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장 속 고배당펀드 위축…'썰물' 언제까지 신영밸류고배당·베어링고배당 등 유출 일로…인플레이션 화두, 추세 전환시 진가 기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1-03-02 08:11:3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오르내리는 활황장에서 고배당펀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때 국내 최대 펀드로서 국민펀드로 불렸던 '신영밸류고배당'마저 위축 일로를 걷고 있다.장기 투자에서 가치가 드러나는 고배당펀드가 다시 진가를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강한 화두로 떠오르며 혼조세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장세가 이어지면 '썰물'같은 자금 유출 기세도 잦아든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고배당펀드 설정액, 1년 사이 '뚝'
25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이하 신영밸류고배당)은 전일 기준 설정액(운용펀드 기준, 1조1255억원)이 연초(1조4533억원)보다 327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개월 사이 22.6%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1년 전(2조1108억원)과 비교하면 설정액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신영밸류고배당은 신영자산운용은 물론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이었다. 스타 매니저인 박인희 전 본부장이 지휘하던 전성기엔 2조5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박 전 본부장이 씨앗자산운용으로 떠난 뒤엔 허남권 대표가 운용 주도권을 건네받았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위축은 개별 펀드의 부진으로 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배당주식형으로 분류된 펀드는 대다수 자금 유출의 난관에 부딪혔다. 운용 규모가 상위인 '베어링고배당플러스(2739억원→1803억원)', 'KB액티브배당(2876억원→1209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증권자투자신탁(1359억원→1112억원)' 등이 동반 위축됐다.
올들어 고배당펀드는 펀드별 자금흐름에서 유출 상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의 경우 몸집 자체가 최상위권인 만큼 유출 규모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국내주식형, 국내채권형, 해외주식형, 해외채권형 등을 통들어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식 돌풍이 고배당펀드의 자금 유출을 부추긴 것으로 진단된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벤치마크로 'KOSPI고배당50'을 선택하고 있다. 애당초 주식형 펀드 가운데 기대수익률이 낮게 설계돼 있다. 그만큼 활황 장세를 누리고 싶은 고객에게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근래 들어 성장주와 가치주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것도 배당주의 인기가 식은 이유"라며 "기술 진보가 혁신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단지 실적 대비 주가가 낮은 게 가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여파 촉각, 고배당펀드 부각 기회
가치 투자(value investment)를 여전히 신뢰하는 쪽에선 고배당펀드가 다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횡보 조짐을 보이는 만큼 '배당+주가'를 노리는 고배당펀드에 우호적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국내외 시장에 화두로 떠오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심상치 않다. 구리와 니켈,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값은 파죽지세로 상승 중이고 국제 유가(WTI)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대표적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미국 10년 BEI(Break-Even Inflation Rates, Nominal bond yield - Real bond yield) 금리는 지난 19일 2.16%를 기록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예금과 국공채 등 명목가치가 고정된 자산에 미치는 악영향은 직접적이다. 실물 자산에 대한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실질가치가 그대로 하락한다. 주식의 경우 간접적이지만 통상 부정적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자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높이는 게 가장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주식시장의 추가 추동력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탓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은 수많은 변수의 조합으로 발생한다. 그만큼 주식과의 관계는 고차 방정식이어서 속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간 만성화된 저금리 기조가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때문에 저금리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이 단지 조짐만으로도 시장의 혼조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 펀드 매니저는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주식시장도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며 "가치주에 집중한 배당주펀드가 다시 진가를 발휘하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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