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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해태' 아이스크림 고집하는 이유는 75년 브랜드 역사 높은 평가…정체성 유지하되 시스템만 개편

정미형 기자공개 2020-10-30 09:21:5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7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고도 ‘해태’ 이름을 고집하고 있어 그 배경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75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해태의 정체성을 지키고 조직 내실화를 통해 빙그레의 첫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그림이다.

이달 5일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완료했다. 3월 빙그레는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말경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최종 인수 금액은 1325억원이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 아이스크림사업부에서 올해 초 자회사로 분리된 곳이다. 아이스크림 사업부만 떼어냈기 때문에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로 흡수합병해도 무방하지만 별도의 법인으로 남겨뒀다.

동시에 ‘해태’의 이름도 그대로 남겨뒀다. 보통 인수 이후 기존 업체의 이름을 떼어내고 피인수 업체의 사명을 덧칠하지만 빙그레는 이런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해태아이스크림이 빙그레 품 안에서 출범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빙그레는 해태 이름을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빙그레가 ‘해태’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해태제과는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합명회사가 전신이다. 연양갱을 시작으로 홈런볼 등 제과 분야에서 다양한 장수 브랜드를 가진 업체다. 지금은 매각된 빙과사업에서도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등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반면 빙그레는 1967년 설립으로 해태보다 20년 넘게 설립이 늦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라는 브랜드는 70년 넘게 각인된 브랜드”라며 “빙그레 입장에선 잘 알려진 브랜드가 더욱 늘어나는 격”이라고 말했다.


해태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은 빙그레만은 아니다. 2011년 해태음료를 사들인 LG생활건강도 해태 이름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현재 htb라는 자회사로 해태의 대표 음료 제품인 ‘봉봉’과 ‘썬키스트’ 등의 명맥을 이어가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결국 빙그레도 해태의 이름을 지키는 것이 빙그레에 득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빙그레는 해태 브랜드 유지를 통해 그 정체성과 명맥을 유지하지만 내부 시스템에서는 빙그레 DNA를 심을 계획이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가 빙그레의 첫 M&A인 만큼 급하게 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시스템을 개선시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빙그레 경영기획담당이었던 박창훈 전무를 선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창훈 대표는 빙그레 안살림에 정통한 인물이다. 1986년 빙그레에 입사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빙그레 재경부 상무, 2019년부터 빙그레 경영기획담당 전무를 역임했다. 이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업무의 실무 총괄을 담당한 이도 박 대표다.

박 대표는 내년 여름 빙과 시장 성수기를 목표로 해태아이스크림의 조직 효율화와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아직 해태아이스크림의 조직개편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대표는 조직 구성이나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점진적으로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선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해태아이스크림은 기존 조직을 베이스로 운영되고 있다”며 “빙과 시장이 쉬운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 운영이나 구성 등은 단계적으로 밟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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