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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역대급 흥행…효용성 '글쎄', 비판론 대두 사상 최저금리, 이차손실로 상쇄 가능성도…벤치마크 역할 미흡

피혜림 기자공개 2020-09-14 17:13:0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1일 07: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약 15억달러에 달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성공적으로 발행했지만 효용성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등장 이후 외국환평형기금의 본 역할인 환율 안정 부문의 비중이 줄어든 데다 시장 벤치마크(benchmark)로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번 외평채는 차환이 아닌 순발행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샀다. 조달로 국가 부채 증가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 역대 최저 금리 달성에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차 손실(운용수익과 조달비용 간 차이) 가능성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역대 최저금리 달성 효과, 이차손실로 상쇄 가능성

기획재정부는 9일 7억유로(약 9836억원)와 6억 2500만달러(약 7421억원)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확정했다. 같은날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 모집을 진행한 결과다.

이번 발행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외평채 사상 최저 금리를 달성했다. 흥행에 힘입어 유로화채권(5년물)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쿠폰금리를 제로(0)로 설정해 이자를 없애고 할증 발행하는 형태다. 달러 채권(10년물) 역시 쿠폰금리를 1%로 확정해 역대 외평채 10년물 발행치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발행한 달러채 10년물 쿠폰 금리는 2.5%였다.

금리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외평채 조달에 따른 우려는 여전했다. 외평채로 마련한 기금은 대부분 미국 국채 등의 안전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미국 국채에 일정 스프레드를 얹어 달러채를 찍고, 해당 유입자금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다. 운용수익과 조달비용 차이에 따른 이차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번 달러채권과 유로화채권의 가산금리(스프레드)는 각각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10T)에 50bp, 유로화 미드스왑(EUR Mid Swap)에 35bp를 가산한 수준이었다. 달러채 발행 자금으로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를 사들일 경우 50bp의 손해가 발생한다.

10년 미만물을 살 경우 장·단기 금리 격차 등으로 손실폭은 더욱 늘어난다. 마이너스 금리를 달성한 유로화채권 역시 매입하는 안전자산이 유로화 미드스왑보다 높으면(최대 34bp까지) 추가 비용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환평형기금은 과거 수년간 이차손실을 피하지 못 했다. 2015년부터 3년간 평균 5.6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흑자로 돌아서긴 했으나 수년간의 적자로 운용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다.

◇약 15조 순발행, 부채 증가 불가피…환율 안정 효과 일시적

더욱이 이번 외평채 조달은 차환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다. 연내 외평채 만기도래 물량은 없다. 그동안 차환을 위해 외평채 발행을 이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차환 조달의 경우 만기도래하는 채권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할 경우 비용절감 효과가 더 부각되지만, 이번 조달은 순발행이라는 점에서 해당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이차손실 등의 우려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환율 안정 역할에 기대가 모아지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국환평형기금을 늘릴 경우 일시적인 시장 변동성 확대를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상시적인 조절은 이미 통안증권의 몫으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무역 흑자국이라 달러가 유입되는 구조"라며 "일시적인 사건 발생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외국환평형기금이 완충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일상적으론 통안증권으로 자금을 마련해 달러를 사들이는 형태로 환율을 안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평채는 이제 환율 안정 보다는 글로벌 시장 내 국내 기업들의 조달 여건을 만들어주는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할 사라진 외평채, 씁쓸한 안전 제일주의

하지만 외평채는 더이상 한국물 벤치마크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만으로도 시장 선도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실정이다. KDB산업은행은 코로나19발 시장 위축 속에서 아시아 최초의 우량채 발행에 나서 달러채 조달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시장을 선도하던 패기 역시 빛을 바란 지 오래다. 기획재정부는 1997년 외화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 외평채를 찍어 국내 기업들의 외화 조달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달길 개척에 앞장서는 대신 시장 호황기를 겨눠 성공을 위한 성공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조달 또한 코로나19발 시장 위축 시기를 겨냥하기 보단 BBB급까지 훈풍이 퍼진 이후 나서 뒷북 발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 외평채는 효용이 사라진 것은 물론 이자비용과 이차손실 등으로 국세 낭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사전에 국회 승인을 받아야할 정도로 절차가 단순치 않지만 적정성에 대한 논의 없이 관습적으로 예산안에 포함돼 발행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가 경제 규모가 늘어난만큼 외평채 발행을 통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말 외평채 발행 잔액은 59억달러와 11.26억유로로 원화 환산 시 약 8.3조원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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