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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비한 범현대가, 3세 중심 협력관계 속도내나 정의선 회장 중심 3세 결속 주목...향후 수소·모빌리티 협력 전망

김경태 기자공개 2020-10-28 08:21:3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7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 아산 정주영 회장이 세운 현대그룹은 후대를 거치며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힌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뭉치기도 했다.

범현대가(家) 기업들이 3세 경영자 시대를 맞이하면서 결속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후계자들이 26일 저녁 모임을 가지면서 후대에서도 혈육 관계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미래 대비를 위한 '실리적'인 행보로도 해석된다.

◇'분리 과정·현대건설 인수전' 갈등 불구 지속적 협력 관계

아산이 현대그룹을 이끌던 때 '팍스(Pax) 현대'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재계를 호령했다. 아산을 구심점으로 형제와 자제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그들 모두 쟁쟁한 경영자로 성장했다. 현대그룹과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그러다 2000년에 아산이 타계하고 그룹이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의 골이 생기기도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현대그룹,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그룹 등으로 갈라졌다.

그 후에도 갈등이 생긴 적이 있었다.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정면 충돌했다. 현대그룹은 MOU 체결까지 갔으나 해지하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품었다.

하지만 꼭 으르렁거린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부품사 만도 인수전에서는 협력하기도 했다. 만도는 아산의 동생인 고 정인영 회장이 이끄는 한라그룹이 갖고 있었다. 그러다 IMF외환위기와 함께 부도를 맞이하면서 JP모간과 UBS캐피탈이 합작해 만든 투자회사 선세이지에 매각했다.

그 뒤 2008년초 한라그룹 2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만도를 되찾았다. 당시 아산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회장이 이끄는 KCC그룹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도움을 줬다. 특히 만도의 최대 거래처인 현대차그룹에서 암묵적인 동의와 지원을 한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알려져있다.


◇26일 저녁 회동, 3세 후계자 긴밀…미래 대비 중심 '정의선 회장'

아산과 그의 배우자인 고 변중석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 범현대가는 기일에 제사를 지내며 한데 모였다. 3월과 8월, 일 년에 두 번 청운동 자택에서 혈육 관계를 확인했다. 이 외에 일반에 범현대가의 모임이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달 26일 범현대가 3세들이 서울 강남 모처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가졌다. 선대의 기일이 아니더라도 종종 집안 모임을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2세가 아닌 3세들이 모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제 서로 촌수가 가깝게는 사촌, 멀게는 오촌 이상이 됐지만 '현대'라는 뿌리 아래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달 중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회장으로 올라섰다. 전날 모임은 이를 축하하는 자리로 보인다. 집안 제주(祭主)이자, 범현대가의 적통인 정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다른 범현대가 기업의 3세 경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친척 간의 만남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재 격변하는 산업을 고려할 때 실리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범현대가는 미래 먹거리에서 협업을 가시화하고 있다. 협력 분야는 현대차그룹이 주도하는 친환경차, 모빌리티다. 무게 중심이 정 회장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그룹과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소속해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다. 두 곳은 올해 2월18일 경기 용인시에 소재한 현대건설기계 연구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가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3사가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개발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올해 내에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를, 2021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굴착기의 시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그 뒤로는 실증 시험을 거쳐 오는 2023년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적용된 지게차와 굴착기의 상용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2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기계 3사 간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개발 위한 MOU 체결 장면.


협력 범위를 더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중공업그룹에는 현대오일뱅크가 속해 있다.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충전소로 탈바꿈 시켜 수소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친환경차를 확대하려는 현대차그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한국조선해양도 현대차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수소 선박 개발에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는 것을 노려볼 만 하다.

한라그룹과의 협력도 내다볼 수 있다. 한라그룹은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를 보유해 현대차그룹과 사업적으로 가장 긴밀하다고 볼 수 있다. 만도는 최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관련 역량을 키우면서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이외에 현대비앤지(BNG)스틸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속해 있을 정도로 이미 한 식구다. 정지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도 얼마든지 협업이 가능하다. 최근 신세계그룹을 비롯한 유통기업들은 보유한 부동산, 플랫폼 등을 통해 모빌리티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을 꿈꿨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범현대가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실제 물밑에서 범현대가들은 HDC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면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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