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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재벌시스템]네이버의 '총수 없는 대기업'은 뉴웨이 될까⑤지분 분산된 민영화된 공기업과 거버넌스 차별점…창업리더십 대안 모색해야

원충희 기자공개 2020-06-19 07:27:10

[편집자주]

세계 최대 농업·식품회사인 카길은 비상장이고 가족지배 기업이지만 현재 가족이 경영하지 않는다. 세계적 플랫폼 기업 구글도 창업자들이 1선에서 모두 퇴진, 인도 출신 순다르 피차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소유·경영의 분리 사례다.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은 한국 기업은 태생적으로 소유·경영의 융합모델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고도 성장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경영 3·4세 시대에 접어들며 변화를 요구받는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이 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내부통제·조직구성에 까지 영향을 줄 사안이다. '포스트 이재용 선언'은 곧 '포스트 재벌시스템'이다. 이재용 선언 이후의 재벌시스템, 나아가 4차산업혁명 이후의 재벌시스템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6일 13: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의 지배구조 종착역은 결국 '총수 없는 대기업'이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분이 초창기 12.13%에서 현재 3.7%로 상당부분 희석됐다. 타 그룹의 경우 3~4세대쯤에 불거지는 현상이 네이버에는 창업 1세대부터 나타났다.

50% 이상 부과되는 증여·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녀세대로 내려갈 때 지분율은 소액주주 수준으로 줄어든다. 오너십이 거의 사라진 네이버에는 혈연 등으로 이어질 총수 후계자가 사실상 없다. 이 GIO의 자녀가 오랫동안 회사 안에서 커리어를 쌓아 영향력을 갖춘다면 몰라도 현재로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이다.

네이버와 같은 총수 없는 대기업은 재벌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총수없는 대기업 사례론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치명적인 단점을 여러 번 드러낸 적 있다. 중장기 가치를 지향하는 리더십 부재로 단기성과 치중, 내부통제 부실, 외풍 취약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네이버는 총수없는 대기업을 추구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장기적 경영 목표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오너십은 없지만 강력한 내부 통제 시스템도 구축해 놓았다. 외풍에도 비교적 흔들리지 않는다. 네이버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걸으며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

◇단기실적 매몰, 외풍, 내부통제 부실 등 '부작용'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64곳 가운데 9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에선 7개사가 총수 없는 대기업이다. KT&G, 포스코, KT는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국민연금이 대주주다. 대우건설, 대우조선, HMM의 경우 구조조정으로 산업은행에 넘어간 회사들이다. S-Oil, 한국GM은 외국자본이며 농협은 전국의 농·축협조합이 출자해 만든 농협중앙회가 최대주주다.

모두 일반 사기업과 다른 역사를 지닌 곳이다. 반대로 말하면 순수 민간회사가 자발적으로 총수 없는 기업이 된 사례가 없다. 그런 점에서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는 네이버는 특이 사례다.

총수 없는 기업은 사주 일가의 세습경영으로 불거지는 각종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법을 넘나드는 증여·상속이슈는 물론 사회물의를 일으키고도 견제되지 않는 오너일가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위험이 없다. 다만 그 못지않은 부작용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오너십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주인 없는 기업을 전문경영인이 임기제로 경영하다보니 기업의 장기적 가치보다 단기실적에 치중할 우려가 있다. 특히 국내에선 전문경영인 대표이사(CEO)가 10~20년씩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지 못한 탓에 임기 내 치적 쌓기에 급급할 유인이 크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CEO가 사내 파벌이나 이해관계 집단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외풍에 흔들리는 것도 고질적 문제다. 포스코, KT, KT&G는 대표이사 선임 때마다 내·외부 정치적 압력에 시달렸다. 최고경영자가 불분명한 이유로 사퇴하고 선임되면서 커진 사회적 불신은 기업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런 회사일수록 내부통제 리스크에 자주 노출돼 있다. 대우조선은 차장급 인사가 2734차례에 걸쳐 회삿돈 169억원을 횡령했음에도 사내통제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의 경우 대주주 산업은행이 해외사업 부실 정황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매각 직전에 뒤통수를 맞았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오너리스크와 경영승계, 기업지배구조 관계 분석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CEO 리스크 발생은 소유구조 혹은 지배주주의 존재 여부 등과 무관하다"며 "소유가 분산된 금융지주회사, 기업 등에서도 CEO 선임과 승계를 둘러싼 위험요소와 회사가치 훼손 문제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경영진 성과지표 투명화, 이사회 활동성 강화 '대안'

국내에선 금융지주사와 민영화된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총수 없는 기업의 단점에 대처하는 방안이 연구돼 왔다. 많은 연구자들이 꼽은 대안은 장·단기 가치를 융합한 CEO 성과평가체계 확립과 이사회 강화, 특히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다.

네이버는 CEO 평가체계를 당해 사업연도에 대한 성과와 2년 단위의 장기성과를 측정해 보수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구성해놓고 있다. 이사의 보수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도록 설계된 점은 긍정적이나 구체적 비중이나 산식은 공개하지 않는다.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성과측정지표를 공개적으로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전문성 있고 독립적인 이사진이 경영진 평가와 CEO 승계절차를 주관하고 외풍이나 사내 파벌의 개입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정교하고 투명하게 선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2019년 6월 기준)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간된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운영실태' 리포트를 통해 "이사회 구성원인 사외이사는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돼야 할 뿐만 아니라 회사 전략에 부합하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며 "적격한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사추위 운영실태를 보면 상설기구로 적절히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다뤄지는 안건의 종류도 대다수가 후보추천 또는 후보승인에 그쳐 역할이 제한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2019년 ESG와 지배구조 등급 B+를 받은 네이버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금융지주사에선 외부전문기관 및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받아 선임하며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누가, 어떤 경로로 추천됐는지를 밝히고 있다. 심지어 최초제안자의 실명도 공개돼 있다. 이에 비하면 네이버는 이사회 의장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누가, 어떤 루트로 추천했는지 찾아볼 수 없는 등 미흡한 면이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 커리큘럼과 활동평가 역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오픈되는 출석률과 의안 찬반율만으로 이사회 멤버들의 활동을 평가하기 어렵다. 금융권에선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되 권력화를 막기 위한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공시하는 제도의 도입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사외이사 권한을 키우다보니 상호추천으로 연임하면서 권력기구화 되는 단점이 불거진 탓이다.

거론되는 내용은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사외이사의 의견과 질문횟수, 발언시간, 개선책 권고 등을 평가지표로 개발하고 인사·노무, 재무, IT 등 분야별 위원회를 구축해 전문안건을 취급토록 운영을 정교화하는 것이다. 또 이를 공개해 이사회가 성실한 감독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토록 유도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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