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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매각 중고나라 몸값, 경쟁사보다 낮은 이유는 모바일 전환 늦고 사업 재편도 더뎌 디스카운트 작용

김병윤 기자공개 2020-10-14 08:48:2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3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경영권 매각이 추진중인 가운데 몸값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 전환이 늦은 데다 신사업의 성과가 미미한 점 등이 밸류에이션의 디스카운트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의 최대주주와 유진자산운용은 중고나라의 경영권 거래를 논의하고 있다. 원매자인 유진자산운용은 현재 세부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중고나라의 기존 재무적투자자(FI) 대부분 엑시트(exit)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기존 FI는 보유 지분을 동반매도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enterprise value·EV)로 1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몸값이다. 2018년 중고나라가 NHN페이코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의 지분가치는 800억원이다. 당시 차입금은 없었으며, 현금성자산은 10억원 정도였다. 따라서 지분가치와 EV가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12월 전환사채(CB) 발행 때의 EV 역시 800억원 수준이었던 만큼 1년 사이 기업가치의 상승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경쟁사인 번개장터·당근마켓과 비교할 때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번개장터의 경우 올 초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이하 프랙시스캐피탈)가 인수할 때 EV는 1500억원 정도다. 2017년 네이버가 번개장터의 전신인 퀵켓을 매각할 때 EV는 1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약 2년 만에 몸값이 15배 가량 오른 셈이다. 당근마켓의 경우 지난해 9월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때, EV는 포스트(post)밸류 기준 3000억원이었다. 설립 4년 만에 EV가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중고나라의 몸값이 경쟁사에 비해 낮은 이유는 일단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의 밸류에이션 산출 방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EV/EBITDA 멀티플 등 기존 방식으로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몸값을 산출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자 대부분 적자를 내는 구조 탓이다. 때문에 플랫폼 이용자 수나 연간 거래규모 등 수치화할 수 있는 지표가 밸류에이션에 복합적으로 반영된다는 게 IB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규모는 약 3조5000억원이다. 번개장터의 3배, 당근마켓의 5배 정도의 규모다. 회원 수(네이버 카페+애플리케이션)는 약 2240만명으로 번개장터·당근마켓보다 많다. 번개장터와 당근마케의 회원 수는 각각 1000만명, 900만명 정도로 집계된다. 주요 수치만으로는 중고나라의 더딘 몸값 상승에 수긍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온라인 쇼핑을 주도하는 모바일 전환의 타이밍 실패를 중고나라 밸류에이션의 디스카운트 요소로 꼽고 있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와 애플리케이션 '투트랙'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 회원 수는 1800만명으로 애플리케이션 회원 수의 약 4배다. 여전히 네이버 카페에 사업의 무게중심이 쏠려있으며, 이러한 구조 탓에 애플리케이션의 활성화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2003년 네이버 카페로 개설돼 시장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는 후발주자에 확실히 추월당한 모습"이라며 "네이버 카페는 중고나라의 시장지위에 크게 기여했지만, 현재는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쟁사인 당근마켓의 회원 수는 설립 5년 만에 900만명을 돌파했고, 앞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한 이커머스(e-commerce)업체나 배달앱 운영사보다 회원 수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이러한 점이 당근마켓의 몸값을 단기간 내 제고한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중고나라의 경우 비지니스 모델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 역시 디스카운트로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중고차·중고폰 거래, 재활용품 방문수거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다.

반면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은 확실한 차별화를 지니고 있다. 번개장터는 2018년 에스크로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를 출시했다. 중고나라·당근마켓과 달리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번개페이 운영에 따른 수수료 수입 확대를 프랙시스캐피탈이 우호적으로 봤다는 의견이다. 실제 번개페이 수수료는 번개장터의 주된 수입원 가운데 하나다. 당근마켓은 '오프라인 직거래'라는 차별화된 서비스 방식을 도입했고, 지역사회 커뮤니티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당근마켓의 투자자 역시 기존 중고거래의 취약점인 사기거래를 원천 차단한 비지니스 모델에 주목했다.

PE 업계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NHN페이코로 투자받을 때 페이사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며 "여러 비지니스 모델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점이 중고나라 밸류에이션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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