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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조달 리스크 점검]코로나發 유동성 위험 확대, 차입 안정성 방점ⓛ회사채 중심 재편, 대체 조달통로도 확대…만기 장기화는 숙제

오찬미 기자공개 2020-12-02 11:00:44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신용카드업계의 조달 다변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위기 대응능력을 키워 유동성 경색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드사들은 다양한 조달 전략을 구사하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조달 전략과 유사시 대응 능력을 살펴보고 리스크 관리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1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사는 자금조달이 생명이다. 은행처럼 수신기능이 없어 조달 창구가 막히면 곧바로 신용 경색을 촉발한다. 2002년 카드대란 사태가 단적인 예다. 고객경쟁에 심취한 카드업계가 공격적으로 단기자금을 끌어쓰면서 파국이 시작됐다.

이후 카드사의 자금 조달 구조는 회사채 중심으로 변화했다. 지금까지 카드사가 버티며 AA등급까지 오를 수 있던 배경이다.위기에 대한 학습효과는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를 비교적 순조롭게 넘길 수 있게 했다. 카드업계는 탄탄한 신용도를 기반으로 선제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 불확실성에 대비했다.

다만 업체마다 조달 능력의 차이는 더 분명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의 불확실성도 지속돼 만기 구조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도 더욱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넘긴 카드사...회사채 중심 조달 안정화

카드사가 자금 시장 경색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건 2002년 카드대란이 그 시작이다. 당시 국내 카드사들의 단기자금 의존도는 60%까지 상승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쌓이고 신용 경색이 겹치자 리파이낸싱이 어려워진 카드업계는 무너졌다.

업계 1위였던 LG카드가 단기성차입금으로 변한 만기 도래 여전채를 차환하지 못해 신한카드에 인수됐다. 국민·우리·외환카드는 은행의 카드사업부로 편입되는 아픔을 겪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삼성카드에 2조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수명을 겨우 연장했다.

카드사들은 이후 자금 구조의 장기화를 꾀하고 창구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금융당국도 유동성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만들고 코로나 사태 전부터 레버리지 한도를 관리했다. 자기자본 대비 대출과 할부영업을 과도히 늘리지 못하게 하는 등 과당 경쟁에 대한 규제에도 나섰다.

올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확산됐지만 덕분에 조달여건 경색에도 여전채 발행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 2~3월 단기 자금 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폭등했다. 카드사는 최소한의 유동성만 확보하며 버텨낼 수 있었다. 차환발행 대신 만기 도래 채권을 상환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과거로부터의 학습효과는 컸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작돼 금리가 소폭 안정되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 조달이 이어졌다. 시장 경색 재발을 우려해 만기가 남았는데도 차환 발행을 앞당겼고, 내년 상반기 시장 경색에 대비해 발행 일정을 앞당기기도 했다.

단기물 시장인 CP시장이 출렁하자 회사채 발행 비중을 더욱 확대됐다. 올 3분기 7개 카드사의 전체 자금 조달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6.4%까지 상승했다. 상반기 대비 0.9% 포인트 더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다음 숙제는 조달 구조 장기화...인수주체 확대·전략 다변화도 필요

신용카드사의 자금 조달 구조는 회사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듯 하다. 지난 5년 간 차입금 규모가 58조8000억원에서 89조4000억원으로 약 30조6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회사채가 20조3000억원 가량 늘었다.

다만 아직까지 금리를 낮추기 위한 3년 미만 비교적 만기가 짧은 채권 발행에 치중된 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저금리 조달을 위해서는 단기 채권 발행이 효율적이지만 영업자산이 확대될수록 리스크를 분산하고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물 확대가 필요하다.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히는 은행 차입과 기업어음이 1년 미만 단기물에 속하는 만큼 만기 구조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차안을 강구한 카드사들이 올해 만기를 1년 이상으로 늘린 기형적 '장기 CP' 발행을 이어갔으나 이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 단기 자금 시장에서 장기물을 발행하는 행태는 자본시장의 기본적인 룰을 깨뜨려 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이란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조달 전략 다변화에 치중한 카드업계의 장기 CP 발행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가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했다. 올해 우리카드가 분사 이후 처음으로 장기 CP 발행에 나섰고 롯데카드는 올해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장기 CP로 조달해 그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시장에서는 안정적 조달 수단인 회사채 만기를 다양하게 구성해 효율성을 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회사채 인수 주체를 확대해 카드사에 잠재된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여전채 인수주체가 증권사 등 일부에 치중돼 있어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카드사의 차환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을 해왔다"며 "그러나 회사채의 조달 안정성이 높은 데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비중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수 주체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만기를 중장기물로 확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여전채의 CP 시장 투자자도 회사채 투자자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지금처럼 장기 CP 발행을 늘리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화증권(ABS) 발행도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 전략 중 하나다. 선발주자인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는 외화 ABS 중심으로 해외 조달 비중을 10% 중반대로 유지했다.

신용카드 사용대금 채권·현금 서비스 이용대금 채권 등의 자산을 활용해 상환 안정성을 높여 조달 금리 경쟁력도 있었다. 다만 후발주자인 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는 비중이 낮고 하나카드의 경우 올해에서야 처음으로 해외ABS를 찍는데 성공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원화용도 외화차입을 하려면 기획재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며 "후발주자인 국민·우리·하나카드가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여전히 제한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자기 자본을 늘리기 위해 상장을 검토하기도 했다. 자본 확충으로 영업자산을 늘리는 동시에 레버리지 관리가 가능해서다. 삼성카드가 카드업계에서는 유일한 상장사인 만큼 후보군은 넓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가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대하면서 영업자산 비중을 키울 수 있었다"며 "레버리지도 낮출수 있어서 현대카드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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