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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C 판결, FI 소수지분 투자에 어떤 영향 미칠까 통념보다 계약서 강조…오일뱅크-한화에너지 사례도 회자

한희연 기자공개 2021-01-14 17:45:42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1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투자를 둘러싼 두산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향후 투자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판결은 FI가 소수지분 투자시 활용하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과 관련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도가 큰 사안이었다.

옵션 이행시 양측의 의무에 얼마나 강제성이 있느냐는 이번 소송의 주된 쟁점이었다. 결과적으로 FI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라 업계에서는 향후 FI의 소수지분 투자시 DICC 판례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IMM프라이빗에쿼티-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 등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제기한 DICC 매매대금 등 지급청구소송을 파기환송했다.

FI는 드래그얼롱 조항의 이행의 일환으로 진행된 DICC 매각 과정에서 두산측이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민법 제150조 제1항의 조건성취 방해행위를 했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은 우선 주주간 계약에 따라 드래그얼롱 행사 시 양측은 협조의무를 가진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두산그룹 측이 실사 협조를 하지 않은 게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며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협조의무 부분에 대해 "문면에 ’최대한 협조한다‘ 또는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기재된 경우 일반적으로는 그 의무를 법률상 부담하겠다는 의사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의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분명히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협조의무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 의무가 법률상 구속력 있는 의무로는 보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리에 의거한 보수적인 판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국내 M&A 딜 과정에서 행해지는 '관례'와는 다소 괴리가 있어 이 판례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FI들이 통상 소수지분에 투자할 때는 드래그얼롱 조항을 내건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드래그얼롱을 행사하게 될 경우 이는 나머지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사정보 제공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업계내에서 실사협조 의무는 상당히 중요한 의무라는 공감대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업계 공감대로 통용됐을 뿐, 법리에 따르면 꼭 이행을 강요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게 이번 법원의 판결인 셈이다. 결국 실사협조 의무가 중요하면 계약서에 이를 명시해 두어야 추후 법정 공방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또 실사와 관련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FI가 투자자 보호를 받기 위한 여러 조치를 마련할 때 이를 사전에 명백히 문서화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판례로 다시한번 강조됐다는 설명이다.

PE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통용되는 인식과 법적으로 따져야 하는 원칙에는 항상 어느정도 온도차는 있어왔다"며 "이번 판결은 앞으로 소수지분 투자를 하는데 있어 고려가능한 옵션을 다시한번 재고해야 할 정도로 파급력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FI 소수지분 투자시 드래그얼롱 등의 옵션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계약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양한 옵션을 활용해 확실한 안정장치를 넣더라도 계약서에 의무관련 조항을 엉성하게 작성한다면 이는 결국 없는 옵션이나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례는 향후 소수지분 투자 계약에 있어 영향력이 큰 사안"이라며 "예전에는 고려하지 않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명문화해야 해서 계약서는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대법원이 내린 현대오일뱅크의 한화에너지 인수 관련 손해배상소송 판결이 회자되는 분위기다. 당시 현대오일뱅크는 한화에너지를 인수, 합병한 이후 공정위로부터 가격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자, M&A상 진술과 보증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문제는 매수자인 현대오일뱅크 또한 가격담합의 참여자기 때문에 해당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는 점이었다.

기나긴 법정공방 과정중에 1심은 현대오일뱅크가, 2심은 한화에너지가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현대오일뱅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는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봤다. 2심 판결의 핵심인 신의성실의 원칙은 사회적 통념일 뿐, 계약에는 앞서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 역시 법리를 시장의 관행보다 우선한 판결이었다는 평가다. 그리고 이후 이뤄진 다수의 M&A 딜에서는 '악의의 인수인(매각자의 진술과 보증 위반 사실을 알고 있는 인수자)은 손해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Anti-sandbagging Clause)'을 계약서 상에 많이 명시하게 됐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M&A 계약서가 매우 복잡하고 절차조항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역사가 더 오래된만큼 수많은 분쟁이 있었고 판결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계약서에 반영해 온 것인데 우리나라도 이같은 판결이 나올 때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계약서는 정교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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