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LG전자]월풀보다 독립성 낮지만 ESG등급 높은 까닭⑧월풀, 14명 중 13명 사외이사에도 BB등급…고객 사회 만족이 더 중요
김혜란 기자공개 2021-03-03 08:00:5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11: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와 비교할만한 기업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이다. LG전자의 신성장동력인 전장사업은 아직 적자를 내고 있고, 모바일 사업은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가전업으로 초점이 맞춰진다.두 기업은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도 LG전자를 월풀과 같은 가정용 내구재(Household Durables)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LG전자와 월풀의 지배구조는 확연히 다르다. 월풀은 이사진 14명 중 13명이 사외이사다. 이사회 구성은 독립성에 치우져 있다. 반면 LG전자는 대주주인 LG의 지배력이 강하게 미친다.
두 기업의 지배구조는 ESG 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과적으로 LG전자의 ESG등급이 더 높다. LG전자는 전체 ESG 등급에서 평균(Average) 등급 중 A를 받고 있지만, 월풀은 같은 평균에서도 가장 하위 수준인 BB등급이다. 월풀은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LG전자는 주주뿐 아니라 고객과 사회에 대한 기여 측면에서 월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월풀은 LG그룹과 달리 오너 없는 기업이다. 월풀의 대주주는 대형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Vanguard Group)과 블랙록(BlackRock)이다. LG전자는 ㈜LG가 지분 33.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의 유무는 의사결정시스템에서의 큰 차이를 만들었다. 지주사체제의 LG전자는 ㈜LG의 통제를 유지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LG 임원이 이사회에서 큰 권한을 갖는다. 반대로 월풀은 전체 이사 14명 중 13명이 사외이사다. 이사회 의장은 마크 비쳐(Marc Bitzer) 최고경영자(CEO)가 겸임하고 있다.
물론 MSCI의 세부평가요인을 보면 월풀의 기업지배구조 부문(Corporate Governance)은 업계 리더(Leader)로 평가됐다. 반대로 MSCI는 LG전자에 대해선 기업지배구조가 뒤처진(Laggard) 수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MSCI는 기업지배구조 부문에서 기업 소유구조와 이사회 운영방식, 보수 시스템 등을 평가한다. 월풀의 경우 이사회 안에 감사위원회(Audit)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Corporate Governance and Nominating), 보상위원회(Human Resources), 재무위원회(Finance)까지 총 4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중 LG전자에 없는 것이 보상위원회다. 월풀은 보상위원회가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해 보수를 결정하고 결정 기준을 주주들에게 공개한다.
LG전자의 경우 이사 보수 한도의 적정성 이슈가 제기되고 있지만 보상위원회는 설치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3년 간 지난해를 제외하고 두 차례 LG전자의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이사 보수 한도가 경영 성과에 비춰 과도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보상위원회가 없고 ㈜LG 임원 출신 기타비상무이사의 이사회 내 권한이 큰 LG전자와 비교해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월풀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월풀은 하도급 거래(Supply chain labor standard)와 리콜과 품질관리 시스템(product safety&quality) 부문에서 업계에서 뒤처진 수준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하도급거래에선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폐기물과 유해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월풀의 경우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 전반적인 ESG 경영으로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런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 철저히 주주들의 이익 위주로 굴러가기 때문이라고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ESG 경영 평가에서는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노동자, 거래 기업, 지역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평가한다.
한 ESG 전문가는 "과거 신자유주의 관점에서는 오직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 좋은 지배구조라고 봤는데 월풀의 지배구조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 ESG 경영의 화두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직원과 하도급업체,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은 생산성과 직결되고 주주의 이익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비상장사 재무분석]정상화된 메가존클라우드 부채비율, 결손으로 '악화'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동화일렉의 보물 '중국', 유럽·미국 확장 기반
- [캐시플로 모니터]세아상역, '재고감축' 실적 부진 속 현금흐름 개선
- [비상장사 재무분석]IPO 잰걸음 메가존클라우드, RCPS 리스크 해소
- [비상장사 재무분석]자본잠식 '웨이브', 증자보다 수익성 개선 집중
- [비상장사 재무분석]'IFRS 도입 3년' 야나두, 재무구조 개선 관건 'RCPS'
- [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엔켐, 운전자본 '다이어트'…투자 재원 마련 묘수
- [Board Index/네이버]발빠른 인권경영실 '신설'…현황 공개는 미흡
- [전환기 맞은 CJ올리브영]원톱 올라선 올리브영, 가맹 대신 직영 '공고히'
- [LG화학의 변신]변화 이끄는 신학철 부회장, 조력자들 면면은
김혜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제이오, 도전재 넘어 다각화 시동
- [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상장 1년 제이오, 'CNT 캐파업' 성장 스토리 쓴다
- [Company Watch]글로벌텍스프리, 악재 터진 프랑스법인 "국내 영향 제한적"
- 커넥트웨이브, 틱톡코리아와 이커머스 업무협약
- 감성코퍼레이션, 당기순이익 50% 이상 주주환원
- [Red & Blue]에이디테크, 디자인하우스 재조명에 '투심 집중'
- 와이즈프로핏, SaaS 구독형 서비스 본격화
- 대양엔바이오, '초순수용 활성탄' 정부 지원사업 선정
- 티사이언티픽 '생성형AI 모델 활용 시스템' 특허 등록
- 이엔플러스-율호, '배터리 파운드리' 사업 설명회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