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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新경영전략 점검]자동차 시대 저문다…대세 된 '기업·투자금융'①오토금융 채권 비중 '뚝', 신규 수익원 창출 절실…리스크관리 역량 시험대

이장준 기자공개 2021-03-19 13:01:29

[편집자주]

자동차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캐피탈사들이 기업·투자금융 등 분야를 넘보고 있다. 기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심사 역량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새로운 수익처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캐피탈사들의 경영전략에 위협요인은 무엇일지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0:5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당수 캐피탈사가 올해 사업 계획에 '기업·투자금융 확대'를 포함했다. 신한·IBK·KDB캐피탈 등 전통의 강호를 비롯해 증권계 캐피탈사가 주로 영위해왔던 분야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매금융(리테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하우스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자동차금융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신차시장은 금리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카드사에 이미 자리를 내줬다. 중고차금융도 경쟁이 치열해져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면 머지않아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

하지만 업권 안팎에서는 이들 후발주자의 리스크관리 역량이 충분한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눈앞의 수익성만 좇다 거꾸로 거액 부실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티켓 사이즈가 커져 조달 부담이 배로 불어난다는 점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레드오션' 오토시장, 캐피탈사 '출구 안 보인다'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증권·캐피탈 신용위험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총관리채권 가운데 자동차금융 비중은 46.4%를 기록했다. 2017년 말 53.7%를 기록한 이후 줄곧 쪼그라들더니 2019년부터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신차금융시장에서 위상도 크게 약화했다. 2016년 말에는 캐피탈사가 신차시장의 84.9%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시장점유율(M/S)이 작년 9월 말에는 72.1%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현대·기아자동차의 전속(captive)사인 현대캐피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23.4% 수준으로 카드사에 되레 밀릴 정도다.

*출처=NICE신용평가

수익의 효율을 따져봐도 마진이 크지 않다.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성격이 강해 안전자산으로 통하지만 건당 수익성은 작은 편이다.

가령 자동차금융 비중이 75.7%에 달하는 현대캐피탈의 순이익 규모는 업계에서 독보적인 1등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2912억원을 냈는데 2위인 하나캐피탈(1703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보면 6.74%로 20위에 그쳤다.

쌍용자동차의 캡티브 물량을 소화하는 KB캐피탈 역시 자동차금융이 전체 영업자산의 74%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12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ROE는 9.91%로 업계 11위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이들 대형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중소형사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카드사가 치고 들어오면서 현대캐피탈과 세미 캡티브사를 제외하면 신차시장은 이미 뺏겼다고 보면 된다"며 "중고차금융이나 렌탈 등 비교적 수익이 높은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거나 리테일 시장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영업자산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새 먹거리 찾기도 쉽지 않다. 건설·조선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설비금융 부문은 아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대출 역시 정부의 규제 강화와 소비자보호 기조 강화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중위험 중수익' 기업·투자금융 쏠림, 부실화 우려도

그 대안으로 캐피탈사들은 기업·투자금융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리테일 부문과 달리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한몫했다.

포트폴리오상 기업금융은 비교적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이나 부동산PF가 여기 해당한다. 투자금융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해 수익 창출을 꾀하는 사업모델이 일반적이다. 캐피탈사는 주로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합을 통한 간접투자 등에 참여한다.

한국신용평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의 익스포져 규모는 2016년 2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48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로 시장에서 딜 자체가 줄어든 걸 고려하면 상당한 성장세다.

대형사의 영업자산 가운데 기업·투자금융(일반 기업대출, 부동산PF, 투자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8.5%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형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36.3%를 기록했다. 2019년 말 비중이 30.3%였음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현재 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건 신한캐피탈과 IBK캐피탈, KDB캐피탈이다. 이들 3개사가 오래전부터 기업·투자금융을 취급해온 만큼 관련 자산도 많고 임직원의 역량도 뛰어나다는 게 대내외적 평가다.

증권계 캐피탈사들도 계열사와 협업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메리츠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은 부동산금융이나 기업 인수금융에 노하우가 있는 증권사와 공동 영업하는 식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왔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담보가치를 보고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PF를 취급하는 만큼 대형사는 우량한 건 위주로 취급하고 있다"며 "리테일보다는 수익성이 좋아 관심을 보이는 캐피탈사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금융 등 리테일에 비해 부실 리스크가 큰 건 사실이다. 대출 규모가 큰 만큼 1~2건만 부실이 발생해도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조달 규모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듀레이션 관리 역량도 중요하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사는 신용등급에 따라 조달금리가 크게 갈린다. 중소형사는 높은 조달금리를 웃도는 운용수익을 내기 위해 고위험 자산을 취급할 수밖에 없다. 실제 동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해도 중소형사가 후순위성 트랜치(tranche) 자산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오랜 경험으로 네트워크를 축적하고 심사인력의 전문성을 높인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리테일 부문은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면 기업·투자금융은 '맨파워'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다. 인적 기반을 충분히 갖추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다.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상위사들의 상품을 흉내 내는 건 어렵지 않아 자금력만 충분하면 쉽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며 "다만 심사와 리스크관리 능력이 부족하면 '수업료'를 크게 지불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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