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CFO 워치]KAI, '2년 영업정지 선고' 대비 유동성 크게 늘렸다1분기말 현금 4770억, 지난해 말 대비 7배 증가…방사청 입찰제한 처분 영향 분석

김성진 기자공개 2020-05-25 09:34:3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2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급속도로 위축되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확산 초기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가늠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방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영향을 받지 않은 업종 중 하나임에도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현금을 확보해 위험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한국항공우주(KAI)가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KAI가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477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69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7배 가까운 수준으로 현금이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대비를 위해서라지만 KAI가 확보한 현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인 ㈜한화의 경우도 현금을 3200억원에서 6400억원으로 두 배 정도 늘리는 데 그쳤다.

KAI가 이처럼 많은 현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KAI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운 6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영업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올 초 방위사업청의 입찰제한 행정처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방사청은 2월 KAI에게 약 1년 9개월간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입찰 참가 제한토록하는 처분을 내렸다. KAI를 부정당업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경우 최대 2년간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의 입찰자격이 제한된다. KAI는 현재 △원가 부풀리기 △업무상 횡령 혐의 △채용특혜(뇌물 혐의)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불거진 KAI의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된 사안으로 하성용 전 KAI 사장을 포함한 3명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물론 KAI의 공공기관 입찰 참가 제한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 KAI는 행정처분을 받자마자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KAI는 현재 부정당업자 지정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재제처분 취소소송이 예상되고 있다.

재무와 리스크를 관리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는 입찰자격 제한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물량 상당 부분을 정부기관에 의존하는 KAI에게 1년 9개월간의 입찰제한은 사실상 영업정지 선고와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KAI의 재무를 총괄하는 인물은 김준명 관리본부장(상무)이다. 커뮤니케이션실장을 맡고 있는 김 상무는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관리본부장도 겸임하게 됐다. KAI의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실제로 이를 대비해 현금 확보에 주력했던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KAI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7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에 더해 입찰제한까지 확정됐을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KAI가 1분기 현금을 대량으로 확보한 것은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방사청의 입찰제한 처분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며 "입찰제한에 대비해 방사청으로부터 미리 계약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