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한-중 '반세계화' 위협 속 과학기술 협업 강화해야" [China Conference]리우 치안 홍 CASI 사장 "과학·신기술 분야 양국 비교우위 결합…장기적 세계 경쟁력 확보"

김수정 기자공개 2020-05-26 16:54:5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6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점점 뚜렷해지는 반세계화 기조에 대응하려면 한국과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보다 넓고 깊게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기술, 신산업 분야에서 상호 비교우위를 결합하고 이전보다 강력한 협업을 추진해야 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26일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0 더벨 차이나컨퍼런스'에서 리우 치안 홍(Liu Qian Hong, 사진) 중국과학기술산업투자관리유한공사(CASI) 사장은 중국 현지에서 사전 녹화 형식으로 진행된 발표를 통해 "반세계화 시대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했고 좋은 협력 관계를 맺어 왔기에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CASI는 중국과학원 산하 과학기술 전문 투자기관이다. 첨단제조업부터 정보기술산업과 칩, 신에너지 자동차, 의료 등 분야의 대표적인 회사에 투자해왔다. 중국 공업용 로봇 1위 기업인 신송로봇과 스마트 플랫폼 기술 서비스 기업 선더소프트, 중국 최대 3원계 양극 소재기업 롱바이 등이 대표적이다.

리우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바일인터넷, AI,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이 '스마트화'라는 특징의 새로운 산업변혁을 가져오면서 인류가 스마트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스마트 시대에 우리는 역사적인 투자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1950년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세 차례 정보기술 물결을 경험했다"며 "1950~1980년대에는 반도체와 PC를 중심으로 한 제1의 정보기술 물결이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 굉장히 위대한 회사들, 이를테면 HP와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텔, 삼성 등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2의 정보기술 물결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시스코, ARM, TSMC, 퀄컴,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획기적인 회사들이 탄생했고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회사들도 등장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201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제3의 정보기술 물결이 이어지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중국 회사들이 이 분야에서 점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중국은 스마트 시대에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조명했다.

그 근거로 △방대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정보 인프라 △전 세계에서 최대 데이터 생성 규모 △ 세계 최고 수준의 해시파워, 알고리즘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진 공업 체계 △전자상거래, 모바일결제 등 일부 디지털 경제 기술의 발전도 등을 꼽았다.

리우 사장은 "중국은 12억8000명으로 세계 최대 스마트폰 가입자를 보유했으며 세계 최대 데이터 생성 국가"라며 "인텔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데이터 양은 44ZB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5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5년 간 전세계 인공지능 분야 투자 금액의 56%를 미국이 유치한 가운데 중국은 22%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투자 금액을 유치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밖에 중국은 전자상거래, 전자결제 규모 모두 세계 최대 규모이자 UN 산업분류 체계를 모두 전세계 유일의 국가"라며 "중국 정부와 산업계 모두 유례 없이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서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조명했다.

리우 사장은 한국도 스마트 시대에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혁신 기지라고 강조했다. 근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인프라 △기술력 높은 첨단 산업 중심의 제조업 경쟁력 △고도화된 디지털 경제 △세계 최고 R&D 강도 등을 들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루는 등 세계에서 정보 인프라가 가장 발달한 국가로서 디스플레이패널이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세계 5위의 글로벌 제조업 강국 위치를 점하고 있다"면서 "R&D 강도 역시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최고"라고 설명했다.

리우 사장은 반세계화 추세 속에서 한국과 중국이 각자의 강점과 보완해 폭넓고 깊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신흥 기술 강국으로 산업기술 수준이 높고 자원이 풍부하고 중국은 기초연구 분야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며 "양국이 상호 보완을 통해 동반 성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양국 모두 세계화의 수혜국인 만큼 반세계화로 인한 보호무역주의와 제조업 리쇼어링,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해외수요 침체 등은 양국 모두에 도전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며 "이런 배경에서 서로 신뢰와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분업을 해야 효율성과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우 사장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과학기술 기업 역할 증대 △신산업 분야 협력 추진 △자본협력 강화 등을 핵심 추진 과제로 제안했다. 그는 "중국의 지재권 보호 부족이 양국 협력을 제한한 주 요인이었다"며 "작년 12월 체결된 중미 협상 1단계 합의를 계기로 지재권 부분이 향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한중 기술협력도 보다 심도 있게 진행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간 한중 양국 협력이 정부와 연구기관 위주로 진행됐는데 앞으로는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또한 양국 과학기술 협력이 지금까진 기초과학, 전통분야에 집중됐었지만 앞으로는 반도체 정보기술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분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본의 힘으로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예컨대 자국 기업들이 상대 국가 자본시장에 상장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글로벌 패러다임은 영국-미국, 유럽-러시아, 한-중-일 등 '3극' 체제로 변화할 것"이라며 "한중일 경제 규모는 총 21억조달러에 달할 만큼 방대하고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완전한 산업 체인을 구축하고 있어 향후 세계 경제 발전에 있어 중요한, 심지어 주도적인 역할까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전 산업계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리우 사장은 "인공지능 기술은 육성 단계와 과도한 희망 단계를 지나 과도한 실망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 단계가 지나면 산업이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가정용, 개인소비용도보단 산업 분야, 기업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저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고 자율주행차나 보안 부분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올해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 전망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중국 증시에는 2018년 대비 50% 증가한 245개 회사가 상장하는 등 IPO 풍년이 이어졌다"며 "올해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하반기 시행 예정인 창업판에서 보다 많은 기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과학기술 기업도 중국 IPO를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기업이나 벤처캐피탈(VC)들이 3~4년 전에 비해 최근 한국 등 해외 기술업체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정부 규제 영향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해외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것에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몇 년 전 나온 규제는 구체적 목적 사업이 없는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것에 집중돼 있을 뿐 실체가 있는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건 절차를 거쳐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중국 기업이나 VC의 해외 과학기술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중국 내부가 아닌 목표시장의 규제"라며 "특히 미국시장이 역외자본의 본토 과학기술 투자에 많은 제약을 가해 중국으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때문에 우리로선 미국보단 한국이나 일본, 이스라엘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투자를 통해 상호 신뢰를 갖추길 원한다"고 마무리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