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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하림그룹, 독립성 갈길 먼 '오너 중심 경영'③김홍국 회장 계열사 7곳 등기임원…'과다겸직' 기관투자자 단골 반대 사유

정미형 기자공개 2020-12-04 08:05:59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1일 07: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 여부를 가르는 핵심 척도 중 하나다. 하나의 이사회가 의사결정 기능과 감독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와 SK다. 두 곳 모두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높였다.

물론 아직까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할 경우 의사 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업무 집행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사회의 독립적인 경영 감독을 방해할 수 있어 지배구조의 모범적 구조로 여겨지지 않는다.

◇제왕적 오너십 VS 책임경영

하림그룹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곳 중 하나다. 눈에 띄는 점은 오너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계열사 곳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이사회를 직접 챙긴다는 점이다.

현재 김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만 7곳에 이른다.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시작으로 ㈜하림, 선진, 팜스코, 엔에스쇼핑, 팬오션, 제일사료 등이다. 하림그룹은 최근 몇 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단일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지만, 김 회장은 여전히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김 회장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곳이 많은 탓에 과다 겸직 문제는 시기마다 도마 위에 오른다. 등기임원을 겸하는 기업 수가 많을수록 이사회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파악이 어려울뿐더러 이사회 출석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다 겸직 문제는 기관투자자들이 하림그룹의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단골 사안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팜스코 지분을 5.81% 보유하고 있다. 선진의 경우 한국인베스트먼트가 20.25%를, 한국투자밸류가 14.86%, 확보하고 있다.

해당 계열사의 최근 5년간 의결권 내역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2014년과 2017년 팜스코와 선진에서 올라온 '김홍국 회장 사내이사 중임' 안건에 과도한 겸임이라는 사유를 들어 반대표를 던졌다.

기업지배구조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배주주의 겸직 기업 수가 많아질수록 이사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구도는 여전

김 회장은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에 한해서는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겼다.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경우 정관상에 대표이사인 김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하림은 이사회 소집권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하는데 김 회장이 사실상 이사회 의장이고 김 회장이 불가피하게 출석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대표들이 자리를 채우는 정도다.

반면 선진과 팜스코, 엔에스쇼핑과 팬오션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선진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소집권자’로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소집권자에 따라 이사회 의장이 결정되는데 대체로 김 회장 출석률이 5% 내외로 그쳐 이범권 선진 대표이사 사장을 실질적인 이사회 의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팜스코는 정학상 팜스코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엔에스쇼핑 역시 홈쇼핑 업계 최장수 CEO에 빛나는 도상철 엔에스쇼핑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팬오션도 안중호 대표이사 부사장이 김 회장 대신 이사회 의장을 겸한다.


이 같은 구조는 하림그룹의 구조적 태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 회사라는 특징도 있지만, 김 회장이 그룹 사세를 키우는 데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한 탓도 크다. 현재 김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하림과 하림지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M&A로 인수한 곳들이다.

요약해보면 김 회장이 계열사 전반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이사회 의장만큼은 해당 기업에 전권을 주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제왕적 오너 경영 체계에서 한 단계 개선된 형태인 셈이다.

다만 여전히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지배구조 건전성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보다는 안정적인 경영 기반 구축과 효율적인 경영 체계가 우선되는 탓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계열사에는 그룹의 핵심 인물이나 오너가 믿을 만한 인물을 내려 보내는데 하림그룹의 경우 김 회장이 계열사까지 일일이 직접 챙기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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