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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시대, 도전과 응전]회장에 오르기까지 25년 "숫자와 실적으로 증명했다"기아차 '디자인 경영'·제네시스 출범, 경영능력 입증…미래 모빌리티 혁신 선도

박상희 기자공개 2020-10-16 11:16:2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이 회장 자리에 오르며 자동차 왕국을 이끄는 리더가 됐다. 1970년생인 정 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으로 입사했다. 경영수업을 시작한 지 꼭 25년 만에 총수 자리에 올랐다.

정 회장 선임은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결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추석 가족모임에서 아들인 정 부회장에게 회장 직을 이어 받으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회장이 그간 보여준 경영 능력과 쌓아온 리더십을 인정받은 셈이다.



1970년생인 정 회장은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마쳤다. 1994년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199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현대차 구매실장, 영업지원사업부장으로 입사했다. 2002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언뜻 무난하고 평탄한 길을 걸어온듯 보이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은 험난하지만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위기가 있는 곳에 아들을 보내 경영능력을 테스트했다. 2005년 정 회장을 기아자동차 사장에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기아차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었다. 국내외 판매 실적이 저조했고, 공격적인 해외영업정책의 전개로 주요 해외판매법인의 수익성 및 재무구조도 크게 취약해진 상태였다. 유동성 위기설도 불거졌다.

정 회장은 '세일즈'나 '재무'가 아닌 '디자인'이라는 타개책을 꺼내들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아우디·폴크스바겐에서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디자인총괄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이 본격적으로 닿은 작품인 'K5'는 기존 기아차의 디자인과는 전혀 달랐다. '기아차도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K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정 회장은 기아차 해외 공략도 가속화했다. 2006년 미국 조지아에 현지 공장을 설립 투자하기로 했다. 그해 10월 기공식을 갖고 3년 1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09년 11월 쏘렌토를 생산하며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조지아공장은 중국 유럽에 이어 건설된 기아차의 세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기지 역할을 했다. 지난해 생산 10주년을 맞이한 조지아공장은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생산 300만대를 돌파했다.

2009년까지 기아차 사장을 지낸 정 회장은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제네시스' 출범을 성공시키라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제네시스는 2015년 출범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다. 제네시스는 기존 현대차가 강조하던 대중화 전략이 아닌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 조직개편 등 전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해 왔다. 현대차가 1967년 창립한 이후 대중차 단일 브랜드로 성장해 온 만큼, 고급차 도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정 회장의 고급화 전략은 적중했다. 제네시스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7만7135대로, 국내 고급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V80과 G80 등은 수입차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첫 번째 출장지로 미국 CES에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모빌리티 사업으로 재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이중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용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수소 경제 확산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초 수소 분야 세계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에 취임했다. 올해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선 보고자로 나서 수소 산업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초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생태계가 흔들릴 때는 수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며 위기 극복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단순 수사에 그치지 않고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장기 과제로는 지배구조 개편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초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경안을 추진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딴지를 걸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개편 작업을 방해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흔들리지 않고 맞대응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안은 무위로 돌아갔지만 정 회장은 '엘리엇'의 공격에 단호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엘리엇은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올해 현대차그룹 관련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정 회장은 2년 전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14일 밝힌 취임사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재계는 정 회장이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2년 전 직접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힌데다 이제 본인이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재계 2위 총수 위상에 걸맞게 지배구조 개편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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