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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사업구조개편]'오너 3세' 정기선 부사장이 그리는 미래④지주사 전환으로 지배력 강화…신사업 육성·디지털 전환 '속도'

이아경 기자공개 2020-09-09 08:27:05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조선업 불황은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도 피할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고강도 인력감축을 단행했고 회사를 쪼개고 합치고 내다파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통해 얻은 재무안정성은 수주 가뭄 속 경쟁력이 됐고 현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있다. '공룡 조선사'의 탄생을 앞두고 그간 현대중공업그룹이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한 변화와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숨가빴던 사업구조 개편으로 높은 재무건전성 외에 또 하나의 결과물을 낳았다. 사업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거치면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승계를 위한 최적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경영에서 손을 뗀 부친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달리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사진)은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2015년 현대중공업 상무로 승진, 2018년에는 현대중공업 부사장에 올랐다.

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다시 오너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2014년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속전속결로 그룹의 새판짜기를 완성했다면, 정 부사장은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그룹의 운전대를 잡을 공산이 크다.

정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의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그리고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까지 총 3개 직함을 가지고 있다.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그룹의 신사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주력인 조선사업부문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그의 역할인 셈이다. 그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진행되는 그룹의 사업구조개편의 흐름도 정 부사장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로봇사업부문을 떼어내 현대로보틱스를 신설법인으로 출범시켰고, 지난 6월에는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조선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과 그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키로 결정했다. 신사업은 본격적으로 키우고, 비주력 부문은 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특히 정 부사장은 현대로보틱스를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챙기고 있다. 국내 1위의 산업용 로봇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자동화 등 신규 사업의 매출 비중을 높이고, 2024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6월에는 KT와 500억원 규모의 Pre-IPO 투자 계약을 체결했는데, 정 부사장은 이를 직접 챙기며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이 주도한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정 부사장의 강력한 주장으로 2016년 11월 현대중공업에서 선박·기자재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떼어내 설립했다. 기존 사업 외에 친환경 선박개조 사업을 도입하며 현재로서는 그룹의 알짜 자회사로 자리잡은 상태다.

조선 부문은 가장 사력을 다해야 하는 사업이다.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이자 추후 그룹을 이끌어나갈 것을 감안하면 책임감은 더욱 막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의 1, 2위 조선사들이 줄줄이 합병하는 등 시장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역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필요한 셈이다.


정 부사장의, 나아가 그룹의 무게중심이 신사업 육성과 주력인 조선사업에 있다면, 이를 아우르는 지향점은 '디지털 전환'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과 함께 정 부사장은 모든 사업부문에서 이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그룹의 주요 파트너인 KT와 함께 5G, 빅데이터, AI(인공지능)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조선사를 추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스마트선박 분야에서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독자기술로 전기추진 선박 건조을 시작했으며, 운항 중인 대형선박에 자율운항 보조기술인 '하이나스(HiNAS)'도 탑재했다. 이밖에 지능형 통합제어시스템, 스마트 원격관제기술, 스마트 유지보수기능, 선박운전최적화 시스템 등의 기술도 선박에 적용될 예정이다.

정 부사장이 이끄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특히나 더 디지털전환에 적극적이다. 기존 디지털 관제센터 외에 모니터링센터까지 완공되면 선박운항 솔루션에 원격진단 서비스까지도 가능해진다. 지난달 말에는 스마트선박, 통합 제어 등 신성장 사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디지털 캠퍼스 울산에 설립키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회사의 지향점은 권오갑 회장이 연초에 발표했듯이 최첨단 조선, 에너지 그룹으로의 변신"이라며 "조선부문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또 한편으로는 신사업을 육성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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