △한화생명(3.18%) 등 순이다. 사외이사 추천권이 없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고 6대 과점주주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금융 과점주주의 주도권은 앞으로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새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년에 걸쳐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지분(17.25%)을 매각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6개 과점주주의 지분 합계는 32.72%다. 이미 최대주주의 지분을 앞선다.


◇KCGS "원론적으론 긍정적…금융지배구조(FG) 평가 가산요소 아냐"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평가에서 과점주주 구조가 아직까진 직접적인 가산점 요인은 아니다. 국내에서 과점주주 사례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지배구조(G) 카테고리에서 이러한 측면을 반영할 만한 평가 항목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로선 이사회 운영이 얼마나 선진화돼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요소다. 예컨대 이사회 내 운영회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지, 개최 빈도가 잦은 편인지 등 실질적인 운영에 대한 부분이 더 부각된다. CEO승계프로그램이 구체적인 절차를 갖추고 있는지, 이사회 의사록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작성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KCGS는 과점주주 체계가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사회를 과점주주로 중심으로 꾸리면 일반적인 주식 회사들의 분산소유 구조로 인한 '대리인' 문제가 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리인 문제란 주식회사의 주인인 투자자들이 일상적인 경영이 어렵기에 이사회에 경영권을 맡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항들이다. 예컨대 투자자의 대리인인 경영진이 자신의 보수를 높게 책정한다든지, 감사의 사각지대에 형성하기 위해 이사회 사외이사를 부실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부실 경영으로 인한 경제적인 비용은 결국 주주들의 몫이다.

현 지배구조의 여러 장치들은 경영진들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다만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주주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과점주주 체계를 무조건 장점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주인이 없는 구조이기에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도 뒤따른다. 일반적인 금융사가 행장이나 회장의 권한이 강력한 것과 달리 이사회 내 책임을 지는 쪽이 없는 셈이다. 최근 우리금융이 과점주주 체제하에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 라임운용 손실 등 이슈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이사회 구성원간 책임 전가 우려도 나온다. 의사결정자 역할을 하는 직접주주가 여럿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다. 한 ESG평가 관계자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과점주주 체제하에서는 이사진들이 리스크가 큰 사업도 리스크를 검토 안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다뤄본 사례가 없을 뿐더러 연구결과도 흔치 않아 학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해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며 "원론쪽으로만 보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건 맞지만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개별 금융회사의 이사회 운영문화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등급 수준 전망…'선진' 이사회 문화 장착 과제

우리금융은 옛 지주 체제 시절 KCGS의 ESG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2011~2014년 사이 ESG통합 등급은 A에서 B+ 등급 수준으로 매겨졌다. 지배구조는 A이상의 안정적인 등급을 받아왔다. 다만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위한 과도기를 보내면서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타 은행 대비 저평가를 받았다. 평균 B이하~B+등급을 받았다. 작년에는 당국의 DLF제재와 맞물려 지배구조 부문에서 최종 'C+'등급을 받았다.

올해 지주의 거버넌스(G)평가는 이전 우리은행 당시 점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2018년 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이 모두 지주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2016년 12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시 참여했던 5개 주주사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임해온 형태다. 작년 푸본그룹이 새로운 과점주주로 추가됐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과점주주들이 각각 추천한 인사로 구성돼 있다. 현재 사내이사 2명(손태승 회장, 이원덕 부사장)과 예금보험공사가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추천한 비상임이사(김홍태) 1명을 포함해 IMM PE(장동우), 한국투자증권(정찬형), 한화생명(노성태), 동양생명(전지평), 키움증권(박상용), 푸본생명(첨문악)이 추천한 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ESG평가 관계자들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G)등급이 타 지주 대비 낮은 배경으로 이사회운영 문화를 꼽는다. 현장 실사 없이 객관적인 평가지표로만 점수를 매겼을 때 이사회 개최횟수나 사외이사들의 실질적인 활동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는 판단이다. 작년 6월 말 기준 이사회는 총 7회(정기 2회, 임시 5회) 개최됐다. 이사의 평균 참석률은 94%로 나타났다.

우리금융 이사회내 위원회 다양성도 부족하다는 평이다. 현재 총 6개의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내부통제관리위원회 등이다. 이달 신설된 내부통제관리위원회란 소위원회는 내부통제를 더 정밀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ESG평가 관계자는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은 원래 이사회에 있다"며 "본래 이사회가 갖춰야 할 내부통제란 임무와 중복되기 때문에 점수에 가산되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ESG채권 발행 봇물…녹색경영 보폭 확대

우리금융은 환경(Environment)평가를 대비해 작년부터 ESG채권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국내·외 지속가능채권 경험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작년 초 녹색, 사회적, 지속가능채권 관리체계를 수립해 그린본드,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을 고루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작년 2월 2000억원의 원화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이어 5월에는 시중은행 처음으로 포모사채권(Formosa bond)을 찍었다. 우리카드의 경우 소셜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다양한 조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에도 시장상황이나 사회적 요구를 고려해 적정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며 "특히 외화 채권의 경우 투자 수요가 꾸준한데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따른 금리 절감 효과가 일정 부분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후설비 교체, 고효율(LED)조명 교체 등도 실시하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총327건에 달하는 투자를 이행한 바 있다. 친환경투자사업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우리은행 산하에 프로젝트금융부에 사회간접자본(SOC)를 전담하는 부서를 편성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윤리경영체계도 탄탄히 갖춰나가고 있다. 작년 1월 지주 설립과 동시에 '우리금융그룹 윤리강령'을 제정했다. 전 그룹사 준법감시인들로 구성된 그룹준법감시인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카드도 작년 4월 카드업계 최초로 자금세탁방지팀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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