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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날선 여론전...돈 만큼 중요한 '자존심'합의 중단 이후 언론전 재점화, 감정싸움 회복 가능 여부 관심

김성진 기자공개 2020-09-09 08:26:48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7일 13:4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배터리 특허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언론 공방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양사가 진행 중인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관련 합의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결과적으로 분쟁의 핵심은 합의금 규모로 꼽힌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합의를 위한 가능성을 모색했으나 결국 입장차가 큰 탓에 합의가 불발된 바 있다. 올해 협상이 진행되다 중단된 것도 지난해 협상 결렬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존심 싸움은 합의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약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넘도록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사가 주고받은 입장자료만 수십 건에 달한다. 단순히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공방전이라고 보기에는 입장문에 사용된 표현과 단어들이 상당히 날이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년 6개월간 지속중인 분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에 인력유출 논란은 배터리 업계에 한정돼 있었다.

LG화학의 소송을 시작으로 양사는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6월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는 배터리 특허권 침해로 LG화학과 LG전자 등을 미국 ITC에 제소했다. 이와 동시에 국내서도 소송전을 벌이는 등 양사는 배터리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올 2월 미국 ITC의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판결을 내리며 양사의 분쟁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LG화학이 승기를 잡았다는 보도들이 나오며 이때부터 합의에 대한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점쳐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화해무드가 형성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동맹 형성에 대한 논의가 한참 진행 중일 때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검찰에 고소하며 긴장감이 맴돌았다.

당시 LG화학은 "경찰에 고소한 지 1년이 넘은 사건으로 신속히 사실관계를 규명해달라는 취지로 피고소인 성명을 특정하지 않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경찰 고소 사건으로 검찰에 의견서 접수하는 절차가 현실적으로 없어 형식만 고소장 형식으로 진행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LG화학의 고소 시점과 관련해 심상치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감정싸움, 회복 가능할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소송전의 핵심은 결국 합의금 규모라는 분석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언론 공방전이 재점화한 것도 합의와 관련해 양사의 입장 차가 크다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다.

이미 양사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합의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추석 연휴 이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만남이 성사됐으나, 회동 이후 LG화학이 미국 ITC에 조기판결을 요청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났다. 이미 합의금 규모를 놓고 양사의 눈높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감정싸움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법적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명분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합의금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 하는 것도 자존심 싸움의 일환으로 여겨진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의금 규모를 두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결국 이번 기술유출 논란을 바라보는 양사의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쟁이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정싸움은 입장문에 담긴 날선 단어들과 표현들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LG화학은 4일(금) 오후 5시에 ITC 특허소송 제재 요청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표했는데, 그 안에 담긴 내용보다 보도자료 배포하는 이유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LG화학은 "당사가 최근 ITC에 제출한 특허소송 관련 제재요청 보도와 관련해 협상 우위를 위한 압박용 카드, 여론 오도 등 경쟁사의 근거 없는 주장에 사안의 심각성과 정확한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어 해당 사안에 대한 당사 입장 및 제재 요청 관련 상세 내용을 송부한다"고 밝혔다. '협상 우위를 위한 압박용 카드', '여론 오도' 등의 표현을 통해 굳이 감정을 절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곧바로 맞불을 놨다. 같은 날 오후 9시 30분에 보도자료를 통해 "억지 주장을 멈추고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자 함"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추가 보도자료에서는 "LG가 억지로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행위라기보다는 특허권자인 SK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마찬가지로 감정을 배제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시선은 합의 그 이후를 조심스레 살피고 있다. 향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격적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그동안의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렵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막을 들여다보면 배터리 분쟁이 상당히 역사가 오래됐다"며 "LG와 SK의 경우 삼성과는 달리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배터리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군소적으로 분쟁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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