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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태계 리포트]슈퍼사이클 도래에 진화하는 클러스터삼성·하이닉스 경쟁력 속 연관산업 성장 속도…종속관계 심화는 극복 과제

김혜란 기자공개 2021-03-22 07:46:39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부장 기업들이 한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 뒤이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절호의 찬스와 함께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맞았다. 더벨은 슈퍼사이클에 대비하는 반도체 생태계 구성원들의 경쟁력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6일 13: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손톱만 한 크기의 작고 얇은 반도체는 상당히 복잡한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실리콘으로 만든 기판(웨이퍼) 위에 회로를 얹고 감광액을 바른 뒤 포토마스크를 씌운다. 그 위에 자외선 등 빛을 쬐어 회로를 새기고 온갖 화학물질로 세척해 미세한 크기의 설계도를 입힌다. 공정 전체는 먼지 한 톨 없는 청정 구역에서 이뤄진다. 육안으론 구분이 안 되는 미세한 공정에 한 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크게 나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커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들이 주축이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혼자 성장할 수 없었다. 고품질의 반도체 소재와 부품이 필요하고 누군가가 만든 정교한 장비가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반도체 산업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와 거미줄처럼 얽힌 한 덩어리(클러스터)로 움직인다.

슈퍼사이클(초호황)의 도래와 함께 비메모리반도체 산업 생태계도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DB하이텍이나 키파운드리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 이들을 활용해 반도체를 제작하는 팹리스 업체, 이들을 둘러싼 소부장 업체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소부장 회사들은 2019년 일본의 대 한국 경제 제재를 계기로 한 단계 진화를 이루었다.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를 기회로 슈퍼사이클에 맞춰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이후 협력사 투자 소식이 없었던 삼성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인 지난해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협력사에 투자했다.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제조공정 밸류체인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등 건강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8대 공정(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어느 때보다 활기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지지부진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폭증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의 성장으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비해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 팹리스(설계 전문)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반도체 비전 2030')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비전 2030'을 협력사와 힘을 모아 이뤄나가겠단 의지를 표명해왔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사업부에 FI로 참여하면서 지배력을 확대한데 이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까지 인수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매그나칩에서 분사한 키파운드리와 DB하이텍의 부활, 수많은 소재 업체들도 캐파 증설로 힘을 보태고 있다.

소부장 협력사들도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스앤에스텍은 시스템 반도체를 이끄는 기술인 극자외선(EUV)용 펠리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네패스라웨는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영역에서 유망한 기술인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슈퍼사이클로 불리는 공급 부족 현상은 부작용도 초래한다. 중소형 팹리스업체들은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 차질을 겪기도 하고 삼성 SK하이닉스에 치우친 생태계 탓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이 국내 양대 반도체 대표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도 거론된다. 슈퍼사이클이 마무리되고 삼성,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가 줄어든다면 소부장 기업들의 캐파 확장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부장 기업의 경우 처음부터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공정 개발에 참여해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아 핵심장비 등을 개발한 뒤엔 전속 거래로 묶여 종속관계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반도체 밸류체인에 존재하는 중소기업들이 겪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변화 등의 숙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클린룸 내부(사진 출처=SK하이닉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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