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배달대행 시장 분석]잇따른 투자유치…상위 3사 쏠림현상 뚜렷②대형 SI·PEF 눈독…노무 이슈·지사 이탈 방지는 숙제

조세훈 기자공개 2021-03-22 08:05:00

[편집자주]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비대면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배송 전쟁도 본격화됐다. 음식, 생필품 등 빠른 배송이 유통산업의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배달대행업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높은 성장성을 기대하며 투자자들의 러브콜 역시 어이지고 있다. 반면 노무 이슈, 법 개정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않다. 더벨은 최근 급성장한 배달대행 시장을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9일 0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언택트) 시장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음식서비스 배달 경쟁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에 나선 재무적투자자(FI)는 당일 배송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라스트마일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시간 배달이 곧 경쟁력으로 통용되면서 유통업·플랫폼 기반의 전략적투자자(SI)까지 투자에 속속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역 대리점에 의존하는 취약한 영업 시스템과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무 이슈 등이 위험 요소로 거론되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투자자들은 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보다는 지분 투자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1세대 '부릉' 대형 SI 주주로 끌어들여…추가 유치도 순항중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1세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유통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자 산업 판도가 빠르게 개편됐다. 배달앱과 연동된 전후방 산업, 그중에서도 배달대행산업이 가장 수혜를 받으며 매년 눈에띄게 성장하고 있다.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던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부담으로 배달대행업체로 눈을 돌리면서 관련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커졌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포착한 스타트업 기업들 역시 하나둘씩 뛰어들었다.

1세대 배달대행업체인 부릉과 바로고는 2013년~2014년 사이에 설립됐다. 이들은 모두 IT기업을 표방한다. 배달앱과 라이더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지역 지사와 라이더를 확보하는 전략을 가져갔다. 배달앱이 고객과 식당을 연결해주고 중계수수료를 얻듯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앱 또는 개별 식당과 라이더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이들이 개발인력을 확보하고 IT기업을 표방하는 이유다.

메쉬코리아는 2013년 1월 설립된 물류 배달대행업체다. 자체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개발해 6만6000여명의 제휴 배송기사와 450여개의 물류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솔본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뒤 5년 동안 총 842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눈에 띄는 점은 네이버, 현대자동차, SK네트웍스 등 대기업 SI의 지분 투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음식 배송 서비스를 벗어나 편의점, 카페 브랜드, 생활용품까지 확대되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에 발맞춰 메쉬코리아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메쉬코리아는 이륜 배송을 넘어 사륜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새벽·당일·실시간·전담 배송 등 기업이 원하는 물류 서비스를 구축, 풀필먼트 업체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보문고와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물류센터를 통해 수산물 온라인 커머스 기업 '얌테이블' 등 290여 개의 기업 고객을 확보해 배송을 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 배송'으로 유통업계 전반이 배송 속도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SI의 투자 확대에 불을 지폈다. 온라인에서 주문이 이뤄진 순간부터 얼마나 빨리 소비자의 집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척도가 됐다. GS홈쇼핑이 지난달 휴맥스(9.8%)와 휴맥스홀딩스(8.6%)가 보유한 메쉬코리아 지분 약 19%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로고는 이륜 배송 시스템에 보다 특화된 회사다. 바로고는 2018년 배달앱 요기요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첫 외부투자 유치다. 당시 음식배송 서비스에 특화된 전국 배달망을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듬해에는 타임폴리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2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1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올해에는 SI로는 처음으로 11번가가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에는 기업가치를 약 347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2년 만에 3배 넘는 몸값을 인정받았다.

이는 바로고의 성장성과 전국 네트워크망을 높이 평가받은 덕분이다. 2018년 개별 기준 바로고의 매출액은 176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70억원으로 337% 증가했다. 전국 지점 수로는 업계 1위다. 바로고는 전국에 1000여개의 지사를 두고 있으며 활동 라이더는 2만8000명에 달한다.

◇생각대로, 경영권 매각서 투자유치로 선회

부릉과 바로고가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투자유치도 잇따르자 후발 주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퀵서비스 1위 업체 인성데이타는 2016년 음식배달대행 자회사인 생각대로를 설립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퀵서비스 운영을 통해 통합 프로그램과 라이더 운영 노하우를 확보한 생각대로는 단기간내에 시장점유율을 1위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성데이터는 배달대행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코로나19로 몸값이 높아지자 생각대로의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NH투자증권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복수의 SI와 FI와 협상을 이어갔다. 유력 원매자인 네이버는 초기 경영권 인수를 검토하다 지분 투자로 선회했다. 사업적 연계성과 실시간 배달 경쟁력이라는 장점에도 자회사로 두기에는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생각대로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노무 이슈와 높은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끼고 소수지분 투자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배달대행업체 만나플래닛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만나플래닛은 2016년 설립된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로 국내 대리운전 플랫폼 콜마너 등을 성공시킨 조양현 대표가 새롭게 설립한 회사다. 현재 제트콜, 이어드림, 날라가, 공유다, 윈윈파트너, 로드파일럿, 런 등 7곳의 배달대행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바이아웃 보다는 지분 투자로 접근하고 있는데는 배달대행업의 불확실성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달대행업은 전국에 분포한 지사가 이탈하면 매출이 급격히 축소된다. 최근에는 한 지역의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지사들이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하는 업체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향후 출혈경쟁이 이뤄지면 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영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여기에 노무이슈 등이 산적해 있어 SI들이 섣불리 인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