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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지독한 '역발상 투자자' 박세중 키움운용 주식운용본부장시류 편승 않고 '소외된' 종목발굴 탁월...'키움코리아에이스' 누적 90% 성과

김진현 기자공개 2021-01-20 13:30:48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세중 키움투자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컨트라리언(Contrarian)'이다. 컨트라리언은 시장 참여자 다수와 다른 시각을 견지하며 투자하는 역발상투자가를 말한다.

주변인들은 박 본부장을 '지독한 컨트라리언'이라 부른다. 의도적으로 시장 다수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기회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수익을 거두는 그를 지독하다 평한 거다. 박 본부장도 때로는 시장 다수의 컨센서스(consensus)와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게 '힘들고 지치는 일' 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이런 스타일로 꾸준히 자산만의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성장스토리: 중학생 시절 '펀드매니저' 꿈 이루다

그가 처음 펀드매니저를 꿈꾼 건 중학생 때다. 당시 걸프전쟁이 발발하면서 유가가 요동치고 주식 시장이 폭락하는 걸 뉴스로 접하면서 주식이란 걸 처음 알게됐다.

막연히 주식에 흥미를 느끼던 그는 당시 탐독하던 만화책에서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이후 자신의 꿈을 펀드매니저로 정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입학으로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나아간 그는 공군 장교로 전역한 뒤 동양자산운용에 입사하며 자신의 꿈을 이뤘다.

전역 이후 그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준비하다 동양자산운용에 입사하게 됐다. 당시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조금 더 하려던 생각이었으나 앞서 취직한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자산운용사에 입사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동양자산운용에서 자신의 '사부님'을 만나 지금의 컨트라리언 투자 방식을 체화하게 됐다. 당시 김태영 주식운용본부장 아래서 배우며 지금의 투자 스타일의 기초를 쌓았다.

김태영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주식팀, 피데스투자자문 운용총괄본부장 등을 지낸 뒤 동양자산운용에 합류한 바 있다. 그도 역발상 투자를 좋아하는 컨트라이언으로 박 본부장이 남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탐욕과 공포 사이 줄타기 '역발상 투자'

박 본부장은 역발상 투자를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날고 기는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성향도 역발상 투자 방식과 잘 들어맞았다. 자신이 생각한 주가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참고 인내하는 방식이 그에게는 맞춤복처럼 꼭 맞았다.

그는 실적 등 근거로 삼을만한 지표가 탄탄하다면 소외된 종목이라도 언젠가 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시장 참여자들은 탐욕과 공포를 오간다고 본다. 그래서 펀더멘탈 분석을 통해 적정가치보다 저렴한 좋은 주식이라면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다. 공포에 내다판 주식이라도 언젠간 탐욕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주식과 좋은 기업은 다르다"며 "이미 오른 주식이 아닌 앞으로 오를 주식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주가 흐름에 편승하기 보다는 싼 주식을 사고 비싼 주식을 파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장밋빛 실적이 기대되는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탄탄한 근거가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급격하게 주가가 상승하는 구간에서도 자신이 예상한 가격보다 비싸지면 과감하게 포지션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린다.

반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 가치와 다르게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다면 오히려 비중을 늘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주가 하락을 촉발한 악재가 해소 가능한 악재라면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트랙레코드1: 동양좋은기업재발견, 3년 연속 액티브 주식형 상위권

그는 동양자산운용에서 리서치, 트레이딩 등 기본 업무를 배운뒤 본격적으로 펀드 매니저로 첫 발을 내딛는다. 당시 그가 맡았던 펀드 중 '동양좋은기업재발견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은 그의 역발상 투자 전략이 적중한 상품이었다. 이 펀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액티브주식형 유형내에서 3년 연속 상위 5% 수익률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이 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시장에서 소외됐던 종목을 미리 싼 가격에 담아뒀던 덕분이었다. 한 예로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주는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건설회사는 다 망할거라는 생각에 한때 건설주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0.8배(PBR) 정도로 박한 평가를 받았던 시기다.

그는 당시 건설회사 탐방을 다니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건설주에 대해 지나치게 박한 평가를 내린다고 생각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4대강 사업을 펼치면 시장의 환경도 점차 우호적으로 변할 것으로 봤다.

당시 그는 싼 가격에 건설주를 펀드에 대거 편입했고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자 건설주를 외면했던 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렸고 주가가 급등했다. 그는 이 펀드를 운용하던 시기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를 25% 포인트나 웃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트랙레코드2: 새로운 도전, 키움을 만나 '꽃 피다'

2014년 키움증권은 당시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해 지금의 키움투자자산운용을 만들었다. 박 본부장이 합류한 시점도 이 시기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동양자산운용을 떠나 키움투자자산운용에 합류했다.

그가 키움투자자산운용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건 매니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기업 문화가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역발상 투자는 기다림이 필요한 투자방식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성과 부진이 압박으로 이어진다면 자신의 투자 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본부장이 운용 중인 대표 펀드는 '키움코리아에이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이다. 2014년 10월 그가 처음 운용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약 89.7%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를 44.3% 포인트 웃돈 성과다.

그가 펀드를 운용하는 사이 직책에도 변화가 있었다. 주식운용본부를 이끄는 최고운용책임자(CIO) 자리에 올랐다. 꾸준한 성과를 내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 덕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우수한 성과로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활짝 핀 그는 자신의 성장을 기업문화 덕으로 돌렸다. 믿고 기다려준 덕에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회사가 믿고 기다려준 덕에 비교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상반기 그는 부진한 수익률로 슬럼프를 겪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에 합류한 이후 2분기 연속 비교지수를 하회하는 성과를 낸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는 그를 불러 "그간 잘 해왔으니 해왔던 대로만 하라"라고 격려했다. 이런 격려 덕에 공포스러운 시장 환경에서도 그는 버틸 수 있었다.

역발상 투자에 익숙하더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자신의 분석이 틀린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한다. 그는 "사람인지라 주가가 하락하는 기업을 팔고 주가가 오르는 기업을 사고 싶은 순간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믿음을 가지고 기다린 덕에 3분기부터 실적이 우수한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그의 역발상 투자 전략도 또 한번 적중했다. 라인의 마케팅 프로모션 비용 등을 이유로 주가가 억눌려 있던 네이버가 대표적인 역발상 투자 대상이었다. 마케팅 비용 축소와 함께 언택트 트랜드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급격히 주가가 올라 펀드 성과에 기여했다.


◇업계 평가: '지독한 컨트라리언'…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박세중 본부장을 '지독한 컨트라리언'이라 평했다. 함께 종목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남들이 보지 않는 섹터나 기업까지 보면서 생각지도 못한 투자 관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윤 센터장은 박 본부장의 롱런 비결로 계속해서 자신의 투자를 곱씹는 반성하는 자세를 꼽았다. 남들과 다른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 투자했지만 실패했을 경우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자기 성찰을 통해 점차 진화하는 매니저라고 평가했다.

또 대학 때부터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 최명환 센터장은 그를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두 사람은 함께 대학시절 클래식 음악 동아리에 속했다. 최 센터장은 박 본부장이 사색을 즐기고 시세에 편승하지 않는 성격이기 떄문에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때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업계에서는 그를 신성장 섹터와 전통적인 제조 기업에 관해 두루 잘 아는 매니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젊은 매니저들은 신사업을 펼치는 기업을 잘 아는 반면 전통 산업에 대해 잘 모르고 나이든 매니저들은 신사업을 잘모르는 경우가 많다. 박 본부장은 신구 산업 모두 잘 이해하고 있어 꾸준히 성과를 내는 것 같다고 평했다.

◇향후 계획: 해외 주식 직접 투자 중장기 '도전 목표'

그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은 글로벌 운용사와 경쟁해 이기기 어렵겠지만 동아시아 3개국 및 동남아시아 등 시장에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주변 아시아 기업과 시장점유율 등을 놓고 경쟁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아시아권 기업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는 현재 5조원을 막 넘긴 주식형펀드 AUM을 좀 더 성장 시킨 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을 만들어 운용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업의 본질은 해외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조사와 이해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해외 기업도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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