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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정주영·최종현 넘어 현대차·SK '원팀' 선언 최태원·정의선 첫 개인적 만남 눈길…전기차 사업 이해관계 부합

김경태 기자공개 2020-07-10 08:15:5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8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현대그룹과 SK그룹의 총수들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다. 긴밀하게 교류한 사실도 알려진 적이 없다. 오히려 30여년 전 두 그룹 총수들의 진퇴는 재계의 세대 교체와 세력 판도 변화를 상징하기도 했다. 그렇게 창업주 세대를 넘어 오너 2세 시대에도 별다른 협력은 없었다.

그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계기로 두 그룹은 과거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전경련 '팍스(Pax) 현대' 시대 종료 무렵 '최종현 체제' 출범

현재와 달리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 자리는 '재계 사령탑', '경제 대통령' 등으로 표현될 만큼 위상이 대단했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 고 아산 정주영 회장 등 국내 경제를 일으킨 거인들이 수장을 맡으면서 무게감을 더했다.

전경련 회장을 장기 집권했던 총수로는 아산이 있다. 그는 13대부터 17대 회장을 연이어 지냈다. 1977년부터 1987년까지 권좌를 지키면서 회장들의 회장이라는 뜻으로 '왕(王) 회장'이라 불렸다.

재계에서 아산의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었고 '팍스(Pax) 현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현대그룹의 전성기였다. 아산은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고 구자경 LG그룹(럭키금성) 회장, 고 유창순 회장(전 국무총리)의 전경련 회장 취임을 도우면서 재계 대부의 위상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 재계의 리더 역할을 하던 아산이 정치에 도전하면서 세력 판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던 1992년 대선에서 고 김영삼 대통령에 밀렸다. 동시에 재계에서 아산의 위상도 변화가 생겼고 다른 회장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출처: 전경련

전경련에서 현대그룹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새롭게 리더로 부상한 인물이 고 최종현 SK그룹(당시 선경) 회장이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는 되도록 행동을 자제했다. 현직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경유착이라는 오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전경련 회장직을 완강히 부인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1991년 연말 즈음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태평양증권을 인수하고 1992년에는 제2이동통신을 차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또 재계 대표로 나서 재무부와 한국은행 등 정부당국과 열띤 통화·금리 논쟁을 펼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 최 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재계에서는 1.5세대로 분류됐다. 당시 아산을 비롯한 재계 1세대와 2세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결국 고 최 회장은 1993년 21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당시 아산과 고 최 회장은 반목하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산은 사석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돈인 고 최 회장에 대해서는 조심하며 존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둘의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 당시 재계 세력 판도의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됐다. 아산은 퇴진하고 고 최 회장은 급격히 부상하면서 엇갈리는 모양새가 된 셈이었다. 고 최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되는 과정에서 전경련이 “정주영씨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고 확인하면서 냉엄한 현실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전경련에서 현대그룹의 영향력이 약화했고 그간 '정주영 비토그룹'으로 불리던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다만 고 최 회장은 아산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그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던 1997년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아산의 전기 화보 '세기의 가교 건설자 정주영'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고 최 회장은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아산에 축하를 전했다.

◇아산의 손자-최종현의 장남 시대, 전기차 시장 '석권' 협력

아산과 고 최 회장의 뒤를 이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같은 2세이기는 하지만 연배 차이가 커 서로 흉금을 터놓고 어울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4대그룹 2세의 출생연도는 정몽구 회장(1938년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942년생),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1945년생), 최태원 회장(1960년생)이다.

정·재계 행사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전경련의 위상이 약화된 탓에 더 교류가 적었다는 평가도 있다. 4대그룹의 2세 총수들은 전경련 활동의 전면에 나서는데 부정적이었다. 이는 전경련 회장의 무게감이 떨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이후 갈수록 심해졌다.

정 회장은 4대그룹 총수 중 고 구본무 회장과 친밀했다. 둘은 2007년 북한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대에 관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그 후 의기투합해 합작사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가, LG그룹에서는 LG화학이 주주로 참여했다. 사명은 현대와 LG의 영문 이니셜 알파벳을 합친 '에이치엘(HL)그린파워'로 정했다.


아산의 손자이자 정 회장의 장남인 정 수석부회장 역시 최 회장과 접점이 별로 없었다. 과거 최 회장은 4대그룹 총수 중 막내였지만 현재는 가장 나이가 많다. 다른 수장들의 출생연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968년), 정 수석부회장(1970년생), 구광모 LG그룹 회장(1978년) 순이다. 연배 차이가 나다보니 인연을 맺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최 회장과 정 부회장은 학연으로도 얽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이대부속초·수성중·신일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이어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경복초·구정중·휘문고를 졸업한 후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후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사적인 교류는 적었지만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관계는 발전하기 시작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동안 전기·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SK그룹과도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달 7일 정 부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SK그룹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에서 회동했다.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급속충전·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SK그룹이 운영하는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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