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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은행 개점휴업]'수탁거부' 예견된 일, 헤지펀드 급증에 '업무 체증'②만성적 업무 과다, 쥐꼬리 수수료..사고 연루 리스크까지, "차라리 안 한다"

김수정 기자공개 2020-07-28 13:06:40

[편집자주]

헤지펀드 시장의 위기가 수탁회사로 번졌다. 과도한 업무로 수탁업무에 대한 매력이 감소한 시중은행들이 이번에 수탁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운용 업계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은행 수탁 비즈니스가 당면한 문제와 원인, 파장을 더벨이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07: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신규 펀드 수탁을 사실상 중단한 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헤지펀드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서 수탁회사들의 업무량은 이미 오래 전 감당 가능한 범위를 초과했다.

인적·물적 자원에 비해 과다한 업무를 주먹구구 식으로 해온 수탁회사들에게 옵티머스 사태는 경각심을 심어줬다. 미미한 수수료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업무를 소화하는 게 자칫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이 번졌다. 결국 은행들의 수탁 중단 배경엔 과도한 업무 대비 미미한 수익, 그리고 그에 비해 큰 리스크 부담 등에 대한 고려가 종합적으로 깔려 있다.

◇ 사모펀드 수탁업, 손쉬운 비즈니스→골칫덩이 '전락'

펀드 수탁회사는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사무관리사와 더불어 펀드 관련 업무를 하는 4대 주체 중 하나다. 자산운용사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국내외 투자자산을 수탁, 보관하면서 각종 사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하고 일정 수준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에선 신탁업자인 시중은행들이 펀드 수탁업무를 전담해 왔다. 헤지펀드에 대한 전담중개업무를 수행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자도 법적으로 수탁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렇지만 인력이나 시스템상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수탁업무는 제3자인 시중은행에 맡겨 왔다.

그간 헤지펀드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은행들은 판매사로서뿐 아니라 수탁회사로서도 그 과실을 공유했다. 사모펀드 수탁 업무는 공모펀드에 비해 손이 덜 가 은행 입장에서 손쉬운 비즈니스였다.

원칙적으로 수탁사의 역할은 투자유가증권 보관을 비롯해 운용사의 지시에 따른 △수탁 유가증권의 매매대금 수도결제 △원리금 및 배당금 수령 △의결권 행사 △관련세액 원천징수 신고·납부 △순자산가치 산출 회계처리까지 신탁재산에 대한 광범위한 사무를 취급한다.

펀드 기준가격이 적정하게 산출됐는지 검증하는 것과 펀드가 투자자산을 적법하게 매수·매도하는지 감시하는 것도 수탁회사의 역할이다. 기준가가 잘못됐거나 자산운용사의 매매·결제 지시가 법률·감독규정·펀드규약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다만 이 가운데 검증 혹은 감시에 관한 모든 역할이 사모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헤지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크면서 은행 수탁부서 내부에는 업무 체증이 발생했다. 2011년 12월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5년 10월 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운용, 등록, 판매 등과 관련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 이후 급격히 팽창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약 31조원으로 2015년 말 3조원 10배 넘게 불었다. 펀드 수는 3000개를 넘어섰다.

주요 은행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열 운용사와 대형 운용사 펀드만 수탁하기도 버거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수탁사 펀드 수탁고가 헤지펀드 중심으로 늘어난 건 은행들의 수탁업무 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헤지펀드는 특성상 작은 규모로 다수 설정되는 게 보통이다. 대형 펀드 1개를 수탁하는 것에 비해 작은 펀드 여러 개를 수탁하는 편이 번거로운 게 당연하다.

◇비즈니스 확대 필요성 '미미'…옵티머스 사태 '불씨'

은행들이 헤지펀드 성장 속도에 맞춰 수탁업무 조직을 확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물리적으로 어려운 면도 있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수탁사 입장에서 수탁업무가 투입 대비 효율이 좋은 먹거리는 아니다. 수탁보수율은 0.03~0.07% 정도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인 31조원의 0.05%를 수취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수탁회사들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연간 150억원 수준이다.

이에 수탁회사들이 신생 운용사 펀드나 일부 소형 펀드의 수탁업무를 거절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펀드 신규 수탁을 대대적으로 중단하진 않았다. 업무량 대비 미미한 수익은 분명 은행이 수탁업무를 꺼리게 된 큰 이유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수탁업무 부담은 더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 옵티머스 사태는 수탁업무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면서 은행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사모펀드 신규 수탁을 잠정 중단하게 한 불씨가 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자들은 이 펀드 운용사와 판매사뿐 아니라 수탁회사인 하나은행에까지 소송을 걸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사건 때문에 내부통제 부실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사모펀드들이 많이 설정되면서 수탁은행들은 오래 전부터 사모펀드 수탁업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져 왔고 최근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인원이 늘면서 인력이 더 부족해진 탓에 업무가 더 가중된 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 옵티머스 사고가 터지면서 차제에 수탁업무 속도조절에 들어가기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수탁회사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력에 비해 업무량이 많아 기준가가 명확한 전통자산에 한해 선별적으로 받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라며 "요즘 사모펀드 관련 문제가 많기 때문에 수탁부서도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휘말릴 여지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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