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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대우건설]주인없는 시련, 사추위 '잔혹사'②대우→금호→산은으로, 사외이사·산은 간 사장 선출에 '불협화음'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03 14:01:46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16: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맥만 남은 ‘대우’의 이름, 그 중에서도 대우건설은 가장 줄기가 두꺼운 유산이다. 대우그룹 품을 떠난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으나 사명은 이어갔다. 다만 가시밭길이 워낙 험난했는데 이런 굴곡은 이사진 변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산업은행에 인수된 뒤로는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매번 잡음이 불거졌다.

◇'금호'에 팔리다, 흐려진 대우 색채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워크아웃에 돌입한 대우건설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관리 아래 들어갔다. 그 직후인 2000~2001년에는 아직 대우의 영향이 남아있었다. 사내이사 3명이 모두 ㈜대우 출신인 장영수 대표와, 남상국 대표, 이정구 사장으로 꾸려졌다. 박세흠 사장이 대표에 오른 2003년부터는 사내이사가 2명으로 줄었으나 이를 ㈜대우 출신이 채운 것은 여전했다.

판세는 2006년부터 달라졌다. 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새 주인을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대표)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설부문의 신훈 부회장이 새로이 사내이사에 올랐고 ㈜대우 출신 몫은 박창규 대표 한 자리로 줄었다. 전체 이사진은 기존 5명에서 사내이사 셋, 사외이사 넷 등 7명으로 많아졌다.


2007~2008년 이사회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9명으로 더 불어났지만 대우 색채는 계속해서 옅어졌다. 박삼구 회장과 함께 대표를 맡은 ㈜대우 출신 서종욱 사장을 제외하면 사내이사를 전부 금호 측 인물들이 차지했다.

이 시기 대우건설은 2006년부터 3년 내리 시평 1위에 오르는 등 기세가 좋았다. 그러나 안락함도 잠시, 칼바람은 또 찾아왔다. 매달 수백억원의 이자비용과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한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시장에 다시 내놨기 때문이다.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외부자금을 끌어온 게 패착이었다.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사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금호 인사들이 사내이사에서 빠지고 기옥 사장만 새로 합류했다. 박 회장의 최측근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를 맡아 대우건설 매각을 주도한 인물이다.


◇산업은행 품으로, 사추위 굴곡의 시작

금호가 토해낸 대우건설은 결국 산업은행이 떠안았다. 인수는 2011년 마무리됐고 대우건설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등 6명으로 다시 덩치가 축소됐다. 이후 2016년까지는 대우건설 내부 인사가 대표를 맡는 대신 조영택·임경택 부사장 등 ‘산은맨’들이 CFO로 사내이사 한 자리를 가져가는 구조가 관례처럼 이어졌다.

국책은행이 최대주주이다보니 대우건설 이사진 역시 이질적 모습을 띄게 된 셈이다. 오너없는 회사 KT와 마찬가지로 대우건설도 이때부터 사추위(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CEO를 선출하기 시작했다. 사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우건설 사외이사는 무게가 상당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첫 사례인 2013년 CEO로 선임된 박영식 전 사장의 경우 내부 암투가 있긴 했으나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갔다. 크게 문제가 생긴 것은 2016년이다. 내부공모로 후임 CEO를 뽑으려던 계획이 돌연 외부인사를 포함한 재공모로 바뀌더니 유력 정치인 개입설, 낙하산 내정설 등 온갖 얘기가 난무했다.

당시 대우건설 사추위는 산업은행의 전영삼 부행장, 오진교 사모펀드실장 등 산업은행 측 인사 2명과 지홍기 전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 권순직 전 동아일보 편집부국장, 박간 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등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으로 나뉘어 있었다. 산업은행 측은 박창민 당시 후보를 사장으로 올리려 했으나 대우건설 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추위가 몇차례나 결렬됐다. 겨우 열린 사추위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정치권 외압에 따른 인사라는 이유였다.


특히 지홍기 이사는 산업은행이 낙하산 인사를 앉히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사추위를 이틀 앞두고 돌연 출장을 떠나기도 했다. 박간 이사 역시 당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이 박 후보를 밀어주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대우건설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이견이 있다”고 털어놨다.

3개월 가까이 이어진 드라마는 2016년 8월 8일 막을 내렸다. 지홍기 전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를 내면서 박창민 사장 선임 안건이 5대 1로 의결됐다. 그러나 후폭풍은 남았다. 산업은행과 불협화음을 냈던 대우건설 이사들은 이듬해 3명 모두 교체됐다.

2년 뒤인 2018년 5월, 다시 꾸려진 5명의 사추위에는 과거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뚜렷했다. 최규윤 전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국장,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 등 대우건설 사외이사 2명과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 양채열 산업은행 사외이사 등 산업은행 측 인사 외에도 외부인인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을 포함했다. 대우건설 사외이사 중에서는 윤광림 전 에이치산업 대표가 빠졌다.

대우건설 사추위에 완전히 동떨어진 인물이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인선을 객관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반발은 피해가지 못했다. 모양새는 그럴듯 해도 실제로는 산업은행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 나왔다. 권주안 원장과 전영삼 부행장 사이에 개인적 친분이 있어서였다.

최종 사장 후보로 압축된 이석 삼성물산 전 부사장,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 현동호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 등 4명 가운데 현 전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외부 출신이라는 점도 내부 적개심을 부추겼다.

또 진통이 길어지나 했던 사장 인선은 2018년 6월 약 한 달 만에 김형 사장이 선임되면서 일단락됐다. 과거 비리의혹과 사업부실 책임 등을 문제 삼은 노조 반발이 있었는데 김 사장이 직접 면담을 통해 하도급 비리 청산을 약속하면서 가라앉았다.

선출 과정이 다소 순탄치 않았지만 김형 사장을 두고는 합격점을 주는 여론이 대다수를 이룬다. 지난해 깜짝 실적을 내면서 반등을 이끈 덕분이다. 임기는 올 6월 끝나는데 이를 앞둔 4월경 사추위를 구성해 연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사추위 잠재 후보인 대우건설 사외이사는 이현석 건국대 교수, 문린곤 전 감사원 국장, 양명석 전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장세진 인하대 교수 등이다. 대부분 중립적 인사로 평가된다. 최근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된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나 다른 외부인사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올 봄 대우건설의 사추위 잔혹사는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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