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지이, CB 차환 발행 '유동성 숨통' 콜옵션 대상 한정, 박창호 회장 지분 희석 방어 목적…자사주 부채상환에 투입
김형락 기자공개 2020-07-07 08:19:5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08: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스콘·레미콘 제조기업 에스지이(SG)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기간이 임박한 275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차환 발행에 성공했다. 기존 CB보다 이자율을 낮추고, 매도청구권(콜옵션)도 확보했다. 이자 비용을 줄이면서, 경영권을 지킬 안전장치까지 마련한 자금 조달이다.3일 업계에 따르면 SG는 지난 1일 140억원 규모 9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조달 자금은 전액 1회차 CB를 상환하는 데 쓸 계획이다. 9회차 CB 납입일은 오는 9일이다. 발행대상은 케이비티에스중소벤처기술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40억원), 파로스 SG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0억원) 등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105억원 규모로 7회차 CB를 발행했다. 80억원은 1회차 CB 상환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25억원은 원재료 및 운반비 선급금으로 사용한다. 발행 대상은 IBK금융그룹 시너지아이비 메자닌 신기술 조합(20억원), 파로스 아르고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15억원) 등이다.

SG가 7회차·9회차 CB를 발행해 오는 23일 1회차 CB 풋옵션 행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SG는 2018년 7월 300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대상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더블유자산운용 펀드 등이다. 1회차 CB 중 25억원만 전환권이 행사되고, 나머지 275억원은 지난 3월까지 미상환 상태다. 발행 당시 1만426원이었던 CB 전환가액은 지난 1월 2525원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SG 주가수준(전날 종가 2075원)에 못 미친다.
SG는 기존 CB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새로운 CB를 발행해 상환 자금을 마련했다. 7회차·9회차 CB 만기이자율은 1%로 1회차 CB보다 1%포인트 낮다. 표면이자율은 모두 0%다. 7회차·9회차 CB 풋옵션 행사기간은 각각 2022년 3월 11일, 2022년 7월 9일부터다. CB 상환까지 2년 정도 여유를 번 셈이다.
SG 관계자는 "7회차·9회차 CB는 1회차 CB 상환 대비 차원에서 발행했다"며 "부족한 부분은 자체 자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콜옵션도 눈에 띈다. 1회차 CB에 없던 조건이다. CB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하더라도 최대주주인 박창호 SG 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다. 7회차·9회차 CB는 콜옵션 매수인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로 한정했다. 박 회장은 1972년생으로 세 명의 자녀들은 모두 미성년자다. 아직 자녀 승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조항은 박 회장 개인 지분 희석을 방어하는 용도로 보인다.
박 회장은 지난 4월 기준 SG 지분 23.13%(보통주 849만467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별관계자로는 지분 10.66%(보통주 391만5681주)를 가진 아내 최순복씨가 있다.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은 총 33.79%(보통주 124만352주)다.
7회차·9회차 CB 주식 전환시 각각 SG 보통주 619만4690주(전환가액 1695원 기준), 673만4001주(전환가액 2079원 기준)가 새로 발행된다. 해당 CB 투자자들이 전량 전환권을 행사하면 박 회장 지분이 희석될 수 있는 물량이다.

SG는 7회차·9회차 CB에 인수대금의 최대 30%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7회차 CB는 31억5000만원(최초 전환가액 기준 보통주 185만8407주 전환 가능), 9회차 CB는 42억원(최초 전환가액 기준 보통주 202만202주 전환 가능)이다. 7회차 CB는 2021년 3월 11일부터 2022년 3월 11일까지, 9회차 CB는 2021년 7월 9일부터 2022년 7월 9일까지 콜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주가 급락시 전환가액이 최대 70% 수준으로 떨어져 주식 전환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SG는 1회차 CB 상환 이후에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 대책을 세워야 한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382억원이다. 유동성 지표는 안정적이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SG 유동비율은 86%다. 유동비율이 100%보다 낮으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부채를 갚지 못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오는 12월 28일까지 차례로 만기가 돌아오는 이자율 2.987~5.5% 수준의 무보증 사채 규모는 총 215억원이다. SG는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05억원을 활용해 60억원 가량을 상환했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장기차입금도 167억원이다.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빌린 자금이다.
SG 관계자는 "무보증 사채는 담보 없이 신용으로 차입한 자금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다"며 "자체 자금으로 무보증 사채를 상환하고, 일부 무보증 사채와 은행 차입금은 차입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도 부채 상환에 활용한다. 김금희 SG 전 부회장이 지난 4월 회사를 떠나며 SG에 보통주 400만8750주를 무상 증여해 자사주가 늘었다. 증여 이후 SG 자사주는 476만3391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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