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지분 투자 안전장치 고민하는 PE 업계 DICC 패소 이어 교보생명 FI 기소…대안 필요성 점증
최익환 기자공개 2021-02-02 10:25:2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1일 10: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패소와 검찰의 교보생명 FI 기소처분으로 사모투자펀드(PEF) 업계가 연초부터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투자의 한 축을 담당해오던 소수지분에 대한 투자를 위한 새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콜옵션-드래그얼롱이 무력화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투자기법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는 모습이다.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딜로이트안진 소속 임직원 세 명과 교보생명에 투자한 FI 관계자 두 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FI와 이들을 자문한 딜로이트안진이 교보생명의 풋옵션 공정시장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평가기준일을 FI측에 유리하게 책정했다는 교보생명의 고발을 받아들였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14일 대법원은 IMM PE 등 FI들의 DICC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의 소 3심에서 2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뒤엎고 파기환송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의무를 위반했다는 2심 결정은 타당하나, FI 역시 두산 측에 인수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도 있다고 봤다.
이처럼 FI와 피투자기업간의 분쟁에서 PEF 업계는 보름새 연이어 부정적인 소식을 접했다. 교보생명 건의 경우 풋옵션 가격 산정, DICC의 경우 실사에 대한 협조의무가 가장 큰 쟁점이지만 모두 소수지분 투자의 회수 과정에서 불거진 분쟁들이다. 업계는 사실상 기존에 준용되던 소수지분 투자에 관한 안전조항 일부가 무력화된 사건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과 검찰의 기소는 그동안 소수지분 투자를 진행해오던 PEF 업계 전반에 경고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FI의 투자회수 과정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온 인수자 선정 구조와 가격산출·협조의무 등에 대한 안전장치가 보다 세밀하게 재설계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소수지분 투자기법은 기업의 수요가 많아 경영권 지분 거래(바이아웃)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굴이 쉽고, 보다 큰 투자처를 투자대상기업으로 편입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안전장치 행사와 관련해 불리한 판결과 처분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당분간 소수지분 투자에 나서는 PEF 운용사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거래 건들의 상당수를 차지해온 소수지분 투자를 하지 않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당장 기존에 사용되던 콜옵션-드래그얼롱 등 기법 자체가 무력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계약서에 실사협조관련의무와 가격산출기법 등을 좀 더 명확하게 기록하는 방식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아예 새로운 형태의 투자기법들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SK브로드밴드에 투자하며 꺼내든 이익참가부사채(PB: Participating Bond)의 경우 별도의 지분 전환조건이 없는 채권이지만, 고정수익률 이상으로 회사의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형태다. 수익률이 정해진 다른 메자닌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데, 국내에선 그동안 잘 사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부분 PEF 운용사의 소수지분 투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결국 PEF들의 자금모집 과정에서 소수지분 투자가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선 새로운 안전장치 혹은 투자기법이 시장 전반에서 신뢰성과 설득력을 얻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FI들의 소수지분 투자는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 수익률에 대한 보장과 엑시트 장치에 대한 확약 등이 기본 전제로 깔려왔지만 최근 이어진 일들로 인해 모두 리스크를 동반하게 됐다”며 “당분간은 PEF 운용사들이 소수지분 투자에 대한 안전성 확보에 좀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출자기관(LP) 관계자 역시 “최근 검토를 요청받은 투자건 중 소수지분 투자들에 대해선 계약서 초안과 안전장치에 대한 부분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안전장치가 미흡한 경우 소송 발생 시 펀드 청산 등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분위기가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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