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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생명, 몸집 비해 아쉬운 수익 창출력 [외국계 보험사 경쟁력 분석]③매각설 일축, 진출 국가서 철수 사례 없어…바이탈리티 성장동력 마련 '박차'

이장준 기자공개 2020-05-29 13:32:22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장세가 뚜렷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서 M&A도 활발해졌다. 중견사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에 넘어간 데 이어 올해에는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 품에 안긴다. 아직 남아있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히스토리와 포트폴리오상 강점 등 경쟁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7일 16: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특히 한국은 생명보험에 있어 가장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곳이다."

2017년 응 켕 후이 AIA그룹 회장은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지점의 법인 전환이 매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미 시장 포화로 성장성이 정체된 데다 2007년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며 그룹 내 위상이 약화한 상황과 다소 맞지 않았으나, 회장이 선을 긋자 매각설은 잠시 수그러들었다.

다시 매각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작년 말 차태진 전 사장이 임기 1년을 앞두고 돌연 물러나면서다. 마침 AIA그룹 홍콩 본사가 반중 시위 문제로 수익이 급감한 데다 피터 정 신임 AIA생명 사장이 과거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약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당시 정 사장이 직접 매각설을 부인하고 보험·헬스케어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응 회장이 금명간 퇴진하겠다고 선언했고 AIA그룹이 중국 시장에 집중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매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게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A생명은 푸르덴셜생명 매각 이후 잠재적으로 시장에 나올 보험사 중 하나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라며 "글로벌하게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보장성보험으로 갈아타면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 자본확충 부담이 적다는 게 AIA생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만 바이탈리티 보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매각된 푸르덴셜생명과 비교할 때 순자산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2011년 보장성 포트폴리오 변경, 저금리시대 '신의한수'

AIA그룹은 지난해 100주년을 맞았다. AIG그룹 산하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자산가치가 높은 계열사부터 정리하는 과정에서 분리됐다. 2009년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독립된 사업체가 됐고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국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에는 1987년 라이나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점 형태로 진출했다. 당시 명칭은 AIG그룹 소속 알리코(ALICO)그룹의 이름을 따 알리코생명이었다. 1997년 아메리카생명, 2000년 AIG생명으로 변모했고 2009년 지금의 AIA생명이 됐다.

단조로웠던 국내 보험시장에 물 건너 다양한 제도와 상품을 처음 들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1988년 도입한 생명·손해보험 겸업 대리점 제도와 질병보험(FIH) 상품이 좋은 예다. 1992년 무배당 상품, 2000년 다이렉트 마케팅 영업도 마찬가지다.


AIA생명은 2011년 상품 전략에 변화를 꾀했다. 기존 저축성 상품 중심에서 보장성상품 위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당시 연금 등 노후보장 관련 저축성상품을 많이 팔았던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보장성보험은 종신보험을 제외하면 월납보헙료가 작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생보업계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과거 많이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 부메랑이 돼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다.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하에서도 저축성보험은 책임준비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AIA생명이 생존을 위해 택한 상품전략 변경이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금 비율이 높다. LAT는 IFRS17 도입에 앞서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만든 제도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IFRS17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는 뜻이다. AIA생명의 LAT 잉여금 비율은 17.3%로 푸르덴셜생명(16.86%)보다 높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기준치를 여유 있게 웃돈다. 작년말 기준 254.99%를 기록했다. RBC 비율이 100%라는 건 보험금을 100% 지급할 수 있는 자본여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감독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보험사에 권고해왔다. 같은 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224.87%)보다 높지만 라이나생명(305.1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AIA생명은 RBC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지나치게 높일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RBC비율이 너무 높다는 건 자본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두고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AIA생명은 지난 6년간 RBC비율을 200~300%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2018년 법인전환 후 순익 주춤…바이탈리티 경쟁력 '아직'

순이익은 법인 전환을 기점으로 뚝 떨어졌다. AIA생명은 2017년 7월 법인 설립 후 2018년 1월 AIA인터내셔널 리미티드 한국지점의 사업 일체를 장부가액 1조9113억원에 포괄 양수했다. 2017년 역대 최대치(2876억원)였던 순이익은 이듬해 4분의 1(686억원)로 줄었다.

법인 전환에 따른 세금이 일회성 비용으로 발생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헬스케어 사업 투자에 나서면서 사업비율이 상승했고 이사회 등 인프라 구축 비용 탓에 영업외부문도 손실 전환한 것도 주효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이 1년 새 4.46%에서 2.75%로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은 4.27%로 회복했으나 사업비가 180억원 더 들어가면서 개선폭이 줄었다. 지난해 AIA생명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169억원 증가한 855억원을 기록했다.

*자료=생명보험협회 공시실

지난해 신계약 지표만 보면 언뜻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AIA생명의 신계약(일반+특별계정)은 1년 새 1조6682억원 줄어든 14조474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반계정 기준으로 AIA생명의 초회보험료 수입은 2016년 1363억원에서 계속해서 늘어나 작년말 3810억원에 이르렀다. 특별계정(퇴직보험·퇴직연금·변액보험) 부문은 신계약이 줄었지만 주력인 보장성보험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표 상품으로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간편심사보험인 유병자보험이 있다. 현재는 생명·손해보험 업계를 가리지 않고 취급하고 있다.

저축성보험 중에서는 달러보험의 강자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으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달러보험을 취급하던 때도 있었다. 옛 AIG 시절 채권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기상품을 계속 유지해왔다. '(무)골든타임 연금보험 달러형' 상품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총 1조1460억원의 보험료를 유입했다.

다만 후발주자들이 상품을 따라 만들면서 보험업계에서는 AIA생명 상품이 과거보다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차별화를 하기 위해 2018년부터는 고객 건강습관 형성 프로그램인 'AIA 바이탈리티(AIA Vitality)' 서비스와 결합한 상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약 16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가입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건강관리 경향, 실제 달성 효과, 행동예측 등 보험에 결합 가능한 정보를 장기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은 투자 단계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A생명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어졌다"며 "최근 바이탈리티를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고 하지만 의료규제 등에 부딪혀 투자비용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A생명은 멀티(Multi) 판매 채널 전략을 강조해왔다. 특정 채널에 쏠리지 않고 여러 채널이 동시에 고르게 성장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대면영업과 다이렉트 마케팅(DM) 채널이 주축이 됐다.

최근에는 전속 설계사 인력이 1359명까지 줄면서 DM 채널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푸르덴셜생명(2054명), 메트라이프생명(3361명), 오렌지라이프(5126명) 등과 비교하면 한참 적은 수다. 2018년 메트라이프·라이나생명 등 다른 외국계 보험사처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도 설립하려 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측 부인 불구 꾸준한 매각설...순자산 대비 수익성 떨어져

최근 푸르덴셜생명까지 매각되면서 업계에서는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과 더불어 AIA생명이 잠재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지목했다. AIA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바이탈리티 등 장기적인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건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며 "AIA그룹이 진출한 18개국 가운데 아직 엑시트한 사례는 없다"고 매각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매각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생보업계에서 AIA생명의 위상은 중간 정도다. 총자산(17조2001억원) 기준으로는 총 24개 생보사 중 14위에 위치한다. 순이익도 855억원으로 업계 11위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시 적용한 주가순자산비율(0.78배)을 그대로 적용하면 몸값은 비싼 편이다. 순자산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AIA생명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한 순자산은 2조235억원이다. 여기 PBR 0.78배를 적용하면 몸값은 1조5783억원 수준이다.

같은 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두 회사의 몸값은 각각 1조1089억원, 1조3067억원이다. 그런데 총자산은 메트라이프생명(21조6141억원)보다 작고, 순이익도 두 회사에 못 미친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여부를 떠나 PBR로 산정한 밸류에이션은 상당히 높지만 몸집에 비해 벌어들이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인수자 입장에서 매력도가 낮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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