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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금융 사외이사 '만날까 말까' 고민 종합검사 결과 통보 등 회동 필요, 회장 인선 개입 오해 우려

김민영 기자공개 2021-02-25 08:16:1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하나금융지주 이사진과의 ‘회동’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종합검사 결과 통보 등을 위한 이사진과의 만남이 필요하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 중이어서 자칫 인선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4일 더벨과 통화에서 “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작년에 종합검사를 했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에) 결과를 안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는) 국회 일정 때문에 못 만났는데 또 그걸 회추위와 연결하면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은행 관련 다른 핵심 관계자들도 하나지주 회장 선임 언급을 꺼리면서도 회추위 기간만큼은 사외이사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지주 이사진들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헌 원장이 최근 말한 사안 외엔 전할 말이 없다”고 했다. 윤 원장은 18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태 회장의 4연임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만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작년 종합검사 결과 내용을 공유하는 등 이사진 면담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회추위 가동 기간 중 사외이사들을 만나면 자칫 불거질 수 있는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하는 눈치다. 이런 금감원의 태도는 하나지주의 지배구조 교체 이슈가 있던 과거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8년 당시 김 회장이 3연임을 목전에 뒀을 때 금감원 관계자들은 사외이사들을 만나 ‘현직 회장이 회추위에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직접 지적했다. 아울러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하라고까지 요구했다. 다만 김 회장은 3연임에 성공했다.

2019년 함영주 하나은행장(현 하나지주 부회장)의 3연임이 추진될 당시에도 금감원 측에서 은행 담당 부원장보, 일반은행검사국장, 금융그룹감독실장이 윤성복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3명과의 면담을 갖고 채용비리 재판을 언급하며 법률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함 행장은 3연임을 자진 포기했다.

다른 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선에도 적극 개입했다. 2019년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추진하던 신한지주 이사진들과 면담을 통해 금감원은 채용비리로 재판 중이던 조 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의견을 직접 전달한 인사들이 여전히 금감원 핵심 자리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목소리는 낮춘 셈이다. 금융권에선 관치금융 비판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반면 2018~2019년과는 여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태도가 변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우선 4연임이 유력한 김 회장은 법률 리스크가 없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김 회장은 채용비리 사건과 무관하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징계에서도 자유롭다.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김 회장은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또 김 회장이 4연임을 하게 되더라도 임기를 1년만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금감원 태도 변화의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나지주 지배구조내부규범과 경영승계계획규정에 따르면 지주 회장은 만 70세까지만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 재임 중 70세가 되면 잔여 임기와 관계없이 최종 임기는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다. 김 회장 나이는 만 69세로 내년 2월이면 만 70세를 넘기게 된다. 즉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만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본인이 4연임을 고사해왔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작년부터 ‘연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해왔다. 당국과도 이같은 소통을 해왔다. 10년 가까이 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점도 분위기가 바뀐 데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포스트 김정태’로 불린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재판과 DLF 불완전판매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이었던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 겸 지주 부회장은 최근 주식 선행매매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국이 별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나지주 회추위는 이번 주 중 차기 회장에 대한 결론을 내고 최종 회장 후보 1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하나지주 회추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김 회장의 4연임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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