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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출, 캐피탈사 '기대반 우려반' 생계형 적합업종 제외시 새 먹거리 발굴, 시장 진입 따른 경쟁 격화 부담

이장준 기자공개 2020-10-19 07:57:06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6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중고차 매매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캐피탈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나온다.

현대차가 포문을 열면서 그동안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 진출이 막혔던 중고차 매매시장에 캐피탈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대차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부담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중고차 판매의)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중고차 사업을 해야 한다"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 했다.

사실 이는 캐피탈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해온 '숙원사업'이다. 현재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중고차 판매업을 할 수 없다. 오토할부·리스·론 등 자동차금융을 주요 사업으로 삼은 캐피탈사 역시 여기 발목 잡혀 직접 B2C(Business to Consumer)로 중고차를 팔지는 못했다.

가령 리스 기간이 종료돼 캐피탈사가 차를 회수하면 이를 다시 중고차 매매상에 넘겨야 한다. 직접 판매를 할 수 없어 이윤을 거의 남기지 못한 채 도매가로 대량으로 자산을 처분하는 형태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캐피탈사에도 사업 확장의 길이 열린다. 최소한 리스·할부 기간이 끝나 회수한 차량에 한해서는 규제를 풀어줄 것으로 관측되면서 캐피탈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를 필두로 캐피탈사도 그동안 요청해온 중고차 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자동차금융을 해온 곳들은 부속업무로 신청해 사업을 영위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작용하는 '레몬 마켓(lemon market)'인 만큼 매물에 대한 신뢰도를 주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품 마모는 얼마나 됐는지, 오랫동안 고장 나지 않고 탈 수 있는지 등을 현대차가 인증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인증 절차를 거치면서 원가가 올라가면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중고차를 사는 고객들은 생계 차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새 차를 사기엔 가격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현대차가 하면 품질은 확실히 보장하지만 가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가 신차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었다는 지적도 여기 힘을 싣는다. 같은 기종의 신차에 비해 중고차 가격이 너무 낮으면 신차에 대한 구매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어느 정도 중고차 가격대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양질의 중고차를 팔면서 표준가를 높게 형성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로 신차 가격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들었다"며 "인증을 통해 안전한 중고차를 '제값' 주고 사게 하는 식으로 시세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을 하면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주로 이들 물량에 대한 할부나 리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자동차금융자산 중 67.7%가 신차할부·론에 해당한다. 중고차할부·론은 8.1%에 불과하지만, 캡티브(captive) 물량을 통해 성장 여력이 커질 전망이다.

대신 금융그룹감독법 적용 시 현대차가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 '몰아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캐피탈사나 카드사가 현대차가 파는 중고차에 금융을 제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의 신차금융도 캡티브사인 현대캐피탈이 모든 물량을 소화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중고차 매매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었다. 설령 압도적인 시장점유율(M/S)을 차지할 수는 없더라도 현대차라는 대기업이 같은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전언이다.

다른 캐피탈사 관계자는 "이미 신차시장은 현대캐피탈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좋은 중고차금융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다른 캐피탈사는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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