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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긱이코노미' 실험 성공의 조건 [thebell note]

이은솔 기자공개 2021-02-23 09:52:0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새 서울시내를 지나다 보면 청록색 헬멧을 쓰고 커다란 보온 가방을 등에 멘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본업은 배달이 아니지만 남는 시간을 쪼개 초단기 알바를 하는 배민커넥터들이다. 이런 초단기 고용 계약으로 이뤄지는 경제를 '긱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부른다.

보험업에도 긱이코노미를 적용하려는 회사가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말 '라이프엠디(Life MD)' 플랫폼을 오픈하고 'N잡러' 보험설계사 모집에 나섰다. 다른 직장을 다니는 중이거나 육아를 하는 가정주부 등도 간단한 교육으로 설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와 내 주변 보험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설계사의 문턱을 확 낮춰 정체된 성장세를 돌파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첫째는 수익성이다. 신사업을 통한 매출이 과연 플랫폼 개발과 런칭에 들어가는 대규모 비용을 넘는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투자자들의 시선도 여기에 쏠렸다.

지난 18일 있었던 IR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신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수차례 질문했다. 한화생명은 즉답을 피했다. "초기 사업이라 지켜봐야 한다", "향후 물량 확대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전부였다. 신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순이익을 갉아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는 "플랫폼 개발 등은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계상해 향후 수익창출 시점부터 비용으로 인식된다"고 답했다.

바꿔말하면 신사업에서 본격적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얼마나 적자가 나고 있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다는 의미기도 했다. 대대적 신사업 추진에 기업의 명운을 건 것 치고는 다소 낭만적인 답변으로 들렸다.

신사업이 잘 돼도 과제는 남는다. 윤리적 책임이다. 긱이코노미는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지만 이윤은 플랫폼에 쏠리고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는 모순을 남겼다.

한화생명은 물적분할을 통한 판매 자회사 분리도 앞두고 있다. 본사를 슬림화하고 책임을 덜면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자회사 이동에 따른 업무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라이프엠디 사업이 무르익으면 '초단기 보험설계사'에 대한 윤리적 이슈도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김봉진 배달의민족 의장은 최근 수천 억원 자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나스닥에 상장하며 비정규직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눠주기로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윤리적 소비에 민감하다. 긱이코노미를 토대로 성장한 플랫폼 회사들은 더 잘 팔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책임을 의식한다.

한화생명의 긱이코노미 실험이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수익성과 윤리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 그룹 3세이자 한화생명 신사업을 주도하는 김동원 전무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민해 현명한 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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