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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3년 리뷰]거대 금융사 잇단 반기…위상 떨어진 금감원④금융위와 갈등, 애매한 잣대로 CEO 제재 강행 '부작용'

고설봉 기자공개 2021-03-18 07:32:38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6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의 권한과 위상이 저하된 것을 새삼 느낀다. 금융회사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대형화됐고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도 크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금융감독원 임원의 말이다. 최근 금감원 내부에선 이런 식의 한탄 섞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권한과 위상의 추락'이 현재 금감원이 처한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란 게 내부 복수 인사들의 평이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지나치게 각을 세운 폐단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내부통제 의무 위반이란 애매모호한 잣대로 은행권 CEO 제재를 강행한 부작용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위와 관계 단절…'감독·검사' 힘 잃은 금감원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원회법)’에 의거 국내 모든 형태의 금융회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총괄한다. 은행법시행령, 금융지주회사법시행령, 보험업법시행령 등 다양한 법령에서 금감원장에게 감독·검사 의무를 이관하고 권한을 주고 있다.

다만 금감원장이 모든 것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없다. 금감원장은 감독·검사 업무에 필요한 여러 의견에 대해 금융위에 건의하고 금융위원장이 이를 승인한다.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마치 한몸처럼 유기적으로 협업을 진행할 때 비로소 금감원은 제 역할을 할수 있고 그에 따른 힘도 생긴다.

하지만 윤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금융위원장들과의 관계 설정에 실패했다. 2018년 12월엔 금감원 예산을 두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의 갈등이 표면화 됐다. 이어 2019년 9월 새로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도 성과급 삭감, 금감원 독립론 등을 계기로 갈등을 겪고 있다.

윤 원장이 상급 기관장과의 갈등을 겪은 탓에 금감원은 핵심 업무에서 빠지고 힘과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시장의 상황 맞춰 금감원 실무단에서 다양한 요구들이 금융위에 제때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장이 반목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하급기관의 요청을 상부에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일리 없었다.

그러는 사이 금융사들은 금감원을 '패싱'하고 금융위와 직접 접점을 만드는 양상을 보여줬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감독정책은 금융위에, 감독기능은 금감원으로 분리돼 있다. 이런 가운데 감독기능의 방향과 근거를 설정하는 감독정책에 금감원의 요구가 예전보다 덜 반영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금감원 권한과 위상의 축소를 야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에 금융위와 업무 협조가 잘 됐고 주요 사안에 대해서 바로바로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시점에서 독립이 힘들다면 금융위와 협업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권한·위상 추락 단면 '금융사의 소송'

가뜩이나 힘을 잃었다는 평을 얻고 있던 금감원의 위상 추락에 결정타를 날린 건 피감기구인 은행들이다. 특히 사모펀드 부실 이슈가 직격탄이 됐다. 2019년 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금융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제재심 개최 이전부터 금융사들은 금감원 검사와 그에 따른 제재 통보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DLF 제재심 대상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내릴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재심을 빌미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흔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이후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고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결국 금감원 제재심에 금융사 CEO 및 이사회가 조직적으로 반기를 든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같은 DLF 사태로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도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제재심이 열리기도 전에 금융회사로부터 행정소송에 대한 얘기를 먼저 들었을 정도로 당시 분위기가 팽팽했다”며 “금융사 임원, 정관계 인사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들어왔는데 핵심은 금감원의 감독 및 제재 결정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근거인 ‘내부통제 의무 위반’이 애매모호한 측면이 많았다는 점에 있다. 이 조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를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조항 자체가 포괄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CEO 중징계의 근거로 활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CEO의 업무 범위와 권한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를 두고 여전히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해당 법 제24조 내부통제 기준은 '금융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이 임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내부통제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세부사항으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윤 원장의 소신에 따라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금융사 CEO들의 징계를 강행했다. 각 금융사의 CEO가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부실여부를 적절하게 판단하지 않아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금융사고 처리 과정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옵티머스펀드, 라임펀드 등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강력한 제재 원칙을 내세웠다. 여전히 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고 그때마다 등장한 근거는 ‘내부통제 의무 위반’이다.

금융사들은 CEO가 상품 판매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내부통제 부실로만 내린 중징계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CEO를 포함해 경영진이 리테일에서 팔리는 상품 하나하나를 검수했어야 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의무 위반은 해석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조항”이라며 “직접적인 금융사 CEO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일종의 길들이기식, 보여주기식 제재심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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