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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ESG 전략 '브레인' 김명서 지속가능전략실장⑤KCGS·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 경력 전문가…'적극적 관여' 통한 수익창출 강조

이돈섭 기자공개 2021-03-18 13:11:38

[편집자주]

1988년 출범한 한화자산운용은 설립 30년을 기점으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생명과의 공조로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한 한화운용은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제 거점에 진출하며 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를 필두로 임직원을 5년 만에 2배로 늘리며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흔들림없이 일궜다. 유상증자로 몸집을 키운 한화운용은 105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톱티어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한화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6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은 ESG 펀드를 출시하고 자체 ESG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ESG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다. ESG 관련 전략의 브레인이 바로 김명서 지속가능전략실장이다.

김 실장은 다양한 연구소를 거쳐 2018년 12월 한화자산운용과 인연을 맺었다. 단국대 재무회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지속가능금융센터,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평가 모델을 구축해왔다. 운용업계 안팎에서 '자타공인 ESG 전문가'로 꼽히면서 업권을 넘나들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실장은 지난해 외부 인력을 적극 충원, 지속가능전략실을 ESG 전문가 그룹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이 없다. ESG 펀드를 설정하는 데서 나아가 적극적 관여 활동을 통해 ESG 분야에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우연히 접하게 된 환경 평가, ESG 전문가가 되기까지

김 실장이 처음부터 ‘ESG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살다보니 어느샌가 이렇게 돼 있더라"는 게 솔직한 회고다. 학부 시절 회계학을 전공했고 전략을 공부하고 싶어 석사 과정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하지만 석사 과정을 끝내도 마음 속 답답한 느낌이 해소되지 않았다. 당시 재무회계 전공 김요환 교수 제안으로 다시 회계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당시 지도교수님이 환경을 연구해보라고 하시더군요, 환경을 어떻게 회계로 풀어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신기한 영역이라 주제로 정했습니다. 호기심이 많거든요. 교수님이 좋으시기도 했고요. '환경정보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박사 논문 주제로 잡았는데 당시엔 자료도 없었기 때문에 고생을 했어요. 정통 회계 분야가 아니라 취업할 때도 도움이 안 되더군요."

그런 김 실장이 사회에 첫 발은 내디딘 곳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었다. 환경을 연구한 경력을 살려 환경 분야 평가 모형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KCGS에서 4년을 내리 일하고 지속가능금융센터 수석연구원으로 또 4년을 일했다. 교수가 되겠다는 옛 꿈에 젖어 잠시 학교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연구 현장의 열기를 좇아 다시 대신지배구조연구소로 적을 옮겼다.

그 사이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많았다. 환경 평가 시장은 그대로인데 플레이어만 많아지면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졌다. 지배구조(G) 외 환경(E)과 사회(S) 이슈는 도외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의욕을 꺾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환경을 전공한 김 실장의 ‘희귀성’은 눈에 띄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재직 당시 김 실장은 이미 국내에서 손꼽히는 ESG 분야 전문가가 돼 있었다.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을 때 즈음 김 실장은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슈로 전문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산운용사라면 지금껏 연구한 역량을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2018년 12월 한화자산운용에 첫 발을 디뎠다. "ESG는 비재무적 요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죠. 회계와 마케팅 분야를 넘나들면서 공부했던 경험이 지금 ESG 투자 분야에서 일하게 된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김용현 대표 매력에 이적…ESG 내재화 목표

김 실장이 한화자산운용 이적을 결심한 데는 김용현 대표의 영향이 컸다. 김 실장에 따르면 김 대표가 내리는 결정 뒤에는 늘 데이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분석하기 위해 당시 유가증권시장 이사회 면면을 들여다보고 장단점을 따졌다. 작은 결정 하나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가 ESG 영역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니 김 실장 입장에선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재 김 실장이 이끄는 지속가능전략실은 애당초 대표이사 직속 TF 조직으로 시작했다. 김 실장이 합류한 뒤인 지난해 4월 TF 조직은 팀 조직이 됐다. 지난해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 자칭 ‘어벤저스’ 팀을 꾸리면서 지난해 말 조직개편 과정에서 실 조직으로 격상됐다. ESG 전문가 집단을 꾸리고 있는 종합운용사는 현재 한화자산운용이 유일하다.

"대표 직속 조직이라는 것은 회사 전체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조직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ESG는 전략입니다.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됐는데 이해관계자 이익을 해치면서 경제적 이익만 좇으면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ESG 투자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ESG를 내재화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ESG 평가에는 통일된 기준이 없다. 그래서 김 실장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평가 등급이 낮더라도 기업이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의지를 보이면, 기꺼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7월 LG화학 인도 공장이 가스누출 사고를 냈을 때, 현지 당국에 서한을 보내 설명한 것은 투자자들의 호감을 샀다.

김 실장은 "ESG 투자는 투자자와 기업의 사고방식을 근간부터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이슈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에 이슈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슈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투자 가치가 정해진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린히어로펀드와 아리랑탄소효율그린뉴딜ETF 등이 바로 이러한 가치를 담아냈다.

◇ 대체자산에도 ESG 평가…“세상 좋아지리라 믿어”

김 실장은 ESG 평가 기반을 구축하는 데서 나아가 평가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추가해 끊임없이 계량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단순히 주식 종목에 ESG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채권과 대체자산 등 모든 자산군에 ESG 투자를 내재화시키겠다는 설명이다.

"호텔 ESG 이슈와 병원 ESG 이슈가 다릅니다. 호텔은 고객 불만 사항을 살펴보고 병원은 의료폐기물 양을 관찰하는 식이죠. 지금은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 ESG 평가 체계를 도입했고 올해 하반기까지 해외 자산도 평가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SG 체계를 단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ESG 전략을 도입한 펀드의 ESG 항목을 보는 게 목표입니다."

수익률은 앞으로의 과제다. ESG 투자라는 것이 아직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단계이고, 이에 따라 해야 하는 세팅도 많기 때문에 당장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자산운용사 태생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ESG 투자는 다른 투자 전략에 비해 변동성이 작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종목에 비해 코스닥 종목이 시장 변화에 취약한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ESG 투자는 각 평가 요소에 좋은 평가를 받거나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자산군에 집중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여름장마가 50일 넘게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는 것도 ESG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지난해 한화자산운용이 국민연금 ESG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지속가능전략실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ESG 투자 성과를 추종하는 직원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도 보람차다. 김 실장은 "펀드 설정 이후 관여 활동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ESG 투자로 돈을 모두 잃는다고 해도 이런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하다보면 결국 세상이 좋아지리라 믿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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