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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 '반석'에 올린 권홍사, 도약 위한 변화 결단 경영 일선 퇴진,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고진영 기자공개 2020-11-12 13:38:08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0일 15: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 경영 후퇴를 선언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마지막 일성이다. 권 회장은 시스템 혁신과 전문경영인 체계 안착을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시평 14위로 점프한 반도건설이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더는 미룰 수 없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잘 알려진 권 회상의 승부사 기질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권 회장은 9일 진행된 50주년 사사 발간 기념 사내행사에서 “100년 기업, 세계 속의 반도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각 대표가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며 “각 대표의 역량을 믿고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것은 지난 6월 말이다. 이때 그룹을 건설부문과 투자운용부문으로 재편했다. 건설부문은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로 나누고 각각 박현일 대표와 김용철 대표에게 수장을 맡겼다. 투자운용부문은 김호균 대표가 키를 잡기로 했다. 사업부별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 권 회장은 7월 초 곧바로 반도건설과 반도홀딩스, 반도종합건설, 반도 등 그룹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각 대표들을 서포트하며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이후 반도건설이 LH 단일공급 최대 개발용지인 고양 장항지구 등 주력인 주택사업 외에 공공부문에서도 성과를 나타낸 만큼 전문경영인체제가 자리잡았다고 보고 완전히 퇴진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권 회장은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지역 문화사업과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사업에 힘쓰면서 그룹 계열사들 고문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권 회장의 퇴임이 시의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회사 규모가 중견건설사 톱 수준으로 커진 데다 반도그룹이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군을 꾸려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나선 만큼 반도그룹 경영 구조에 대한 잣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3자 주주연합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투명경영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자 “정작 반도그룹은 전형적인 가족 중심의 재벌 경영 체제”라며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퇴임으로 반도 측이 어느정도 명분을 확보했다고 여겨진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벌어질 양 측의 2차 표대결을 앞두고 전열을 확실히 다듬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측과의 분쟁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테고 회사가 커질수록 시스템을 갖추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권 회장은 ‘주택 외길’에서 일견 안전하게 성공가도를 달린 인물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그의 경영 키워드는 오히려 도전에 맞춰져 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중동 개발사업에 진출했고 소형아파트에 4.5베이 평면을 처음 도입해 불황을 이겨냈다.

2019년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시장의 눈길이 한껏 쏠렸던 올해 초, LA주택사업 진출을 발표하면서 문턱 높기로 유명한 미국 건설시장에 깜짝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조촐했던 첫 시작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권 회장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지만 사업은 부산에서 일궜다. 건설사에 입사했다가 3년 만에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 반도건설의 전신인 태림주택을 설립했고, 차츰 빌라와 아파트 등으로 사업규모를 키웠다.

부산 대표 건설사로 큰 2005년에는 주무대를 서울로 옮겼다. 당시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권 회장은 한술 더 떠 오히려 국내도 좁다고 판단했다.

이듬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진출해 총 공사비 5억 달러의 복합건물 '두바이 유보라타워'를 짓기로 했다. 두바이에서 단순 도급이 아닌 자체 개발사업을 한 것은 반도건설이 국내 최초였다. 잘 나가던 두바이 경제가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어려움이 닥치기도 했지만 2011년 결국 무사히 준공에 성공했다.

안심은 일렀다. 2011년은 건설업계 위기가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중견 건설사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대형 건설사들마저 몸을 사렸다. 권 회장은 설계 혁신을 카드로 꺼내 들었다. 대형 주택의 전유물이었던 4.5베이(전면에 거실과 방 3.5개 배치)를 소형 아파트에 적용하는 평면 특화를 시도했다.

도전이 성공을 거두면서 반도건설은 분양 무덤으로까지 불리던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대형브랜드 아파트를 제치고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경남 양산 신도시, 송산 신도시, 동탄2신도시, 다산신도시 등에서 분양 성공을 이어가며 회사는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44위에 불과했던 시평 순위도 3년간 30계단을 건너뛰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더 성장하려면 우리도 바뀌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회장은 항상 품고 있었다"라며 "지금이 변화의 적기라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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