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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투자에도 소신이 필요하다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0-06-04 16:00:45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7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투자업계를 중심으로 IMM PE의 하나투어 투자 사례가 유독 회자된다. 내용인즉슨 과연 현재 시점에서 여행업에 투자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재 뿐만 아니라 여행, 항공업의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투어를 포트폴리오로 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논리다. 오랜기간 투자를 검토했더라도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면 재고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물론 이러한 견해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에 가까운 이슈로 인해 실적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투어 같은 여행업 뿐만 아니라 항공이나 호텔 등 유관업종들도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기간이 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특성을 알고 있다면 굉장히 단편적인 사고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통상 투자기간이 8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인 블라인드 펀드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투자 과정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는 것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극복해내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본질이다.

물론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은 부침없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펀드의 최종 엑시트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많지 않다. 또 현재 시점에서 소위 말해 '뜨는 비즈니스', '핫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더라도 경쟁자의 출현과 트렌드 변화로 투자후 수년만에 천덕꾸러기 포트폴리오가 된 사례도 무수히 많다.

2015년 전후를 강타한 화장품 열풍이 바로 그러한 케이스다. PE 시장과 IPO 시장을 중심으로 화장품 기업의 투자나 경영권 인수, 상장 추진이 쏟아졌으나 곧바로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정치 외교적 이슈로 인해 자본시장의 인기스타들이 하루아침에 사그라 든 사례가 단적인 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투자가 적절한 가에 대한 물음에는 정답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투자 성패의 본질은 타이밍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는지는 투자 당시에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 매물을 잡았다고 대박을 외치며 환호할 일도 아니고 실적 악화가 불보듯 뻔한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턴어라운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IMM PE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하나투어 투자를 검토해왔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IMM PE가 하나투어의 투자를 망설였다면 '노 재팬' 운동때 이미 손을 뗐어야 맞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밀어부친 이유는 기업가치 제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국내 1위 여행업체지만 개선할 부분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여행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글로벌 여행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IMM PE는 확신했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는 단순히 구주주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자본확충 방식으로 이뤄졌다. 실탄을 가득 채워준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의 투자 패턴은 순간적인 이슈나 단편적인 호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전무후무한 전 지구적 재앙을 관통하고 있는 현재,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도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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