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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리스크에 흥행 참패 [Deal Story]3000억 모집에 110억 수요 확보…주관사 부담 가중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07 14:44:21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공모 회사채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모집금액 3000억원에 11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리스크가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프로젝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과업이다. 그러나 인수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인수한 뒤에도 무거운 재무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려뒀다.

◇7년 만의 미매각…주관사 부담 가중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6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은 모두 3000억원으로 2년물 1500억원,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시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2년물에 10억원, 5년물에 100억원 등 모두 11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리테일 투자자들이 2년물에 조금 참여하고 보험사 일부가 5년물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 7년 만에 미매각 사태가 다시 벌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2년 11월 공모채 시장에 데뷔한 이래 2013년까지 두 차례 미매각을 겪었다. 2012년 공모채 시장 데뷔전은 쉽지 않았다. 2500억원 모집에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2013년 1000억원 규모로 공모채를 발행할 때에는 1년물에 90억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돼 2018년까지 해마다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연속으로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가 예견됐던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이전에도 투자자 반응이 싸늘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투자자 반응이 차가운 점을 고려해 공모채 발행구조를 짜는 데 신중을 기했다. 당초 3년물부터 7년물까지 만기구조를 비교적 길게 구성하려고 했지만 7년물 대신 2년물을 중심으로 만기구조를 짰다.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도 대폭 높였다. 2년물과 3년물은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이 개별민평 대비 +100bp, 5년물은 +120bp에 설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최근 발행된 A+ 공모채와 비교해도 크게 높다.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수요예측 미매각분이 발생하면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서 가장 먼저 인수해주는 것을 말한다.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도다. 산업은행은 2년물 100억원, 3년물 60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공모채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하는 것이다. 3년물에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의 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겪으면서 주관사들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공모채 발행의 대표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은 각각 500억원씩 인수한다. 키움증권은 412억원, KB증권은 370억원, 미래에셋대우는 288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단으로 참여한 유진투자증권에게 배정된 물량은 23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리스크 부각

아시아나항공 인수 프로젝트가 투자자들이 돌아선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1분기 실적이나 분양실적이 양호했다”며 “펀더멘탈이 탄탄한 데도 미매각을 겪은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모채로 조달할 자금 3000억원 가운데 1400억원은 기존 만기 도래 회사채를 차환하고 16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으로 쓰기로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그해 말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예정인수금액은 모두 2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하는 금액은 2조원이다. 보유현금과 차입금으로 조달할 금액은 약 1조68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인수작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펀더멘탈 약화 등을 이유로 재협상 요청이 이뤄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

인수하고 나서도 힘겨운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유동성과 재무능력이 저하될 것으로 내다보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0가 된다.

이 때문에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늘고 국내 주택 분양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했는데도 투자자들이 싸늘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번 공모채는 13일 발행된다. KIS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 등 민간채권평가회사 3사의 6월 30일 기준 개별민평금리는 2년물이 1.74%, 3년물 1.88%, 5년물 2.3%다. 여기에 1%가량 높아지면 2% 후반~3% 중반에 금리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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