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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M&A, '승자의 저주' 가능성은 수천억 물류투자·플랫폼 통합 등 난제, 실탄·유통업 역량 갖춰야

전효점 기자공개 2021-03-18 08:23:34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4: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은 굵직한 기업들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을 예고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이 성료될 때까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조원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 가격뿐만 아니라 인수 이후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구조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완주를 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는 신세계와 롯데, SK텔레콤,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동남아 기반 직접구매 플랫폼 큐텐(Q10) 등 7~8개 기업이 참여했다. 직전까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는 고심 끝에 불참을 택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국내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한 가운데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시장에서는 예비입찰에 모여든 쟁쟁한 후보군을 보고 향후 인수전 흥행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상보다 다수의 참여자가 뛰어들면서 인수가가 희망가 이상으로 뜀박질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수가 외에도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기업은 해당하는 물류 투자와 막대한 플랫폼 통합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부담은 예상만큼 만만치 않다. 이미 5조원에 이르는 가격표가 어떻게 협상이 이뤄질지도 변수지만 인수 후 투자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사 5조원에 매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인수 기업의 플랫폼과의 통합 과정 및 후행 물류 투자 예산 역시 조 단위에 육박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추가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오픈마켓이라는 이베이코리아의 사업 구조와 연관된다. 오픈마켓은 운영 기업의 관점에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입점 판매자까지 모두 고객이다. 이미 상당한 고객 풀과 판매자 풀을 확보한 플랫폼 기업이라면 사업 다변화를 통한 수익 구조 고도화는 성장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판매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단순한 수익 구조를 넘어 풀필먼트 사업이나 광고 사업, IT 서비스 사업 등 각종 부대 서비스까지 확장을 모색해야 추가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성장성이 높고 확실한 수익을 보전해주는 신사업은 풀필먼트 사업으로 꼽힌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부터 4만평 규모의 동탄 풀필먼트센터를 가동하면서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 시설을 다져뒀다. 동탄 외에도 백암, 인천 등에 보유하고 있는 2곳의 물류센터 역시 추후 B2B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초 기지로 발전할 수 있다.

풀필먼트 사업은 기본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장치 산업이다. 쿠팡이 십여년 째 적자를 지속하면서도 조 단위 외부 투자를 쏟아부은 것도 이 물류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쿠팡은 이렇게 구축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최근에야 풀필먼트 사업을 개시, 수익화에 나섰다. 또 전국 10곳에 구축한 대규모 풀필먼트센터 외에도 공모 자금을 바탕으로 7곳의 거점센터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나 신세계, 네이버가 쿠팡이 벌려놓은 간극을 쉽사리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이 물류 인프라 구축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풀필먼트 시설은 쿠팡은 물론이고 롯데나 ㈜이마트에 비해서도 부실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시말해 누가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든 쿠팡의 경쟁 상대 반열까지 오르기 위해선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까지의 추가 투자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베이가 직접 국내 풀필먼트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고 외형상 기틀만 다진 후 매물로 내놓은 것 역시 추가 투자 대비 수익화가 요원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이베이코리아를 성공적으로 인수해내기 위해선 △충분한 자금과 △유통업에서의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그럼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할까.

롯데, 신세계의 경우 유통업에서 누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진화를 가장 잘 이뤄낼 역량이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물류 및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현금 수요를 발생하고 있는데다, 마트, 편의점, 호텔 등 오프라인 계열사의 유형자산 투자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자회사를 모두 연결해도 1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려면 재무적 투자자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3조원 정도로 이베이 가격을 본다면 가능은 하다"면서 "재무적 투자자와 49:51 법인을 만들고, 1.5조원의 자금 가운데 절반은 자체 현금으로 절반은 차입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인수가격이 그 이상이 된다면 상당한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예비 입찰 직전에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 역시 이베이코리아 완주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 오픈마켓이라면, 우군 네이버가 구축한 오픈마켓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이 투자 비용 대비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롯데 역시 이미 자사 플랫폼에 조 단위 투자 예산을 책정하고 수년 전부터 조금씩 집행해왔다.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도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자본을 갉아먹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네이버와의 전략제휴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얻는 이득은 겹치는 면이 있다"면서 "무리하게 인수에 나서지 않고 협력 관계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약 7조원의 자금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키로 결정한다면 가진 자금을 모두 털어넣은 상황에서 사활을 걸고 승부를 봐야 한다. 이미 조 단위를 들여 오프라인 대형마트 위주의 홈플러스를 온오프라인 융합 모델로 변경하고 있는 가운데, 성패 여부가 불분명한 새로운 기업을 떠안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다.

설사 인수를 마치고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재매각이 쉽지 않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5조 이상을 주고 MBK파트너스로부터 이베이를 되사갈 자금 여력이 되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수 기업 입장에서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지마켓, 지구, 옥션 등 세 가지 플랫폼을 자사의 기존 플랫폼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작업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픈 플랫폼은 이십여년 넘게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면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이미 독자적인 플랫폼으로서 자신만의 DNA가 뚜렷해진 상태다. 오프라인 유통에 바탕을 둔 기존 대기업의 플랫폼과 섞이기에는 '너무 자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인수 비용은 예상보다 높고, 통합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은 큰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품게 될까. 5조원에 이르는 인수가는 예비 입찰에 응한 기업들이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인수합병 규모다. 기업들은 인수를 통해 단숨에 이커머스 1위 업체로 올라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승자의 저주로 몰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매각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기업들이 예비입찰에 응한 것은 '누군가가 가져갈' 이베이코리아의 사업구조를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말해 실제 완주 의지를 가진 기업은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번에 예비입찰에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응한 것은 이베이코리아 기업설명서(IM)가 예상보다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완주에 대한 의지를 가진 기업은 더 적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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