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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전략 다변화 구심점, SS펀드 첨병 채진호 스틱 본부장10년차 스틱맨…운용사 핵심으로 자리매김

김혜란 기자공개 2020-12-04 08:47:0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는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성공한 몇 안 되는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이어 지난해 하우스 역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펀드 규모만 키운 것은 아니다. 스틱은 대형 펀드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PEF 업계에서 펀드 전략 다변화를 고민했고 한발 앞서 나갔다. 아시아 그로쓰캐피탈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1본부와 1조원이 넘는 스페셜시추에이션(SS·Special Situation) 펀드를 운용하는 2·3본부를 두 축으로 명실상부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10년 전 합류한 채진호 투자2본부장은 스틱을 치열하게 일궈낸 주역 중 한 명이다. 지난 10년간 스틱에서 그는 PEF 세컨더리 펀드와 SS펀드의 론칭과 운용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맡고있다. 시대와 산업 변화의 흐름 속에서 딜 기회를 만들어가는 데 안목과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장스토리: 세컨더리펀드 운용역에서 조단위 SSF 대표펀드매니저로

채 본부장이 스틱에 합류한 건 2010년 6월이다. 그 무렵 스틱은 곽동걸 대표가 이끄는 PE본부와 현재 캑터스PE 대표로 자리를 옮긴 정한설 본부장의 SS본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스틱 합류 전 한국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KCRC)와 컨설팅사 골든폴에서 기업 투자를 담당하며 전문성을 쌓았던 채 본부장은 SS본부 팀장으로 영입됐다. 당시 SS본부는 세컨더리 투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PEF투자에 나선 것은 2012년부터다. 그해 '세컨더리제3호 PEF'가 2390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그동안 세컨더리펀드는 주로 벤처조합 형태로 운용됐는데 스틱은 PEF 운용사들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2000년대 중반 법률 개정으로 경영참여형 PEF가 생겨났고, 이후 5~6년이 지나면서 PEF 운용사끼리 기업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란 판단이었다.

채 본부장은 2015년 또 다른 고민에 직면했다. PEF 세컨더리 투자를 표방한 펀드들이 여기저기 생겨났기 때문이다. 스틱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의 펀드를 시장에 선보일 시점이었다.

기업들 사이에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나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했고, 거기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기로 했다. 이 같은 발상으로 탄생한 게 바로 SS펀드(SSF)다. 대주주가 처한 '특수한 상황' 탓에 지분 일부나 경영권을 팔고자 할 때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와도 결이 달랐다.

국민연금공단이 앵커 LP(출자자)로 힘을 보탠 SSF1호는 2017년 6032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5건의 투자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시장에 안착했다. SSF1호는 2018년 10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투자를 끝으로 5개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담아 93%를 소진했다.

채 본부장은 SSF1호 운용 도중인 2018년 5월 투자2본부장에 취임한다. 수장으로서 첫 시험대는 사상 첫 조 단위 펀드 결성 작업이었다. SSF1호에서 채 본부장의 투자 역량을 확인한 LP들이 2호에도 출자를 확약했다. 국민연금을 앵커(4000억원)로 확보해 지난해 8월 1조1900억원으로 첫 클로징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조2200억원으로 최종 펀드레이징을 마친 뒤 지금까지 4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특수 상황 활용한 안정적 투자수익 추구

다른 대형 운용사들의 SS펀드가 메자닌 투자에 주력하는 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 성격이 짙다면 스틱은 소수 지분 투자에서부터 바이아웃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기업의 특수상황 수요에 보다 폭넓게 대응한다.

채 본부장이 SSF를 운용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트렌드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는 기업인지와 혹은 회사를 성장시킬 목표가 분명한 유능한 경영진을 갖췄느냐다. 채 본부장은 SSF 결성 전인 2010년 신성이엔지(옛 신성솔라에너지)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낸 뒤 투자 철학을 확고히 세웠다고 말한다.

스틱 투자 당시 신성이엔지는 태양전지셀 제조를 주업으로 하는 국내 1세대 태양광 기업이었다. 2010년 태앙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호황기를 누릴 때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했다. 하지만 곧 위기가 닥쳤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업체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신성솔라에너지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117억원을 투자했던 스틱은 2015년 100억원만을 회수해야 했다. 채 본부장은 이때 매크로 환경이 개별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체득했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국내 기업들이 중국 업체에 밀려 도산하는 와중에서도 신성이엔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력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봤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태양광 발전 효율을 세계적 수준으로 유지한 덕분이었다.

실패는 뼈아팠지만, 유행에 올라타기보다 향후 산업 트렌드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내고 그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갖춘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SSF라는 대형펀드를 운용하기 전에 확고한 투자원칙을 세울 수 있었던 셈이다.

◇트랙레코드1: 한화시스템·HK이노엔 등 SSF1호 투자 순항

SSF1호가 담은 5건의 포트폴리오 중 채 본부장이 직접 딜소싱을 책임진 건 안전장비 업체 한컴라이프케어(옛 산청)와 의약품제조기업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SSF의 전략에 맞게 CJ그룹의 비핵심사업 정리 의지, 산청 창업주의 가업승계 이슈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딜을 성사시킨 사례다.

HK이노엔의 경우 거래 규모가 1조13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스틱은 H&Q코리아, 미래에셋자산운용PE와 함께 클럽딜을 이뤄 한국콜마와의 공동 인수에 성공했다. 세 FI 모두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원활하게 소통하며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경우 한글과컴퓨터와의 맞손을 이루면서 바이아웃을 성사시켰다.

2017년 10월 투자한 한화시스템도 SSF1호의 대표 포트폴리오다. 당시 한화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 한화S&C(한화시스템과 통합 후 사명 변경)는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데다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에이치솔루션이 경영권(지분율 55.36%)을 갖고 있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한화그룹은 한화S&C를 존속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분할된 사업법인의 지분 44.64%를 스틱에 2500억원에 팔았다. 이후 한화S&C는 한화시스템과 합병하면서 합병법인 지분을 추가로 스틱에 매도했다. 이를 통해 합병법인에 대한 에이치솔루션 지분율을 10%대로 떨어뜨리며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할 수 있었다.


◇트랙레코드2: 해외로 투자영역 확대…단독 바이아웃 역량도 입증

SSF2호는 커진 규모만큼이나 전략도 고도화됐다. 투자영역을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넓힌 점도 눈에 띈다. 채 본부장은 2호의 대표펀드매니저로서 펀드레이징에서부터 투자 집행까지 진두지휘해왔다. 펀드를 조성한 지 1년6개월도 안 돼 절반가량 소진한 상태다.

지난해 8월 펀드를 결성하자마자 첫 딜인 주차장 관리 전문업체 하이파킹 인수를 성사시켰다. 휴맥스와 스틱이 각각 하이파킹 지분 47.2%와 45.3%씩 보유해 공동경영하는 구조다.

채 본부장은 휴맥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도자 측에 접촉했고 단독 협상권을 따내 프라이빗 딜로 공동인수를 성사시켰다. 셋톱박스 제조에서 모빌리티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려던 휴맥스와 '뉴모빌리티'를 성장산업으로 점찍은 스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후 휴맥스와 공동경영하면서 카셰어링업체 피플카 인수 등 볼트온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 종결된 딜인 2차 전지용 동박 소재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자회사(3000억원) 투자 건과 올해 성사된 테크핀 기업 그랩(2억달러) 투자의 경우 동남아 시장에서 발굴한 딜이라는 점에서 뜻깊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R&D 역량이 탄탄하고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채 본부장은 회사 측에 스틱의 투자금으로 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설 것을 설득했다. 말레이시아 법인은 현재 1만톤 규모의 1기 공장을 가동 중인데 스틱 투자금으로 증설 중인 2,3,4호기까지 완공되면 생산량이 4만톤으로 늘어난다.

지난 10월 말 딜 종결된 다이어트 컨설팅 업체 쥬비스다이어트는 SSF를 활용한 첫 단독바이아웃 딜이었다. 채 본부장은 쥬비스다이어트를 단순히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을 돕는 컨설팅 회사를 넘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 종합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업계 평가: "의사결정 조율, 소통 능력 탁월"

업계에서는 채 본부장이 이해 관계자들의 의사 결정을 조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채 본부장이 SI와의 공동인수, FI와의 클럽딜을 다수 성사시켰고 그 과정에서 큰 잡음이 없었단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채 본부장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EQ(감성지수)가 높은 금융인"이며 "EQ는 PEF 운용역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PEF 투자에선 매도인과 회사 경영진과 임직원, LP, 거래 상대방 등 이해관계자가 많은데 채 본부장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른 PEF 운용사의 한 대표는 "자신의 관심 투자 분야에 대해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면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SSF1호 엑시트 성과 '과제'

한국 시장에서 이름도 생소했던 SSF 시리즈는 2017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빠른 소진 속도를 보여주며 순항하고 있다. 앞으로 채 본부장의 과제는 SSF의 엑시트 성과를 얼마나 보여주느냐다. 1호 펀드의 만기는 2024년이지만, 모든 투자 자산이 IPO에 성공했거나 IPO 절차에 돌입해 1~2년 안에 상당 부분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SF1호의 첫 딜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의 경우 내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고, HK이노엔이나 한컴라이프케어 역시 상장을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피에 상장한 빅히트의 경우 스틱의 보호예수기간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어 블록딜을 통한 투자금 회수 시점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SSF1호의 경우 조기 청산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성과를 안겨주는 것이 목표다. 이미 절반 가량 소진한 SSF2호 역시 내년 안에 투자를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투자 종료 시점에 맞춰선 보다 큰 규모의 SSF3호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한국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동남아 시장에서 딜을 발굴하는 데도 보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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