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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대우건설]산은 측 기타비상무이사 재등장...의미는③약 3년 만에 산은 측 인사 이사진 합류…감독 강화·매각준비 차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04 10:06:2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는 4년 가까이 비어있던 자리다. 전통적으로 KDB산업은행 쪽에서 맡아오다가 2017년 공석이 됐는데 올초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다시 선임됐다.

이사회 멤버로 산은 측 인사가 들어온 것은 수년만인 만큼 관리 강도가 한층 강해졌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이다. 매각 일정을 고려한 진용 갖추기로도 해석된다.

2011년 산업은행 품에 안긴 이후 대우건설 이사진에는 꾸준히 2명의 산업은행 측 인사가 포함됐었다. 산업은행 출신이 수년간 쭉 CFO로 임명됐고 이 밖에도 산은 겸직 등기임원인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격요건이나 임기제한, 겸직제한 등이 없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통상 주주-회사 간의 소통채널로 인식되며 주로 지주사나 산은같은 대주주가 감시 차원에서 보낸다.

연도별로 보면 산업은행은 인수 직후 김성태 산업은행 PE실장,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김형종 산업은행 사모펀드 본부장, 2015년부터는 오진교 산업은행 사모펀드 실장을 대우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에 앉혔다. CEO 및 CFO 등 사내이사 둘과 사외이사 넷, 기타비상무이사 하나로 7명의 이사진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구성은 2017년 돌연 달라졌다. 우선 대우건설 내부인사가 CEO, 산업은행 측 인사가 CFO를 맡던 구도가 그 전년 8월에 외부인사인 박창민 사장의 선임으로 깨졌다. 그런데 ‘낙하산’ 논란으로 박 사장이 1년 만에 서둘러 물러나면서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 부행장 출신인 송문선 부사장이 CEO와 CFO를 동시에 맡는 형태가 됐다.

또 다른 변화는 기타비상무이사의 공백이다. 2017년 3월 열린 대우건설 주주총회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이 빠졌다. 기존에 오진교 실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었는데 산업은행이 그를 끝으로 후임자를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는 대우건설 매각 추진,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부실경영 이슈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정성립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분식회계 사태의 여진이 계속됐다. 설상가상 대규모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불거진 탓에 산업은행이 정치권과 연론 등에서 집중포화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산업은행이 손해를 보고 대우건설을 팔 경우 ‘혈세를 축냈다’는 눈총이 이사회 멤버인 기타비상무이사에 또 고스란히 쏠릴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에 대해 차라리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등 비난이 빗발쳤고 대우건설과 관련해서도 박 전 사장의 선임 과정을 둘러싸고 산업은행 측 임원이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며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책임 논란이 몰릴 가능성을 생각하면 비상무이사 직책을 유지하기엔 여러모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후로는 오랜 관례와 달리 CFO 역시 산업은행과 무관한 인물이 발탁됐다. 2018년에는 내부인사인 김창환 전무, 2019년 말에는 외부인사인 정항기 부사장을 CFO로 선임했다. 2018년 취임한 김형 사장도 삼성물산 부사장 출신이라 대우건설 이사회에 산은 쪽 인사가 한 명도 없는 뜻밖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런 형세는 올초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우건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끊겼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다소 느슨해졌던 산업은행의 고삐가 다시 조여졌다. 최대주주로서 의사결정 사안 대부분을 미리 논의하고는 있지만 장기간 이사회에서 완전히 빠질 경우 관리·감독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작년에는 새로 부임한 사외이사들이 KDB인베스트먼트에 대한 대우건설의 주기적 사업보고를 두고 위법성 여지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대우건설과의 공식적 소통 수단을 추가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산업은행이 매각준비에 본격 착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대현 대표는 더블스타로의 금호타이어 매각을 직접 지휘했고 두산인프라코어, 한진중공업 등의 구조조정과 매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산은이 경영과 매각을 원하는 방향으로 확실히 이끌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과정에 던질 수 있는 표 하나를 확보해서 나쁠 게 없다.

다만 매각 시점은 아직 점치기 어렵다. 내년 상반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오는 반면 코로나 시국을 감안하면 다소 이르다는 이견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2019년 10월 이동걸 산은 회장이 대우건설을 2년 후에 팔겠다고 했으니 매각 때가 다가오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시장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을 지워버렸다”며 “대우건설 덩치가 덩치인 만큼 외국 자본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 세계경제가 정상적이지 않아서 글로벌 매수자를 찾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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