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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그룹의 '든든한' 가교...글로벌 DNA 갖춘 김용현 대표①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출신 해외·대체투자 베테랑, 한화운용 성장 '주도'

허인혜 기자공개 2021-03-12 13:12:59

[편집자주]

1988년 출범한 한화자산운용은 설립 30년을 기점으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생명과의 공조로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한 한화운용은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제 거점에 진출하며 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를 필두로 임직원을 5년 만에 2배로 늘리며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흔들림없이 일궜다. 유상증자로 몸집을 키운 한화운용은 105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톱티어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한화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스포츠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유리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종목이 마라톤이다.

마라토너에게 중요한 덕목은 페이스 조절이다. 현명한 페이스 조절은 경험으로부터 나온다. 레이스 초반부터 전속력으로 달리기보다 속도와 방향을 정해 시나브로 나아가고 어느새 성큼 앞질러 있는 법이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추구하는 리더십 '반보 앞서가는 사람'은 베테랑 마라토너의 마음가짐과 닮았다.

김 대표는 한화자산운용의 '괄목상대'를 이끈 리더로 평가받는다. 한화생명에서 한화운용, 증권으로 이어지는 직렬구조를 완성한 인물이 김 대표다. 조용한 자산운용사에서 국내 최상위권 규모·아시아 선도 운용사로 발돋움하기까지 그의 선구안이 절대적이었다.

밑바탕에는 장기간의 해외투자 업력으로 갖춘 전문성, 짧은 기간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도 외부의 우려에 흔들리지 않은 과감함이 자리하고 있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 변화는 두려움이지만, 준비하고 있는 리더에게 변화는 열정이며 도전"이라는 김 대표의 말은 한화자산운용의 지난 5년을 그대로 설명한다.

◇'로스쿨·MBA·골드만삭스' 해외전문가 코스밟은 10년 한화맨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석사(MBA)·골드만삭스…'. 김 대표는 해외투자 전문가 '엘리트' 코스를 정통으로 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8년생인 김 대표는 명문 기숙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하버드대학교 로스쿨과 컬럼비아대학교 MBA 과정을 마쳤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미국에서 보냈다. 고(故) 김재성 전 요르단 대사가 그의 아버지다. 김 대표의 동생은 한인 최초의 뉴욕남부지검장 출신의 스타변호사 준 김(한국명 김준현)이다.

좋은 성과를 일군 만큼 굴지의 금융사 러브콜이 쇄도했다. 1999년 미국 대형은행 골드만삭스에 합류했다. 2001년 칼라일코리아에 합류한 나이가 서른 셋이다. 김 대표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이 한국에 첫 지사를 낼 당시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김 대표가 칼라일코리아 대표가 된 시기 칼라일 본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25억5000만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정했다. 펀드는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인수합병(M&A)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아시아·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칼라일과 칼라일코리아의 공조로 수십 곳의 국내 기업에 대형 투자가 단행됐다. 김 대표는 금호렌터카, 바이더웨이 인수 등을 추진했다. 2001년부터 대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2012년까지 칼라일코리아의 대표 자리를 지켰다.

한화생명의 전신인 대한생명이 김 대표의 글로벌 전문성을 눈여겨 봤다. 대한생명은 보험영업 부문과 자산운용 사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외부의 젊은 피를 수혈 중이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체투자사업부장으로 합류해 '한화맨'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가지 않은 길' 마다않는 선구자…생명·운용 '든든한 가교'

김 대표의 리더십을 더 굳건히 하는 파트너들은 한화생명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현 한화자산운용의 임원들이다. 대체투자부문에서 협력했던 허경일 상무를 포함해 최장원 FI사업본부장, 최영진 디지털전략본부장, 노철규 대체투자CIO, 김종민 부동산사업본부장 등 유력 임원들이 한화생명에서부터 김 대표와 연을 맺은 인물이다.

김 대표와 오랜 기간 협력한 금융투자업계 인물들의 평가는 한결같다. 내로라할 학력과 굴지의 금융사 이력, 성장배경은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도 눈에 띌만 했지만 김 대표의 성격은 무척 소탈하다는 전언이다. 국내외 일정과 출장을 소화할 때에도 의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김 대표가 손수 미팅 일정을 챙긴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미팅에서 반가운 동문을 만나는 일도 잦다고 운용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또 국내에 대체투자가 뿌리내리기 전부터 글로벌 대체투자를 이끌어 온 인물인 만큼 선구자적 면모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한화생명 시절 보험업계의 해외 대체투자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한화자산운용 인프라사업 본부장인 허경일 상무와 의기투합해 대형 글로벌 부동산 딜·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의 성과를 냈다.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과감한 투자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던 보험업계에서 최초의 딜을 성사시킨 사례가 많았다.

보험사로서 해외 대형 부동산 딜에 직접 뛰어든 것은 한화생명이 최초 격이다. 김 대표는 2012년 영국 원우드스트리트 빌딩 딜과 2013년 런던 로프메이커플레이스 빌딩 딜을 허 상무와 주도했다. 2010년대 초반 보기 드물었던 1000억원대 대형 신재생에너지 펀드 '글로벌 솔라' 투자를 진두지휘한 것도 김 대표다. 해외 대형 보험사와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대비 국내 금융사의 규모가 작은 점, 한화의 산업 계열사에서 신재생에너지에 특화됐다는 점에 착안했다.

해외 거점 확대와 라이선스 획득은 김 대표의 선구자적 면모가 십분 녹아든 성과다. 2015년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16년 중국 천진법인 설립, 2017년 미국 뉴욕법인 설립, 2019년 베트남 사무소 개설이 이어졌다. 싱가포르 법인은 2019년 싱가포르 현지 자산운용업 최상위 자격인 '리테일자산운용업' 투자자문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공모펀드 발행이 가능한 수준의 자격이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현지 사모 자산운용업 인가가 마무리됐다.

김 대표는 질책 대신 부드러운 언행으로 임직원을 이끌어 '젠틀맨'이라는 평가도 자주 듣는다. 다만 업무에 있어서는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김 대표가 한화자산운용을 이끌며 가장 먼저 시도한 일도 전략 변화다. 김 대표는 한화운용의 간판 헤지펀드 3종을 과감히 없앴다. 헤지펀드를 덜어낸 자리에는 대형 인프라 투자 펀드를 채웠다. 직전 대표였던 강신우 전 대표가 '펀드매니저 1세대'로 불리는 헤지펀드 전문가였다는 점에서 대체·해외투자로의 방향전환이 뚜렷했다.

재간접 일색이었던 해외투자 상품을 '직투'로 바꾼 것도 김 대표의 성과다.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최근까지 금융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줄지어 설정했다. 취임 직전인 2015년 12월 말까지 전문투자형사모집합투자기구 내 해외 투자 비중에서 부동산은 350억원 수준으로 미미했지만 지난해 말 1조9000억원까지 급성장했다.

◇해외·대체투자 '한 수' 앞선 전략가…'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 포석

한화자산운용의 변신은 남모르게 진행됐다. 겉보기 수치로는 오히려 사세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취임 직후 반짝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껑충 뛰면서 사업 확대에도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김 대표 취임 전 임직원은 193명이다. 2020년 12월 말 408명까지 늘었다. 영업수익만 보면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5년 12월 영업수익은 605억원을 기록했다가 2020년 말에는 1145억원을 넘겼다.

취임 해인 2016년은 한화자산운용의 정체성을 바꾼 원년이다. 한화운용은 오랜 기간 무탈하되 조용한 자산운용사 자리를 지켜왔다. 김 대표의 취임을 기점으로 운용업계의 그림자에서 선구자로 탈바꿈했다.

한화생명 전무 출신의 김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 한화증권의 관계도가 명확해졌다. 한화생명은 2016년 주식과 채권부문을 넘겼고 2017년에는 대체투자부문까지 한화자산운용으로 옮겼다.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 한화증권으로 이어지는 직렬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한화운용의 장기 목표는 '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단행된 한화생명의 5100억원 유상증자는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자산운용이 최근 추진한 잡코리아 인수도 칼라일코리아와 한화생명에서 M&A 딜을 두루 주도해 온 김 대표의 노하우가 녹아있을 것"이라며 "한화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태양광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인 만큼 글로벌 대체투자 베테랑인 김 대표와 한화그룹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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