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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투자전략 점검]'차석용의 아메리칸 드림' 새 미래 그리는 LG생건②4000억 투자로 美서 승부수, '음료 다각화' 첫 글로벌 진출 때와 '닮은 꼴'

전효점 기자공개 2020-09-14 11:19:32

[편집자주]

온라인과 기술 기반으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리테일, 식품, 패션, 뷰티, 콘텐츠 부문의 유통 대기업들은 유관 영역의 중소기업 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수년간 주요 유통 기업들의 타법인 투자 현황과 투자 방식, 투자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통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또 그간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로 가시화됐는지, 실패한 투자와 성공한 투자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0일 06: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을 이끄는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기념비적인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초 4000억원의 거금을 베팅해 미국 뉴에이본과 피지오겔 글로벌 사업권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두 건의 인수합병은 그간 중국 시장 성장에 의존해오던 LG생건이 미국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는 또 한번의 진화이다. 피지오겔 인수를 검토하고 있던 연초 신년사에서 차석용 부회장이 언급한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는 "화장품 사업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생활용품 사업에서는 차별화 된 통합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에이본과 피지오겔을 통해 이미 LG생건이 나아가야 할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 한 셈이다.


◇뉴에이본 통한 美 공략, 화장품·온라인·더마 효과

LG생건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뉴에이본을 통해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인수한지 1년도 안 된 올해 상반기 LG생건은 북미에서 258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9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뉴에이본 효과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매출의 양적성장은 LG생건이 현지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기초체력을 만들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색조보다는 스킨케어 수요가 높은 현지 시장을 감안해 LG생건은 피지오겔이나 CNP, 빌리프 등 코스메슈티컬·더마 화장품을 중심으로 방판·온라인 등 비대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단숨에 도약을 가능케 한 것은 뉴에이본 자산의 핵심인 판매원을 활용한 비대면 유통망이었다. 현지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K뷰티 화장품을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이 됐다.

LG생건은 뉴에이본 판매망 정비를 위해 올초까지 아낌없이 투자했다. 미국 지주(LG Household & Health Care America Inc.)에 594억원의 운영자금을 현금출자해 뉴에이본을 비롯해 미주 사업을 재정비하는 마중물로 쓰이도록 했다.

뒤이은 2월에는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 뉴에이본을 통해 북미 시장을 가장 잘 공략할 수 있는 브랜드라고 봤다.

사업권 취득가액은 한화 1923억원으로, 차 부회장이 취임한 후 단행한 수십 건의 M&A 중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그는 피지오겔 인수와 그 이후 인수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을 CEO 직속팀으로 꾸려 직접 주도했을 정도로 미국 신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LG생건은 이달 현재 피지오겔 제품을 미국 뉴에이본 온라인과 디지털 카탈로그 등에 오려 현지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고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뉴에이본이라는 유통망은 미국 시장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인지도 높은 기업"이라면서 "뉴에이본 인수를 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생건은 뉴에이본 디지털 채널을 통해 미국 시장에 보유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美 '퍼즐 맞추기' LG생건 미래 엿볼 청사진

차 부회장은 14년 전 3100억원을 투입해 코카콜라음료를 M&A(인수합병) 하면서 음료 사업부를 키우고, 이를 통해 당시 매출 비중은 컸지만 성장성에는 한계가 있던 생활용품 사업을 다각화 했다. 2012년부터는 국내와 해외 화장품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을 키웠다.

과감한 인수합병과 타법인 투자를 통한 사업 다각화는 차 부회장이 회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성장성을 발굴하는 반복된 전략이었다. 올해 미국 시장 진출도 이 전략과 다르지 않다. 차 부회장은 본업의 세 축(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가운데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이 화장품이라고 판단했다.

LG생건의 화장품 사업은 국내와 중국에 매출의존도가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드, 한한령, 코로나19 등 예기치 않은 악재로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화장품 사업부 실적은 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더 이상 '올인'할 만큼 예전같은 성장성을 담보해주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차 부회장은 총 4000억원을 들여 뉴에이본과 피지오겔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음료사업부를 키워 기존 생활용품 본업의 실적 정체를 방어했듯 화장품 본업에서 중국 시장의 성장성 둔화를 상쇄할 새로운 동력 발굴에 팔을 걷어 붙인 셈이다.

차 부회장은 LG생건을 경영해나가는 과정에서 특정 사업 및 시장에 의존하게 두지 않았다. 다변화된 사업과 시장에서 실적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사업구조를 마련했다. 일본에 이어 미국 화장품 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최근 투자를 통해 5년 후 LG생건의 미래를 어렴풋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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