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니터]수협은행, 전담부서 구성 계획 'NO'…수협법 탓 '사각지대'평가 대상 미포함,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벗어나 평가모형 부재
손현지 기자공개 2021-04-09 08:10:2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09: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은 ESG전담 조직을 구성할 조짐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ESG경영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은행마다 이사회 내 ESG위원회나 유관 부서를 신설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는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아닌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에 의거해 수협중앙회(1인 주주)의 지배를 받고 있는 영향이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은 일반적인 은행에 적용하는 ESG 평가 잣대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현재 ESG와 관련한 업무를 전략기획부, 금융소비자보호부 등에서 분담해 맡고 있다. 전략기획부에서는 ESG관련 대출, 예금 상품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는 사회공헌(S)이나 환경(E)과 관련해 대응 중이다.
다만 ESG 전담 조직 등을 구성해 해당 업무를 강화하고 범위를 키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ESG 전담 조직을 별도로 구성할 계획은 없다"며 "지금처럼 필요한 업무가 있을 경우 관련 부서와 유기적인 협업을 하는 방향으로 ESG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ESG 중에서도 지배구조(G)와 관련된 평가조차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설립근거법상 '수협법'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은행이 기준으로 삼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이행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나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저명한 ESG평가기관들에서도 수협은행은 유일하게 지배구조(G) 부분 평가 대상에 올리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수협은행 지배구조(G)를 평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부터 인터넷은행,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 대부분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ESG평가 기관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G) 평가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원론적으로 보면 설립 근거법이 별도로 존재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은행'이나 '국책은행'의 평가가 어렵다. 기업은행(중소기업은행법 적용)을 포함해 산업은행(한국산업은행법)이나 수출입은행(한국수출입은행법) 모두 별도의 설립근거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는 수협은행을 제외한 모든 국책은행과 특수은행들이 지배구조(G) 평가대상에는 포함된다. 우선 기업은행의 경우 KCGS 내부적으로 별도의 평가 툴을 구축한 상태다. 상장회사라 통합 ESG등급 산출이 필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평가모형은 다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한국산업은행법)이나 수출입은행(한국수출입은행법) 평가시에도 어느정도 활용 가능하다. 아직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배구조 평가를 따로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추후라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특수은행인 농협은행 역시 지배구조(G) 평가 대상에 오른다. 농협은행은 단일조합이라는 측면에서 수협은행과 '닮은 꼴'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따르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의 경우 '수협법'과 달리 이사회 구성 등 주요 평가 요건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큰 차이가 없다. 즉 KCGS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통해 농협은행을 평가해도 농협법에 어긋나지 않고 무방하다는 판단 하에 지배구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수협은행의 수협법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여러모로 차이가 큰 편이다. 예컨대 이사회 의장 선임 관련 규정만 하더라도 그렇다. 수협법 141조(이사회 구성)에 따르면 은행장이 의장을 맡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 13조(이사회 의장 선임 등)에 따르면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하고 있다.
또한 수협법에 따르면 수협중앙회→수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정당화된다. 수협중앙회가 단일주주인 구조라 수협은행의 이사회는 조합장을 포함한 이사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수협법 내에 '중앙회의 지도·감사'에 대한 규정이 따로 존재한다. 142조2항 '중앙회의 자회사에 대한 감독'에 따르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해뒀다.
KCGS 관계자는 "수협은행이 ESG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평가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협동조합만을 위한 별도의 평가 모델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지만 당장 추진될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협은행은 현재 G(지배구조) 대신 E(환경)나 S(사회)부분에서 실현할 수 있는 부분들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Sh해양플라스틱제로(Zero)예·적금을 비롯한 다양한 공익상품 판매하고 있다. 또 공익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금 일부를 ‘독도사랑기금'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또 '어촌복지예금' 상품 판매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어촌 교육·문화사업, 어업인 복지증진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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