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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유비무환의 '대체투자 개척자' 허경일 인프라본부장②'큰손 투자자 한화' 각인, '친화력·추진력·선견지명' 글로벌 인프라투자 주도

허인혜 기자공개 2021-03-15 13:10:56

[편집자주]

1988년 출범한 한화자산운용은 설립 30년을 기점으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생명과의 공조로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한 한화운용은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제 거점에 진출하며 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를 필두로 임직원을 5년 만에 2배로 늘리며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흔들림없이 일궜다. 유상증자로 몸집을 키운 한화운용은 105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톱티어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한화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09: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경일 한화자산운용 인프라사업본부장(상무)은 대체투자 부문에서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국내 투자시장에서 해외 대체투자가 생소하던 2000년대 선진형 인프라투자를 가장 먼저 한 인물이 허 상무다.

특유의 친화력과 추진력, 선견지명으로 우리나라 보험사의 단일 투자규모로는 가장 컸던 유럽 대형 빌딩 매수와 신재생에너지 부문 투자를 일궜다. '한화'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대체투자의 큰손으로 키운 데에는 허 상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개척자의 부담감을 떨친 무기는 '유비무환'이다. 글로벌 금융사 인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 해외투자 전문성 확대, 주니어 양성의 결실은 계약고 확대와 성공적인 투자성과로 나타났다.

◇잘 나가던 '데이콤'서 투자시장 루키로…운명을 바꾼 해외출장

허 상의 첫 발은 금융투자업계가 아닌 통신업계다. 1971년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LG유플러스의 전신인 데이콤에 입사했다. 전략기획실에서 사원과 대리 직책을 거쳤다. 주 업무는 통신사업 부문의 신규사업 타당성 검토였다. 데이콤의 비전 제시와 나스닥 상장을 위한 IR 작업도 전략기획실의 몫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닷컴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데이콤의 주가가 LG전자보다도 높았던 때다. 로드쇼 등 해외진출도 활발했다. 실무 최전선에 있던 허 상무의 해외출장도 그만큼 잦았다. 입사후 첫 출장만 해도 9박10일의 일정 동안 싱가포르와 런던, 뉴욕, 보스톤, 팔로알토 등을 오가는 강행군이었다. 이때 만난 해외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허 상무의 시야를 투자시장으로 넓혔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컸던 허 상무는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부동산학 석사를, 뉴욕주 로체스터대학교에서 재무학 석사를 받으며 전문성을 키웠다. 한화그룹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한화그룹은 2000년대 중반 해외 유학파, 현지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해외공채를 진행했다. 허 상무는 2007년 해외공채 4기로 첫 발을 들였다.


◇'친화력·추진력·선견지명' 3박자로 글로벌 대체투자 포문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로 굴지의 IT기업과 톱티어 보험사를 석권했지만 늘 유비무환의 자세로 임했다. 그의 추진력과 선견지명은 위기를 타파하는 방법에서 엿보인다. 한화생명에서의 첫 발령지는 국내 대체투자부문이다.

한화생명은 당시 해외대체투자본부와 국내대체투자본부를 운영했다. 입사 직후인 2008년 리만브라더스발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해외대체투자본부가 정리됐다. 헤지펀드 익스포저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부문도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자산을 관리만 하던 차였다.

글로벌 대체투자부문이 사라지면서 해외 GP나 IB가 한화생명을 방문해도 응대할 사람이 없었다. 글로벌 경력이 풍부했던 허 상무가 자연스럽게 해외 운용사·투자은행과의 미팅을 주도했다. 리먼 사태로 국내 글로벌 투자인력들이 실의에 빠져있던 차였다.

투자 자체가 어렵다보니 '뭐하러 해외 관계자를 만나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허 상무는 끊임없이 해외 관계자들을 만났다. 미팅 자리에 후배 직원들을 동석시켜 실무감각을 철저히 익히도록 했다.

이때 쌓은 해외 투자업계와의 인연이 해외 대체투자의 위기를 타파하는 열쇠였다. 해외 관계자들과 접촉하다보니 글로벌 대형 부동산 딜 등 또 다른 마켓 인사이트가 쌓였다.

2012년 집행한 런던 원우드스트리트 빌딩 투자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로펌인 에버쉐드가 15년의 마스터리스(책임임차)를 계약한 우량 물건이었다. 투자 대상은 정했지만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초창기 보험업계에서 단일 건물에 2500억원을 투자한 선례가 없었다. '그렇게 좋은 딜이면 왜 한국까지 왔겠느냐'는 혹평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원우드스트리트 투자는 성공했다. 브렉시트로 환율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차익을 봤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원우드스트리트를 독일계 자산운용사 카남(KANAM)에 매각하며 450억원을 벌었다. 배당과 대출이자를 더한 수익은 1000억원에 육박했다.

원우드스트리트 투자성공으로 메가딜에 투자할 만한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굴지의 보험사였지만 해외에서 단일 메가딜을 성사하기에는 규모가 아쉬웠다. 해외 대형 금융사와 컨소시엄으로 도전할 수 있다면 메가딜도 가능하리라는 확신이 섰다. 인맥을 쌓았던 악사에서 원우드스트리트보다 큰 빌딩을 소개했다.

악사 프랑스, 중국 외환관리청 진코트리(zinkotre)와 협업투자한 런던 로프메이커플레이스 매입은 허 상무의 발상과 인맥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보험사를 배려(?)한 악사와 진코트리가 비교적 적은 자금을 투자하도록 제안했지만 동순위 투자자를 목표로 똑같은 3000억원을 통 크게 투자했다. 투자는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해외 운용사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한화만이 할 수 있는 대체투자 자산도 발굴했다. 글로벌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투자의 성장 가능성을 본 허 상무는 2010년부터 태양광 투자에 매진했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사업,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겹치며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선견지명이 빛났다. 신한은행과의 공조로 설정한 2000억원의 해외투자 블라인드 펀드도 한화생명이 처음으로 시도한 전략이다.

도전적인 해외투자는 거물급 정치인도 움직였다. 그레그 클라크 전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부 장관이 2017년 상반기 방한하며 마지막 스케줄로 한화생명에 방문했다. 한화생명이 영국이 추진 중이던 가스 배송망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다. 허 상무와 당시 이병서 한화생명 CIO, 김용현 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동석했다. 허 상무는 "그레그 클라크 전 장관이 '봉고'를 타고 공항으로 떠나 그 소박함에 놀랐다"며 웃었다.

필립 해먼드 전 영국 재무장관도 한화생명에 주목했다. 필립 해먼드 전 장관은 2016년 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한의 성과로 한화생명의 투자유치를 꼽기도 했다. 2016년 맥쿼리자산운용과 중국투자공사, 알리안츠 등과 컨소시움을 일궈 낙점을 받았다.

◇한화운용 해외투자 AUM 견인…'자유로운 전문가' 양성하는 온화한 리더

한화자산운용이 해외 대체투자 명가로 거듭나는 데에는 김용현 대표와 허 상무의 역할이 컸다. 한화생명이 2017년 사내 자산관리부문을 한화자산운용으로 이관하며 주요 인물들이 함께 자리를 옮겼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해외 인프라부문 설정액이 6000억원에서 5조원까지 대폭 확대됐다. 보험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적을 옮기며 GP와 LP역할을 모두 수행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허 상무는 "보험업계에서 꽤 오랜 기간 해외 대체투자를 해왔던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기관과 보험사별로 각각 원하는 투자자산과 투자성격이 다른데 이 부분을 접해본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보험사가 부동산 딜을 할 때 이미 절반 이상을 완성하고 운용사를 비히클로 활용한다면 한화생명은 딜 소싱에서부터 운용사와의 협업을 중요하게 여겼다"며 "자산운용사의 입장에서 마케팅을 하는 데에 이런 경험이 주효했다"고 답했다.

한화 계열사와 협업해 구축한 대형 인프라 사모펀드도 허 상무의 성과다.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쳐 펀드와 코퍼레이트 PE, PPP펀드 등을 꾸준히 설정했다. 글로벌 인프라펀드 1~4호에 들어간 자금만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허 상무의 또 다른 역할은 후임 양성이다. 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초창기 해외 대체투자는 이머징마켓을 따라가는 초기단계에 그쳤다. 선진형 투자를 도입하고자 했던 허 상무는 한화생명에 입사한 뒤 몇년간 주말에 쉬어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고 했다.

독학과 경험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널리 알려주는 게 그의 목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대체투자 실무진 중에서는 허 상무의 지도를 받은 인물이 많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키맨'으로 불리는 윤정규 해외투자부문장이 대표적이다.

허 상무는 자유롭되 자부심을 갖춘 전문가를 길러내고 싶다고 했다. 후배들의 '그루터기'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비쳤다. 허 상무는 "후배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한화자산운용에서는, 한화그룹에서는, 자신의 투자 영역에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되자는 마음가짐을 지니기를 바란다"며 " 개인적으로는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다. 후배가 실수를 하더라도 대신 가서 매 맞아주는 선배가 지향점"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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