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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M&A]KDBI 등장, 입찰 흥행 먹구름국내 복수 자산운용사 인수전 참여 포기 가닥, 경쟁 시 열위 판단

이명관 기자공개 2020-10-16 11:11:0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중공업 매각이 본격화된 가운데 KDB인베스트먼트(KDBI)로 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자문사를 선정하고 인수전 참여를 예고한 까닭이다. 다만 KDBI의 등장이 매각 흥행에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KDBI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중공업에 관심을 뒀던 몇몇 재무적 투자자(FI)가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다 KDBI의 등장 이후 입찰 참여의사를 접었다.

14일 IB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인수를 저울질 중이던 몇몇 국내 자산운용사가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국내 자산운용사가 한진중공업 인수를 위해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전략적 투자자(SI)를 물색해왔다"며 "그런데 갑자기 KDBI가 한진중공업 인수전 참여가 예고되면서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회사 정보를 담은 티저를 수령한 이후 스터디를 진행해 왔다. 이와 함께 회사 경영을 맡을 전략적 투자자(SI)를 물색 중이었다. 단독으로 인수하기엔 무리가 뒤따른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한진중공업은 FI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진중공업의 주요 사업은 조선과 건설이다. 매출 비중을 보면 조선부문이 전체의 30%, 건설부문이 60% 정도다. 나머지 10%는 터미널사업·항만운영 등이 책임지고 있다. 조선업과 건설업을 같이 경영할 SI를 물색해야 하는 셈이다.

이들 운용사가 입찰 참여를 포기한 이유로 현재 한진중공업의 컨디션을 고려할 때 KDBI와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목된다.

먼저 FI가 한진중공업에 관심을 둔 배경은 저평가된 주가에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저평가된 주가 덕분에 FI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5000원대의 주가라면 업사이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매각하고 있는 만큼 주가가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7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1주당 가격이 6000원이 채 안됐다. 7월 1일 종가 5810원 기준 시가총액은 4800억원이었다. 매각 대상 지분이 산업은행 외 7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282만9905주(63.44%)와 필리핀 금융기관이 소유 중인 보통주 1666만4044주(20.01%)의 전부 또는 일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3000억원 중후반대면 인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최근 M&A가 본격화하면서 한진중공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M&A라는 이벤트에 투자자들이 반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가는 한 때 1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13일 종가 기준 1주당 가격은 8330원이다. 시총으로 보면 7212억원이다. 석달 새 3000억원 가까이 올랐다. 매수자 입장에선 그만큼 자금 여력이 더 필요해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DBI가 등장했다. 인수를 저울질 하던 FI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문제는 KDBI의 인수의지가 강하다고 했을 때 사실상 경쟁이 될만한 FI가 없다는 점이다. 여타 FI와 달리 KDBI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투자사다보니 높은 주가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곳이다. 굳이 비싼 실사 비용을 내면서까지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SI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자산운용사의 입찰 참여 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높은 주가를 받쳐를 SI가 있다면 밸류 애드를 통한 업사이드를 노릴 수 있는데, 이 방법도 여의치 않게된 셈이다.

한진중공업에 관심을 갖는 SI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조선부문에 있다. 건설부문은 분리 매각 시 거래성사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시장의 니즈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조선부문은 다르다.

수빅조선소의 악영향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조선부문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비우호적 업황의 턴어라운드가 단기간 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업의 경우 글로벌 수주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주요 선종별 선가 역시 떨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최근 5년 사이 LNG선의 선가는 1100만달러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선가는 각각 700만달러, 500만달러 낮아졌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KDBI의 경쟁상대가 현재로선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가격이 책정될 텐데 현재 수준으로 보면 FI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더 힘들어졌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에서 KDBI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경쟁입찰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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