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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우협 지연…매도인 진짜 속내는 KB 낙점에 무게…가격 인상 유도 불구 PE '소극적'

노아름 기자공개 2020-04-09 18:17:4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르덴셜생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지연되는 배경에 인수·합병(M&A)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본입찰 이후 3주째 우협 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매도자의 프로그레시브 딜 시도에도 원매자들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생명 본사와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9일 본입찰을 진행한 뒤 3주가 지난 현재까지 우협을 선정하지 않았다. 본입찰 이후 약 일주일 뒤 우협이 발표되는 통상적인 M&A 거래 패턴과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매도자가 인수가를 끌어올리려 시도했으나 상황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으며 우협 발표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있다. 골드만삭스는 원매자들이 본입찰 응찰시 제안한 가격과 거래종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이른바 '골드만 옥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며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현재 재무적투자자(FI) 가운데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인수후보 가시권에서 사실상 벗어난 상황이다. 본입찰 당시 가장 낮은 가격을 적어낸 IMM PE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가용자금 규모가 경쟁 원매자 대비 충분치 않았던 탓에 초반부터 희망가를 낮게 제시했다는 것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IMM PE는 △교보생명(2012년) △우리은행(2016년) △케이뱅크(2018년) △신한금융지주(2019년) 등 금융사 투자경험이 다양해 매물분석 및 투자전략 수립에서 여타 후보들에 뒤쳐지지 않았지만, 수조원대 대형 펀드를 보유한 경쟁 PEF 운용사에 비해서는 경쟁 우위 점하기 어려웠다는 진단이 나온다.

IMM PE는 투자 타이밍과 규모, 펀딩 시점을 규칙적으로 지켜왔던 PEF 운용사로 알려졌다. 앞서 로즈골드1호~3호를 활용 매년 20~30%씩 투자를 집행해와 안정성을 꾀했다.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로즈골드4호(설정액 2조2000억원)에서 20~30% 안팎의 자금과 LP코인베펀드(공동투자펀드) 및 인수금융 등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다만 실탄이 경쟁 운용사에는 못 미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공격적인 베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IMM PE를 비롯한 다른 PEF 운용사들 역시 프로그레시브에 응하긴 했지만 KB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정도로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생보사 인수 매력이 낮아진 탓에 푸르덴셜생명의 청사진 혹은 미래 성장가능성에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원매자들이 푸르덴셜생명 자기자본에 못 미치는 금액을 인수희망가로 낸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더들에게 안내된 지난해 연말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은 3조1000억원이었지만, 원매자들은 푸르덴셜생명의 내재가치(EV·Embedded Value)를 2조원 초반대로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인수희망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후보자들은 내재가치 산정에 포함되는 보유계약가치(VIF)를 적정하게 산출하기위해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다만 피어그룹인 한화생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08배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선뜻 인수가를 지를 수 있는 FI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2조원을 웃도는 가격을 써 낸 것으로 알려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가장 근접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매도자는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에 근접한 3조원대로 거래금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을 붙이려했으나 FI가 베팅에 다소 소극적으로 나서며 딜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의 완주의사가 이번 거래의 관건이 될 여지가 있다.

앞서 PEF 운용사들이 제각각 인수의지를 다져왔기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딜을 시도해볼만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발 들이기 전 신한금융그룹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참여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M&A 당시 경업금지조항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이외에 한앤컴퍼니는 보험 계리업계에서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타워스왓슨(Towers watson) 등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조력을 받으며 푸르덴셜생명 인수의지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황 불확실성을 감안한 FI가 선뜻 움직이지 않으며 우협 선정 지연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강력한 원매자인 KB금융을 내세워 경쟁을 유도했으나 FI의 판단은 매도자 기대와는 차이가 있었다는 뜻이다. 추가 가격제안 요청에 FI가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다면 매도자는 KB금융과 곧바로 계약체결에 돌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IB업계 관계자는 "3조원에 달했던 원매자 눈높이를 맞춘 곳이 없고 후보자 간 인수희망가 차이가 크지 않아 매도자 측이 추가 가격제안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FI가 이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아 우협 발표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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