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코오롱 안병덕 부회장, 3년 만에 CEO 복귀 유석진 사장, FnC 구원투수 투입 '연쇄 인사'…이웅렬 명예회장 의중 반영?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27 09:54:0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병덕 코오롱그룹 부회장(사진)이 3년 만에 지주사인 ㈜코오롱 대표이사로 컴백한다. 안 부회장은 2017년까지 ㈜코오롱의 대표이사를 맡다 2018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실질적인 경영에선 손을 뗐었다.그룹 경영 총괄을 맡았던 유석진 ㈜코오롱 사장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안 부회장이 지주사 CEO로 복귀하게 됐다. 안 부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 CEO 협의기구인 원앤온리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게 된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지주사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안 부회장은 2018년도부터 그룹 부회장을 맡았다. ㈜코오롱 대표이사는 2017년 '이웅렬-안병덕' 체제에서 2018년 '이웅렬-유석진' 체제로 바뀌었다. 당시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유 사장이 안 부회장의 뒤를 이어 지주사 경영을 이끌게 된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2018년 1년 동안 유 사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꾸린 뒤 그 해 연말 전격적인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코오롱은 유 사장 단독 체제가 됐다. ㈜코오롱이 그룹의 지주사임을 감안하면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을 유 사장에게 위임한 것이다.
안 부회장은 그룹의 부회장 직을 맡았지만 ㈜코오롱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실질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룹 대내외 업무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역할만 맡아왔다.
안 부회장이 3년 만에 CEO로 전격 복귀하게 된 것은 유 사장의 이동에 따른 연쇄 인사로 풀이된다. 유 사장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패션 부문을 총괄하게 되면서 ㈜코오롱을 이끌 대표이사로 안 부회장이 다시 소환됐다.
현재 ㈜코오롱의 사내이사는 모두 3명이다. 1964년생인 유 사장을 제외하면 윤리경영실장을 맡고 있는 유병진 전무(1973년생)와 경영관리실장을 맡고 있는 옥윤석 상무(1970년생) 등이다. 그룹 지주사 CEO를 맡기에는 연륜이나 경력 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코오롱 그룹 입장에서 보면 안 부회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 유 사장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으로 이동하는건 경영 쇄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글로벌과 함께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 최근 몇년 간 경영 실적이 악화일로였다.
특히 FnC 부분 매출액은 2018년 순매출액 1조456억원에서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5813억원으로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399억원 이익에서 272억원으로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2327억원에서 3151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무가 FnC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이 전무는 이 명예회장의 사임 발표가 있던 날 전무로 승진하며 COO로 발령났다. 이 전무는 올해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됐다.
안 부회장은 1982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30년 넘게 코오롱그룹에서 일한 ‘코오롱맨'이다. 20년 동안 회장비서실과 부속실에 있으면서 고(故) 이동찬 전 명예회장과 이웅열 명예회장 곁에서 일했고 2007년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안 부회장은 30년 넘게 휴가를 하루도 가지 않았으며 모친상을 치른 바로 다음 날에도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일에 매달리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재계는 코오롱그룹의 이번 인사는 이 명예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걸로 보고 있다. 이 전무의 승진이나 그룹을 총괄하는 지주사의 CEO 교체는 이 명예회장의 뜻이 아니고서는 반영되기 힘든 인사라는 것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웅렬 명예회장은 은퇴 이후 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안 부회장이 ㈜코오롱 대표이사에 내정된 것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경험과 연륜을 갖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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