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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스튜어드십본부' 의결권행사 꼼꼼해졌다 [스튜어드십코드 발동]ESG 기준 맞춰 '눈높이' 높여, 기업·임원 윤리까지 따져

허인혜 기자공개 2020-05-27 13:33:38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2년차를 맞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스튜어드십코드팀을 본부로 격상시킨 뒤 투자 회사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본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서치 업무를 함께 수행하도록 하면서 의결권 행사에 대한 기준점이 ESG 중심으로 크게 높아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3월 주주총회보다 더 많은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달 미래에셋운용이 공개한 1분기 '의결권 행사 및 불행사 세부내역'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3월 말 주주총회에 상정된 1330건의 안건 중 120건(9.02%)을 반대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대부분이 3월 주주총회를 개최해 사실상 한 해 분량의 의결권을 행사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1285건의 안건 중 89건에 반대표를 던져 반대 비율이 6.92%였다.

지난해 하반기 스튜어드십코드팀을 본부로 격상한 뒤 치러진 첫 주주총회다. 미래에셋운용은 2017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이듬해 스튜어드십코드팀을 꾸렸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 본부를 신설했다. 본부를 구성하며 스튜어드십코드를 전담하는 팀장급 인력을 충원해 전담조직의 규모를 늘렸다.

반대의견 행사 사유는 '기업윤리'에 초점을 뒀다. 미래에셋운용이 올해 ESG 평가 지표를 자체 개발하는 등 ESG 투자에 무게추를 두면서다.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상반기에만 '미래에셋 지속가능ESG채권증권투자신탁'과 '미래에셋글로벌ESG사회책임투자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을 출시하고 지속가능 ESG펀드가 자체 ESG지수를 벤치마크하도록 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본부가 주주활동과 더불어 ESG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팀을 스튜어드십코드본부로 격상하면서 공시내용 구체화와 의결권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ESG 리서치를 병행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의결권 행사에 반영한다"고 답했다.

반대 사유가 가장 구체적인 안건은 사내·사외이사 선임의 건이었다. 올해는 추천 후보와 투자사와의 직접적인 관계성은 물론 소속 법무법인의 법률자문 이력이나 과거 수상 내역까지 확인하는 등 의결권 행사 사유가 자세해졌다.

지난해에도 사내·사외이사 선임에 복수의 반대표를 던졌지만 사유는 비교적 단순했다. '장기연임이 독립성을 저해한다', '동 후보가 회사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등이었다.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의 최근 의결권행사 공시와 비교해도 미래에셋운용의 사유가 훨씬 구체적이다.


예컨대 코웨이의 안건이었던 '사외이사 이다우 선임의 건'을 두고 미래에셋운용은 넷마블과 법무법인 율촌의 관계를 지적했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면서 넷마블에 법률자문을 제공해 왔던 율촌과 소속 변호사도 추천사 코웨이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운용은 "동 후보는 법무법인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율촌은 넷마블에 지속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해왔다"며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로 인해 동후보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서 독립적인 위치에서 동사의 경영진을 감시 및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명시했다.

또 SK가 추천한 장용석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연세대학교 교수이자 고등교육혁신원의 부원장인 장 후보가 SK의 사외이사로 적절치 않다고 평했다. 최태원 SK회장이 연세대와 협약해 고등교육혁신원을 출범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최영주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두고는 최 후보가 한국여성수리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이 학회가 엔씨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등 엔씨소프트와 최 후보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있다고 봤다.

관계사는 물론 관계사의 관계사에 재직한 이력도 살폈다. 와이솔이 추천한 임상모 감사후보에 대해서는 와이솔과 와이솔의 최대주주인 대덕전자가 삼성전자와 여러 이해관계를 맺고 있어 삼성전자의 글로벌협력팀장 출신인 임 후보가 감사인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미래에셋운용은 이사회 참석률도 평가 지표로 활용했다. 추천사의 재직시절 출석률뿐 아니라 타사 근무이력까지 확인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기준에 따르면 직전임기 이사회에 75% 미만으로 참석한 후보의 이사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한 건의 이사선임 안건도 이사회 출석률을 이유로 반대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주총에서는 이사회 출석률만으로도 반대 의견을 냈다. 롯데케미칼의 '사외이사 정중원 선임의 건'을 두고 미래에셋운용은 정 후보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팜스코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2년간 이사회 참석률이 43.6%로 저조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미래에셋운용은 반대 사유에 "이사회에 성실히 참석하여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동 후보가 사외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는 구체적인 판단 배경도 적었다. 같은 이유로 반대표를 받은 후보는 하나투어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한상만 후보 등 5명이다.

기업 경영진의 책임의식에도 초점을 맞췄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분 0.5%를 보유한 강원랜드는 김호규 전 이사 등 6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감경의 건'을 내놨다. 김 전 이사 등은 강원 태백시 태백관광개발공사에 150억원의 자금 지원안을 찬성했다가 배임 판결을 받아 태백시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강원랜드·태백시 갈등과는 별개로 해당 이사진이 '이익이 분명한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들은 기부안 결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업기회, 기대이익 등 무형적 이익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임원진 보수한도 증액이나 지급 결정권자 변경 안건도 보수 지급률과 성과 지표, 퇴직금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롯데케미칼은 3월 주총에서 회사발전에 공로가 있는 임원에 대한 특별공로금 지급 주체를 주총에서 이사회로 변경하겠다는 안건을 냈다.

미래에셋운용은 부적절한 퇴직공로금 지급·회사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의 가능성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신세계와 대우건설, 현대중공업지주와 씨젠 등은 이사회 보수 한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미래에셋운용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편 3월 주총의 '뜨거운 감자'였던 한진칼과 주주연합의 대결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한진칼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래에셋운용은 △회사의 이사회가 지배구조와 재무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고 △한진그룹의 주요 업종인 항공산업의 업황이 심각한 수요부진을 겪고 있으며 △주주연합 이해관계의 불투명성과 후보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 등을 사유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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