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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기 소부장 점검]'상장' 비나텍, 성도경 대표-투자자 '윈윈' 배경은지분율 희석 최소화, 청약 흥행 덕 재무 체력 대폭 강화

방글아 기자공개 2020-10-28 08:19:42

[편집자주]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지 1년여가 지났다. 당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업체들의 성적표도 하나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시설 투자부터 증시 입성까지 다양하다. 더벨은 전자기기 업계를 중심으로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주요 코스닥 소부장 업체들의 현황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슈퍼캐퍼시터 전문기업 '비나텍'이 최근 코스닥 이전 상장 과정에서 벤처캐피탈(VC) 등 기관투자자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재무 체력을 대폭 보강했다. 특히 창업주 성도경 대표이사의 지분율 희석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설립 10년차 무렵부터 성장을 함께한 기관투자자들 덕에 유상증자에서 유리한 조건을 거머쥔 덕이다.

비나텍은 청약 전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자 발행주식 수를 20% 늘려 목표했던 금액보다 많은 200억원을 조달했다. 이에 공모주의 65%를 기관투자자에 배정하면서 코넥스 상장 시절과 비슷한 주주구성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의 60% 이상에 의무 보유 확약 기간이 설정돼 있지 않아 향후 주주 변동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비나텍에 따르면 최대주주 성 대표의 지분율은 최근 코스닥 이전 상장 과정에서 27.65%로 하락했다. 이전 상장 전 지분율은 31.67%였다. 보유주식수 는 134만7010주로 그대로지만 총발행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희석된 탓이다.

다만 모집 규모에 견줘서는 희석 수준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코스닥 상장으로 2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모집하면서 최대주주가 5% 미만의 지분율 희석을 보인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이전 상장한 제놀루션는 비나텍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110억원을 모집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티에스아이도 180억원 모집으로 18%포인트 희석됐다.


비나텍은 이번 공모로 198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자산총계가 800억원을 넘어섰다. 상장 과정에서 추진한 증자가 중견기업 문턱에 진입할 주효한 트리거가 된 셈이다.

재무구조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적잖다. 자산 확대로 레버리지를 일으킬 여력도 확대됐다. 특히 공모 직후 유동비율이 124.5%에서 202.4%로 상승했다. 이 자금으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예고해 이후 영업활동에 직결되는 유·무형자산 증가로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유입 이후에도 성 대표는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나텍 임원과 가족 등 13인의 우호 지분을 더해 35.23% 가량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창립 멤버인 이창용 전략영업부문장(전무)가 4.0%로 특수관계자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14년 장기 근속자인 이동열 경영지원부문장(1.72%), 아내 전성숙씨(1.64%)가 개인 자격으로 1% 이상을 들고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자로는 묶이지 않았지만 우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대주주가 있다. 조합 등 비히클(Vehicle)을 통해 투자한 L&S벤처캐피탈(8.21%),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7.33%), LG전자다. LG전자는 상장 과정에서 지분 희석으로 주요 주주 지위를 잃었지만 여전히 4%대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LG전자는 2010년 중소기업 상생펀드 주요 출자자로 비나텍에 투자한 뒤 펀드가 만기된 2015년 보통주를 현물배분받아 현재까지 보유 중이다. 최근 상장 공모에서는 보유 물량 전량에 대해 3개월 간 자발적 보호예수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공모 흥행도 이 같은 기관투자자의 호응으로 인해 가능했다. 비나텍은 당초 2만7000~3만2000원대에 공모 희망가를 제시해 5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높은 투심이 확인되자 계획을 바꿔 주당 3만3000원에 60만주를 청약받았다. 액면가(500원) 대비 60배를 웃도는 모집가액에도 흥행몰이가 나타나 최대주주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유동자금을 대거 납입받을 수 있었다.

신주는 기관투자자(65%), 일반청약자(20%), 우리사주조합(15%) 몫으로 각각 돌아갔다. 상장 추진 당시 기관투자자와 우리사주조합에 각각 62%, 18%를 배정했는데, 청약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아 조정이 이뤄졌다. 설립 10년차를 갓 지난 무렵 첫 번째 VC 자금 유치를 시작으로 성장 과정에서 국내 다수 기관 투자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비나텍은 2010년 8월 LG전자와 KTB네트워크에서 첫 번째 VC 자금 10억원을 유치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일신창업투자와 대성창업투자로부터 각각 20억원과 10억원을 추가 수혈받았다. 2014년 10월에는 L&S벤처캐피탈이 20억원, 2017년 10월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25억원을 추가 베팅했다.

2010년 발행된 첫 RCPS의 전환가는 3500원, 2014년 2번째 RPCS 전화가는 5000원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 대비 최고 15배의 차익을 얻는 잭팟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전히 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는 L&S벤처캐피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과 LG전자의 차익 규모가 클 전망이다. 코스닥 이전 상장 이후 현재 5만원대에서 주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L&S벤처캐피탈의 경우 중도 투자 비히클을 여러 차례 옮겨 파악이 어렵지만 어림잡아 200억원 안팎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후발주자로 참여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63억원의 차익을 현금화했고 현재 주가 수준에서 남은 평가 차익도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도 약 120억원의 평가 이익을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과 비나텍 최대주주가 10년여간 견조한 성장세 가운데 '윈-윈'한 셈이다.

다만 이번 공모에 참여한 신규 기관 투자자가 보유 중인 주식 가운데선 별도 의무 보유 확약 기간을 두지 않은 것이 60.7%에 달해 높은 변동성을 안고 있다. 이들 물량이 풀리면 유통주식 수가 급증해 주가와 주주구성 전반에서 적잖은 변화가 점쳐진다. 비나텍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사의 주주구성을 맞이하게 된다. 새롭게 유입될 투자자들이 앞선 기관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창업주 경영에 장기적 우군이 돼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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