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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현대백화점, 성적은 올랐는데…해묵은 과제 해소될까②'환경부문' 대기업 평균 이하, 지배구조 리스크도 지속

전효점 기자공개 2021-03-12 07:40:43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0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정책 제고를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여왔다. 상장 계열사들은 2019년 3월 주주총회부터 펀드와 기관투자가 요구 사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고, 곧이어 기업지배구조헌장까지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제스처를 보였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발표하는 ESG 평가를 살펴보면 2018년까지만 해도 현대백화점 그룹 5개 상장사의 지배구조 등급은 현대홈쇼핑을 제외하고 B+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2019년부터는 한섬을 제외한 전 계열사의 지배구조 부문 평가는 모두 A 단계로 올라선다.

이는 ESG 경영의 관점에서 봐도 분명한 진전이었다. 2019년을 전후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환경과 사회 부문 평가에서도 각각 전년대비 한 단계씩 높아진 성적을 거머쥐었다. 이는 통합 등급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9년도 이후로 5개 상장 계열사들의 평균 통합등급은 대기업 평균치인 A 등급으로 올라선다.

그럼에도 몇몇 핵심 문제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대기업 평균 대비 낮은 환경 점수와 수년째 지적받고 있는 고질적인 지배구조상의 쟁점들이 해당한다.


◇대기업 평균 밑도는 환경 성적…변화 시작될까

환경 부문은 2019년도 이후에도 계열사들의 통합 ESG 등급을 떨어뜨리는 리스크로 남아 있다. 비대면 사업장을 운영하는 현대홈쇼핑을 제외하고 현대백화점그룹 나머지 유통 및 제조 계열사들의 환경 평가 점수는 많은 개선이 있었음에도 지난해 평균 B 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지점은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된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도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드러난다. 현대백화점 사업장 16개소의 의무폐기물 배출량은 2만3705톤, 용수사용량은 225만톤, 에너지사용량은 74 TOE 등이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큰 신세계 백화점 사업장의 배출 규모를 웃돈다.

자원재활용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2018년 기준 용수 재활용 비율은 9%, 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45%에 불과하다. 신세계의 경우 같은 해 용수 재활용 비율은 12%, 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64%에 이른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역시 2019년 자체 발간한 ESG 보고서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의 미흡한 환경 경영 성과를 지적하고 있다. 연구소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환경 부문은 5대 대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평균을 모두 하회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세부적으로는 환경 부문에서 뚜렷한 정책 하에 전략과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 않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이행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미흡한 사항이 있다"며 "환경과 관련된 정보 공개에도 현대백화점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낮은 성과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결국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에 쏟은 노력만큼이나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변화의 기미는 엿보인다. 정지선 회장은 올초 '비전 2030'을 선포하고 ESG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룹 지침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환경 경영에도 무게추를 이동하고 있다.

의류 계열사 한섬은 2024년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재고 의류를 소각 대신 친환경 방식으로 폐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가구·인테리어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는 가구 배송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대신 재생종이 소재로 완충재를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을 수거해 신선식품 배송에 활용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ESG 평가에서 환경 부문은 제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유통 기업에게 불리한 부분이 많다"며 "각사별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갈길 먼 지배구조 개선…이사회 겸직 여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지난 3년간 상당히 진전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은 2018년 4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 형제는 직접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얽히고 섥힌 그룹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같은 오너가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는 그룹 계열사들이 ESG 지배구조 부문 평가를 끌어올릴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그러나 과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손대지 않고 남아있는 문제가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지적을 받아온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 무제를 사내이사의 사외추천위원회 위원장 겸직 문제 등은 여전히 그대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백화점그룹 상장 계열사가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참고하면 계열사 가운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지 않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또한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을 제한 상장 계열사 대표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김형종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윤기철 대표, 현대그린푸드 박홍진 대표와 한섬의 김민덕 대표도 각사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사추위 위원장 보직을 모두 겸직한다. 현대홈쇼핑 강찬석 대표이사 사장도 이사회 의장을 겸한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이미 2019년도 ESG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의 대표적 리스크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겸직하게 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사추위 위원장을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있는 것도 후보 추천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지선 회장, 정교선 부회장이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 양사에서 동시에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문제도 개선되지 않고 남아있다.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부정 의견을 밝히면서 이유로 현대그린푸드와의 관계를 들었다.

현대백화점은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에 속해 있는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와 상당한 규모의 내부 거래를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회장이 양사 지분을 모두 갖고 있으며 양사 이사회 사내이사에 동시에 등기돼 있어 회사 및 주주와의 이해상충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비판은 정 회장뿐만 아니라 동생 정교선 부회장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2018년도부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달 주총에서 전 상장 계열사가 사추위 위원장을 사외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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