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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크레딧 점검]펀더멘탈 악화 속 코로나19 충격…AA급도 '출렁'①크레딧 하락세, 부담 가중…상반기 실적 급감, 하향 트리거 도달 '속속'

피혜림 기자공개 2020-09-23 13:28:48

[편집자주]

성장 둔화와 투자 부담의 이중고에 허덕이던 국내 유통사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AA급 우량 기업조차 적자 실적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지자 재무지표의 악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유통산업 환경과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을 점검해 크레딧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06: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유통기업의 펀더멘탈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현대백화점(AA+)과 신세계(AA0), 이마트(AA0), 롯데쇼핑(AA0) 등 국내 유통 4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급감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국내 유통사 펀더멘탈이 흔들린 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AA+' 초우량 신용도를 보유했던 국내 유통 4사 중 현재까지 해당 등급을 유지한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했다. 2016년 신세계의 등급 하락을 시작으로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이 하향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쇼핑은 올 정기 신용평가에서 AA0에 '부정적' 아웃룩을 달아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도 드러냈다.

◇유통사 실적 급감, 크레딧 하락세 속도 붙을까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둔화됐던 수익성이 더욱 급락했다는 점이다. 2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EBIT/매출액)을 지켜냈던 현대백화점조차 올 상반기말 2.3%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2~3%대 영업이익률을 보였던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업손실을 기록한 신세계는 마이너스(-) 영업이익률로 돌아섰다.

업황 둔화와 재무 부담의 이중고에 짓눌렸던 유통사 펀더멘탈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손쓸 수 없는 수준으로 밀려나고 있다. 재무지표 저하로 올 상반기말 기준 대부분의 AA급 유통사가 국내 신용평가사의 일부 등급 하향 트리거에 도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개별 기업의 주력 사업에 따라 크레딧 방향성과 속도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유통기업 크레딧에 경고등이 켜진 건 2016년부터다. 2016년 신세계 신용등급 하락으로 'AA+' 유통사 크레딧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당시 신세계의 AA+ 등급을 AA0로 1 노치(notch) 하향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유통업에 대한 산업 위험과 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기 시작한 시기 역시 이 즈음이었다.

국내 유통사에 대한 크레딧 우려가 높아진 건 사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소비 패턴 변화와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성장이 둔화되자 유통사는 면세점과 온라인몰 등으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수익 둔화에 재무부담이 더해지자 유통사 펀더멘탈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신세계의 뒤를 이어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도 잇따라 'AA0' 등급으로 내려왔다. 2019년 롯데쇼핑이 AA0로 하향조정된 데 이어 올 상반기 이마트 역시 동일한 등급으로 떨어졌다.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경우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했으나 투자 대비 실적 가시화가 더뎌 등급 하락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사의 재무지표 저하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말 유통 4사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230억원, 10억원, 5354억원 수준이었다. 각각 지난해 상반기 보다 81.7%, 97.6%, 82% 감소한 수치다. 신세계는 3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저하는 커버리지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말 기준 유통 4사의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는 모두 지난해말 대비 상승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롯데쇼핑은 해당 지표 기준 일부 신평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에 도달했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 하락으로 하향 트리거까지 여유가 생긴 이마트도 '순차입금/EBITDA' 기준 NICE신용평가가 제시한 등급 하락 검토 기준에 근접했다.


◇중장기 흐름 예의주시, 주력 사업별 차별화 전망

다만 등급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압도적이다. 신용등급의 경우 2~3개년 평균치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펀더멘탈을 판단하는 데다, 이번 재무지표 급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 영향도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급감한 실적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더이상 AA0 등급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수준의 실적이 장기화될 지 등이 미지수인만큼 온기 실적까지 살핀 후 좀더 중장기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각 유통사의 주력 사업에 따라 실적 전망이 엇갈리는 점은 관전 포인트다. 관련 업계에서는 백화점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등의 경우 비교적 등급 방어가 용이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대형마트 업체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마트 부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 변동성이 큰 데다 온라인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을 상쇄할만큼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도리어 그간 업계 최고 신용등급이 AA0 수준에 불과했던 편의점 부문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GS리테일(AA0) 등 편의점 업체는 1인 가구 확대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 속 수익 방어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으로의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구조적인 위축세가 뚜렷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구매 등이 활성화 됐다는 점에서 유통업 침체 속도가 더욱 가속화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근본은 유통업 구조의 문제인 만큼 개별 기업별 대응력과 실적 전망 등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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