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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 열전]집콕덕 '핫템' 등극, 대기업부터 벤처까지 넘본다①인스턴트 HMR과 다른분야, 1000억대 규모 성장…20여곳 각축, 업종경계도 불문

최은진 기자공개 2020-09-14 07:38:59

[편집자주]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알맞은 양의 양념, 조리법 등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밀키트는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재택이 일상화 되면서 집밥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인스턴트 식품인 HMR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별다른 제조공정이 필요없는 사업이다보니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까지도 뛰어들며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다. 밀키트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과 그 현황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고기 샤브샤브 반조리 편의식(Meal Kit, 이하 밀키트)에는 소고기 목심부터 배추·쌈추·적근대·단호박 그리고 육수와 소스까지 요리에 필요한 모든 재료가 들어있다. 준비된 재료를 함께 넣어 끓여주기만 하면 집에서도 외식하는 것과 같은 맛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싱싱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는 인스턴트 즉석식품인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이하 HMR)과는 다른 분야다. 2~4인분 정도의 요리양에 알맞는 식재료와 비법소스 등이 담겨 있어 일일이 재료를 사고 레시피를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요리할 때마다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든다. 소규모 가족단위의 가구에겐 요리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혁명과도 같다.

◇'식재료+레시피' 세트, 반인스턴트식 집밥수요 공략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가 강타하면서 비자발적 집콕이 일상화 됐다. 카페나 식당, 상점까지도 코로나19 영향권 하에 있어 그 어디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는 것조차 감염 불안감 때문에 쉽지 않다. 배달음식이 그 자리를 대체해주곤 있지만 매끼를 해결해주진 못한다. 결국 직접 해먹는 '집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서 밀키트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밀키트라는 말이 국내서 처음으로 쓰인 건 불과 몇년 전이다. 캠핑족, 1인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소량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그러나 간단한 한끼를 만들려고 해도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식재료와 음식물 쓰레기 등은 부담이 됐다. 밀키트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소해주면서 집밥 수요층들을 파고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밀키트는 2007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흥행은 2012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났다. '블루 에이프런'이란 회사가 쿠킹박스(Cooking Box)라는 콘셉트로 1인 혹은 2인 가구들에 매일 새벽 레시피와 식재료를 배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창업 5년만에 조단위 기업가치로 평가받을 정도로 급성장 하면서 캠벨·허셰이·뉴욕타임스·아마존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게 했다. 현재 미국 밀키트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커질만큼 주요 식문화로 자리잡았다.

국내서는 2013년 쿠킷, 2014년 원파인디너 등이 잇따라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당시로선 생소한 개념으로 일상에 파고들지 못한채 철수하는 쓴맛을 봤다. 이후 HMR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식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밀키트도 조명받게 됐다. HMR로 재미를 본 이마트·CJ·동원·한국야쿠르트·GS리테일 등 대기업들도 2017년부터 속속 밀키트 시장에 등장했다.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직전인 2017년만 하더라도 밀키트 시장규모는 15억원에 불과했다. 프레시지·마이셰프 등 일부 벤처기업들이 힘겹게 시장을 형성해 나가던 시절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가세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주거 중심으로 변하면서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밀키트 시장이 2024년 7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을 관측했다. 업계선 지금 성장속도로 봐서는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경우 올 들어 밀키트 매출이 매달 2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쓱닷컴(에스에스지닷컴)에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된 밀키트 매출은 전년도 같은기간보다 450% 증가했다. 아예 쿠팡·위메프 등 이커머스나 배달의 민족 등 배달어플리케이션,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밀키트를 메인 상품으로 내세우며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식품사부터 호텔·유통업까지 기웃…대규모 투자 필요없어, 진입장벽 낮아

HMR이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데 반해 밀키트는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라는 점이 부각된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20~30대 뿐 아니라 인스턴트 식품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50~60대 중장년층까지도 타깃층으로 삼을 수 있는 무기다. 현재 약 4조원대로 성장한 HMR 시장에 버금갈 만큼 파급을 예상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 밀키트 시장에 도전장을 낸 기업은 CJ제일제당·GS리테일·동원홈푸드·롯데마트·이마트·한국야쿠르트·현대백화점·SPC삼립·신세계조선호텔 등 대기업과 프레시지·프렙·마이쉐프·테이스트샵 등 벤처기업 20여곳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식품회사는 물론 유통회사, 심지어 배달, 호텔, 급식업체까지도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업종간 경계를 허물면서 각각의 특색과 경쟁력, 아이디어를 무기로 밀키트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기업의 규모는 물론 업종간 경계도 흔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밀키트는 그야말로 아이디어 제품이기 때문에 대규모 제조설비나 투자 등이 필요없다. 질 좋은 식재료와 레시피, 그리고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기획력과 맛이 흥행여부를 가른다. 제조공정이 들어가는 건 소스나 포장 정도가 전부다. 대량의 가공식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규모 기계설비가 필요한 기존 식품사업과는 다르다.

따라서 앞으로도 밀키트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이 협업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우후죽순 생겨난 밀키트 업체끼리 인수합병이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최근 사례를 비춰볼 때 국내 시장 역시 현 구도가 계속될 지는 장담키 어렵다.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면 할수록 대량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캐파(Capa)에 대한 경쟁력도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밀키트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프레시지의 경우에도 갑작스레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키 어렵다는 것을 최대 난제로 꼽았다. 결국 최후까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유통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밀키트 기획전까지 열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해 대세 식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HMR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것이냐에 대해선 판단하기에 시기상조지만 넥스트(Next) HMR이 될 주도적 식문화로 부상할 것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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