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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콜옵션' 특권의 경제학 [thebell desk]

박창현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0-07-30 08:17:2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투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리스크의 경중만 있을 뿐이다. 리스크가 없는 곳에는 수익도 없다. 반대로 큰 리스크를 안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 당연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향에 맞춰 투자 전략을 짠다.

하지만 여기 투자 리스크는 거의 없지만 수익 창출 기회는 큰 투자 상품이 있다. 전환사채(CB) 콜옵션이 그 주인공이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일정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 원금(전환가액) 대비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 후 시장에서 되팔아 차익을 거두면 된다. 여러 이점 탓에 CB는 많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금융 상품이다.

이런 장점에 더해 '찬스 기능'까지 붙어있는 것이 바로 CB 콜옵션(매도 청구권)이다. 많은 기업이 CB를 발행할 때 콜옵션 조항을 넣는다. 적게는 발행 물량의 20%, 많게는 50%까지 룸을 열어둔다.

콜옵션 보유자는 약속한 콜옵션 물량 만큼을 되 사올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 최초 CB 투자자들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환 및 전환 전략을 짜야 한다. 콜옵션이 다른 모든 투자자들의 권리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콜옵션 투자자가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는 뭘까. 사실상 없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그냥 그 권리를 포기하면 된다. 손실 걱정이 전혀 없는 셈이다. 심지어 단순 권리 형태라 초기 투자 비용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에이스테크와 케이엠더블유 등 잭팟 사례도 무수히 많다.

비용과 리스크 없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런 투자 상품을 누가 싫어할까. 줄을 서서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투자 상품은 소수의 전유물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많은 상장 기업들의 지배주주들 몫이다.

통상 기업들은 CB를 발행할 때 콜옵션 수혜자도 동시에 지정한다. 대부분의 경우 지배주주가 그 권리를 가져간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가 가장 흔한 이유다. 지배주주는 자본 잠식의 위험을 감내하고 모험을 택한 도전자들이다. 따라서 지배주주가 이 탐나는 권리를 독점하고 독식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리이자 이치다.

다만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이 권리가 밀실 속에서 행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콜옵션이 당초 목적에 맞게 행사됐는지, 누가 그 권리를 갖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최대주주가 행사하면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통해 공시가 되지만 제3자에게 넘어갔다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수많은 악용 사례로 인해 발행이 금지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재탕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특권에 걸 맞는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

자정이 어렵다면 금융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권리가 행사되는 순간 모든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권에 걸 맞는 책임을 따져볼 시점이다.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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